로맨틱 코미디는 종종 설정의 작위성과 유머의 과장에 기대면서 밀도가 희석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SBS 새 수목드라마 '키스는 괜히 해서!'는 첫 주 방송부터 그 흔한 함정을 피해 가며 안정감 있는 톤을 구축한다. 감정의 흐름을 장면 안에 자연스럽게 쌓아 올려 극의 설득력을 높인다. 전형적인 로코 공식을 따르면서도 매끄러운 리듬 덕분에 익숙함이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하는 드라마다.
이 작품의 첫 번째 힘은 키스부터 시작하는 로맨스라는 다소 과감한 장치를 이야기 중심에 끌어오면서도, 이를 단순한 자극 요소가 아니라 두 인물의 감정을 전환하는 서사 장치로 활용했다는 점이다. 고다림(안은진)이 전 연인 앞에서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내민 키스는 공지혁(장기용)의 닫혀 있던 감정선을 흔들어 놓고, 두 사람의 관계를 단숨에 다음 국면으로 밀어 올린다. 이 키스가 자극적 장면에 머무르지 않고 감정의 방향을 비트는 시그널로 기능하면서 로맨스는 더욱 명징한 구조를 갖게 된다.
두 주인공의 서사 또한 첫 주부터 분명하게 정리된다. 생계와 취업난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는 현실적 인물 고다림, 사랑은 믿지 않지만 직업적 성취에는 확신을 가진 공지혁이 각각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관습을 기반으로 하되 자신만의 결을 지닌 캐릭터로 단단하게 자리 잡는다. 서로 다른 두 인물이 제주도라는 공간에서 충돌하며 보여주는 감정 변화는 과장 없이 자연스럽게 포개지고, 배우들의 연기 톤 역시 이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한다.
특히 1~2회에서 펼쳐지는 빠른 전개는 '도파민 로맨스'라는 작품의 브랜딩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제주도에서 사랑에 빠지고, 현실의 무게로 엇갈린 뒤, 서울에서 면접관과 지원자로 다시 마주하는 흐름은 속도감 있으면서 흥미롭다. 이 과정에서 고다림의 가족사와 생계 문제, 공지혁이 직면한 복잡한 가정사는 두 인물의 로맨스뿐 아니라 앞으로 전개될 감정의 궤적을 넓힌다.
장기용과 안은진의 케미스트리는 이 작품의 또 다른 재미 축이다. 30대 중반이라는 실제 연령대에서 나오는 여유와 안정감이 관계의 온도를 과하게 높이지 않는데, 이 점이 로코의 톤을 오히려 단단하게 만든다. 눈빛과 호흡, 대사의 텐션은 장면마다 정확한 지점을 향하며 두 사람의 호흡은 가벼운 설렘과 성숙한 감정이 공존하는 독특한 질감을 만든다. 같은 소속사라는 점이 주는 현장 호흡의 자연스러움도 화면 안에서 무리 없이 녹아든다.
방송 전부터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 제기된 '불륜 미화' 우려는 초반부에서는 서사 중심을 비껴가며 조심스럽게 배치된다. 드라마는 특정 설정의 자극적 의도를 부각하기보다 두 인물의 감정적 성장과 오해를 기반으로 한 관계의 진행에 무게를 두는 방식으로 논란을 비껴가는 모습이다. 향후 어떤 결로 이를 풀어낼지가 궁금하다.
전체적으로 '키스는 괜히 해서!'는 감정과 유머, 설정의 밀도를 균형 있게 유지하며 로코 장르의 미덕을 다시 상기하는 작품이다. 가벼운 장르 안에서 작위적 장치를 최소화하고 인물의 감정 흐름을 중심에 둔 연출은 장면의 완성도를 높였고, 두 배우의 안정된 호흡은 설렘의 빈틈을 자연스럽게 채운다.
2회 엔딩에서 면접관과 지원자로 재회한 두 사람의 장면은 본격적인 '속앓이 로맨스'의 시작을 알렸다. 위장취업과 오해, 숨겨진 감정이 얽힌 이 관계가 앞으로 어떤 속도로 달릴지 그리고 첫 키스가 흔들어 놓은 감정이 어떤 방식으로 현실을 건드리게 될지 다음 회차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