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전쟁에도 베팅하는 인간의 탐욕

[기자수첩] 전쟁에도 베팅하는 인간의 탐욕

조한송 기자
2026.04.21 06:56
[베오그라드=AP/뉴시스] 10일(현지 시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공습에 희생된 어린이들을 상징하는 그림을 들고 있다. 2026.03.11. /사진=민경찬
[베오그라드=AP/뉴시스] 10일(현지 시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공습에 희생된 어린이들을 상징하는 그림을 들고 있다. 2026.03.11. /사진=민경찬

지난달 23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쟁을 5일간 중단하겠다고 밝히기 15분 전. 글로벌 금융시장에선 수상한 거래가 포착됐다. 우리 돈으로 1조원 이상의 원유 선물거래가 별다른 이슈 없이 2분만에 체결됐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글을 통해 전쟁이 잠시 멈춘다는 소식은 사실이 됐고 유가는 급락했다.

지난 17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발표하기 직전엔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하락에 베팅하는 대규모 계약이 쏟아졌다. 체결 규모는 1분 동안 7990계약, 7억6000만달러(약 1조1150억원)어치다. 누군가는 '뉴스'를 미리 알고 수상한 거래에 참여한 것 아니냔 추측이 나왔다.

전쟁은 투자 기회를 넘어 게임으로 변질되기도 한다. 이란 전쟁은 하루에도 여러 번 전황이 뒤바뀌었다. 예측 시장은 이것조차 '베팅'으로 전환한다. 주요 예측시장에선 누구나 손쉽게 스포츠부터 세계적인 사건까지 결과에 베팅하고 돈을 벌 수 있다. 사건의 확률이 곧 가격이 되는 구조이다보니 생명조차 판돈으로 계산된다. 폴리마켓에는 이란에서 실종된 미군 전투기 조종사의 구조와 관련한 베팅 상품도 등장했다가 비판이 일자 삭제됐다.

누군가는 이 확률 게임을 두고 실시간 데이터의 보고라고 한다. 그러나 인간의 목숨, 그리고 전쟁까지 상품화한 '비윤리적 도박'이라는 비난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미국의 공격 태세라든가 휴전 발표 소식에 주식시장 방향부터 주목하는 우리 모습도 이와 무관치 않다. 중동 분쟁으로 국내 증시가 하루에 10%가량 급락하거나 급등하는 '롤러코스피' 현상이 이어지자 은행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하루 평균 수천억 원씩 불어났다. 전쟁의 방향성에 베팅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다.

전쟁이 8주차에 접어든 지금 이란에서만 3000여명이 사망했다. 이 중 1701명이 민간인이었으며 최소 254명은 어린이로 추산됐다. 교전은 레바논 등으로 확산돼 민간인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 참혹한 실상이 가려져 대중의 시선에서 소외됐다는 점 또한 비극이다. 이란 전쟁은 AI(인공지능), 자폭 무인기(드론) 등 첨단기술의 발달을 보임과 동시에 무기보다 무서운 건 탐욕이 아닐까 하는 우려도 새삼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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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송 기자

안녕하세요. 현장의 이야기를 듣고 씁니다. 고견 감사히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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