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불과 재 ㅣ 위기의 극장가를 구할 수 있을까?

이설(칼럼니스트) 기자
2025.12.17 10:36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 시리즈 3편 아바타: 불과 재는 AI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3000명이 4년간 작업한 대규모 VFX로 제작되었으며, 배우들의 실제 연기를 기반으로 한 모션 캡처 기술을 활용해 비현실적인 배경을 매우 현실적으로 구현했습니다. 영화는 가족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한 서사를 전개하며, 31m×22.4m의 아이맥스 스크린에서 관람 시 최적의 효과를 발휘하지만, 5억 달러에 육박하는 제작비 대비 경제성에 대한 논란이 있습니다.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포니코리아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기대작 ‘아바타’ 시리즈의 3편인 ‘아바타: 불과 재’를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궁금증은 두 가지다. 하나는 터무니없이 비현실적인 장면을 지극히 현실적으로 보이게 하는 힘은 어디서 오는 걸까, 다음은 이런 블록버스터는 과연 위기에 빠진 극장가를 구원할 수 있을 것인가.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여러 가지가 보인다. 카메론 감독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분명한 건 인공지능(AI)이 배우를 대체할 수는 없다는 것"이라며 "‘아바타’ 시리즈의 모든 영화에 AI는 단 1초도 쓰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걸 자랑이라고 해야 할지, 거장 감독의 고집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으나 용감한 시도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더구나 이를 통해 비현실을 현실보다 더 현실답게 구현한 힘은 인정해 줘야 할 것 같다.

요즘 영화계엔 AI 도입 문제가 화두다. 이미 다양한 방법이 시도되고 있다. 일부는 AI의 이질성과 위험성을 우려하면서도 편의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강윤성 감독은 지난 10월 AI로 만든 ‘중간계’란 영화를 선보이면서 "시각특수효과(VFX)로 했으면 4∼5일이 걸렸을 폭파 장면이 AI로는 불과 1∼2시간 만에 끝났다"면서 AI를 이용한 제작방식이 머지않았음을 보여줬다.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그런데 카메론 감독은 "AI를 1초도 쓰지 않은" 대신 엄청난 VFX 물량 공세를 퍼부었다. ‘아바타2’에선 2000명이 3년을 애썼는데 이번엔 3000명이 4년간 공을 들였단다. 분명 ‘가성비’면에선 ‘빵점’짜리 제작 방식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이런 고집스러운 방식이 다시 통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비현실적인 배경이 되는 영화 속 판도라 행성과 그곳의 외계 부족들은 손에 닿을 듯 더욱 생생하다. 1편 숲속의 ‘나비’ 부족에 이어 2편에선 물의 부족 멧카이나를 등장시키더니 이번엔 ‘재의 부족’(망콴)을 앞세워 물불을 가리지 않는 실감나는 시각효과를 완성했다. 등장인물들의 표정과 동작이 극사실적으로 전달되는 것은 물론, 이들이 물 속에 들어가거나 불 속에서 탈출하거나 할 때도 전혀 이질감이 없다. 가로 31m, 세로 22.4m의 초대형 아이맥스 스크린으로 보는 데도 ‘티끌’을 지적하기 어렵다.

기본적으로 배우들의 얼굴 떨림까지 고스란히 전달하는 ‘모션 캡처’라는 시스템이 적용됐다. 1편부터 그랬지만 3편에 이르러선 그 기술이 훨씬 업그레이드된 듯하다. 쫄쫄이 같은 수트에 헤드 기어, 얼굴을 가득 채운 검은 반점들이 섬세함의 비결인 것처럼 보인다. 카메론 감독이 "‘아바타 시리즈의 화면이 환상적이면서도 매우 현실적인 이유는 배우들의 실제 연기에 기반한 기술을 이용했기 때문"이라고 자화자찬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판타지 영화답지 않게 시종일관 ‘가족’이라는 주제를 진지하게 끌고 간 점도 공감을 더한다. 카메론 감독은 "(여러 이야기 중에) 가족이라는 주제를 골랐다. 제가 아이 5명의 아버지이고, 어린 시절도 대가족 사이에서 보낸 만큼 가족이란 주제를 판도라로 옮겨오고 싶었다"고 설명한 것처럼 모든 서사는 제이크 설리(샘 워싱턴) 가족의 충격과 슬픔, 그리고 극복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설리 가족의 장남 네테이암이 죽음을 맞이했던 전편에서 내용이 곧바로 이어지는 도입부가 그렇다. 제이크와 네이티리(조 샐다나) 부부는 아들의 죽음이라는 크나큰 상실과 고통을 견디는 동시에 외부의 적인 재의 부족과 인간들의 공격에 맞서야 한다. 재의 부족 특히, 이들을 이끄는 여성 리더인 바랑(우나 채플린)은 3부까지 계속돼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시리즈 서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캐릭터다. 아들을 잃은 모성으로 고뇌하는 네이티리의 초기 여전사 이미지에 강력한 빌런의 카리스마까지 더해져 극의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그럼 두 번째, 과연 위기의 극장가를 구해낼 수 있을지 여부다. 이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린다.

동의하는 쪽은 ‘아바타: 불과 재’가 큰 스크린에서 봐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극장용 영화임에 틀림없다는 확신에 근거한다. 나비 족이 익룡 같은 이크란을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며 벌이는 전투 신은 대형 화면에서 박진감이 배가된다. 절벽 위에서 낭떠러지 아래로 수직 강하하는 속도감과 긴장감은 발끝에 절로 힘을 주게 한다. 물 속에서 또다른 생명체를 타고 자유자재로 유영을 하고, 물 위로 솟구치는 장면도 짜릿하다. 고래 같은 생명체인 툴쿤과 인간처럼 교감하고 전쟁과 평화를 논하는 대목은 인간과 동물, 자연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상상의 세계인 판도라가 가진 스케일과 컬러는 15인치 노트북, 또는 40∼50인치의 TV 보다는 극장의 한 벽면을 가득 채우는 초대형 스크린에서 봐야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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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에 동의하지 않는 쪽은 ‘손익계산서’를 들이민다. 과연 노동집약적인 VFX 제작방식으로 인해 4억 달러(약 5900억 원)를 넘어 5억 달러에 육박하는 돈을 투입한 영화가 경제성이 있느냐는 것이다. 아무리 미국 할리우드라고 해도 수입 4억 달러를 돌파한 영화는 손에 꼽는다. 최근에는 ‘듄2’ ‘데드풀과 울버린’ ‘엘리멘탈’ 정도가 4억 달러의 벽을 넘어 블록버스터의 레벨에 올랐다. 오로지 국내 박스오피스에 의존해야 하는 한국영화로서는 도무지 엄두를 내기 힘든 구조다. 더구나 영화관 관객이 줄어드는 추세임을 감안하면,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다.

이밖에도 작지만 아쉬운 몇 가지를 짚어본다. 흥행에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는 것들이다. 우선, 수차례 반복되는 ‘납치 후 구출’ 서사는 인내심을 테스트한다. 나비족이 된 쿼리치(스티븐 랭) 대령의 인간 아들인 스파이더(잭 챔피언)가 인간에게 납치됐다가 탈출하고, 제이크의 막내가 납치됐다가 구조되는 이야기가 반복된다. 인종과 종족을 초월하는 가족애를 표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데, 납치와 탈출은 강력하게 한 번이면 족하다. 결국엔 이들이 구조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기에 지루함만 초래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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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바타 1편부터 거론돼온 북아메리카 인디언의 추방사, 혹은 백인들의 서부 개척사가 3편까지도 전체를 아우르는 서사의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점도 신선함을 반감시킨다. 숲의 부족, 물의 부족, 재의 부족은 모두 미국 원주민이었던 인디언이 모티브이고, 이들을 점령하려는 인간들은 미국으로 이민 간 백인들이나 다름없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서부개척을 통해 결국 원주민들을 몰아냈고, 그 피의 역사를 통해 오늘날 세계 최고의 민주주의 강대국이 됐다. 하지만 ‘아바타3’를 보면서 거기까지 고민하기엔 사치스러울 듯. 일단 그냥 즐겨보자.

이설(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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