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고은 "요즘 '키스는 괜히 해서!'에 빠져 안은진에 문자…이런 로코 하고파" [인터뷰]

한수진 기자
2025.12.17 15:34
넷플릭스 시리즈 '자백의 대가'에서 모은 역을 맡은 김고은은 사이코패스로 의심받지만 실제로는 모든 것을 잃은 상태의 인물로 해석하여 연기했다고 밝혔다. 그녀는 이 역할을 통해 연기 스펙트럼을 확장했으며, 특히 전도연과의 10년 만의 재회가 큰 의미가 있었다고 전했다. 김고은은 앞으로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도전하고 싶다는 바람을 표현했다.
김고은 /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시리즈 '자백의 대가'는 공개 직후 강한 여운을 남기며 시청자들의 좋은 반응을 끌어냈다.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장르적 외피 안에서 인물의 감정과 선택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작품이었다. 그 중심에는 모은이라는 인물이 있다. 치과의사 부부를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마녀라 불리는 인물, 그리고 모든 사건의 키를 쥐고 있으면서도 끝까지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존재다. 김고은은 이 어려운 역할을 통해 또 한 번 자신의 연기 스펙트럼을 확장했다.

'자백의 대가'가 흥미로운 이유는 모은이라는 인물이 처음부터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극 초반 모은은 사이코패스로 의심받고, 시청자 역시 그 시선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러나 이야기가 중반을 넘어서며 인물에 대한 인식은 조금씩 균열을 일으킨다. 김고은은 이 모호한 지점을 캐릭터의 핵심으로 삼았다.

"대본에는 분명히 모은이 사이코패스처럼 보이도록 설계된 부분이 있었어요. 시청자도 그렇게 느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었고요. 그런데 중후반부에 그게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난다고 했을 때, 저는 혼자 있을 때의 모은은 어떤 얼굴이어야 하는지가 계속 마음에 걸렸어요. 모두가 사이코패스라고 알고 있고, 나 역시 그렇게 연기했는데 사실은 아니라면 혼자 있을 때도 계속 같은 톤이어야 할까 고민이 됐죠. 그래서 차라리 모은이 가만히 있는데 주변 사람들이 오해하는 방향은 어떨까 제안했어요. 이 인물이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그냥 그 자체로 존재하는데 세상이 그렇게 바라보는 거죠. 가정이 완전히 고장 난 사람으로 접근하는 게 더 개연성이 맞겠다고 생각했어요."

김고은이 구축한 모은은 무섭게 소리를 지르거나 폭력적으로 군림하는 인물이 아니다. 오히려 건조하고 말수가 적으며,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인물이 주는 공포는 분명하다. 김고은은 그 이유를 "잃을 것이 없는 상태"에서 찾았다. 모든 것을 잃어버린 이후의 공허가 모은을 위험하게 만든다고 판단한 것이다.

"저는 모은을 사이코패스라고 생각하고 연기하지 않았어요. 그냥 이 친구는 더 이상 잃을 게 없는 상태라고 봤어요. 무섭게 생긴 것도 아니고, 힘이 센 것도 아니잖아요. 그런데 왜 이 인물이 무서울까 생각해보면, 어떤 공격도 압박으로 작동하지 않는 상태이기 때문인 것 같았어요. 이미 바닥까지 내려가 있으니까요. 그래서 어떤 상황에서도 크게 흔들리지 않고, 공격 자체가 공격이 되지 않는 인물로 연기했어요."

김고은 / 사진=넷플릭스

모은의 짧은 헤어스타일 역시 캐릭터 해석의 연장선에 있다. 공개 이후 김고은의 숏커트는 작품 안팎에서 화제가 됐다.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만, 동시에 설명되지 않는 여백을 품고 있다. 김고은은 이 선택이 캐릭터의 무의미함과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모은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알 수 없는 인물이잖아요. 보통 그런 캐릭터를 떠올리면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눈빛 같은 이미지가 연상되는데, 저는 오히려 그런 요소들이 빠져 있었으면 했어요. 말간데 알 수 없는 분위기요. 이 친구에게는 사실 무엇도 크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머리카락조차 거추장스럽지 않을까 싶었죠. 머리카락을 자르고 촬영 안 할 때 너무 부어 있으면 거울 보기 힘들긴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훨씬 편했어요. 머리도 빨리 마르고요(웃음)."

'자백의 대가'에서 김고은에게 또 하나의 중요했던 지점은 전도연과의 재회였다. 영화 '협녀, 칼의 기억' 이후 10년 만의 호흡을 맞췄다. 당시 김고은에게 전도연은 "함께 연기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존재"였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본격적인 호흡을 나누는 동료 배우로 만났다. 그 감정의 차이는 김고은의 말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전도연 선배는 제가 배우라는 꿈을 갖게 해준 사람이에요. 학창시절에 다들 진로를 고민하잖아요. 저는 비교적 빨리 확신을 가질 수 있었는데, 그게 전도연 선배 덕분이었어요. 그런 존재가 있다는 것 자체가 제 삶에는 굉장히 큰 의미예요. '협녀' 때는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정도로 벅찼고, 정신없이 도움만 받았던 기억이 커요. 그래서 이번에는 정말로 호흡을 해보고 싶다는 바람이 컸어요."

전도연의 피드백은 김고은에게 커다란 힘이 됐다. 특히 모은이라는 인물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김고은은 스스로의 선택이 옳은지 끊임없이 의심했다고 했다. 그때마다 돌아온 전도연의 한마디는 방향을 확인시켜 줬다.

"선배는 듣기 좋으라고 칭찬하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정말일 때만 말해주시는 분이죠. 그래서 한마디 한마디가 더 크게 와닿아요. 모은의 톤이 처음 시도하는 지점이 많다 보니 잘 가고 있는 건지 고민이 많았는데 '톤 정말 잘 잡았다'고 해주셨어요. 태국 촬영 때 고민했던 장면이 있었는데, 그걸 꼭 표현하고 싶다고 감독님께 말씀드렸거든요. 나중에 도연 선배가 그 신을 보시고 '그게 궁금했는데 정말 잘했다'고 말씀해 주셨을 때 정말 행복했어요."

김고은 / 사진=넷플릭스

최근 김고은은 여성 서사를 이끄는 작품들로 연이어 주목받고 있다. 그는 이 흐름을 "기적 같은 시기"라고 표현하면서도,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진 않았다. 대신 자신이 해온 방식에 대해 담담하게 말했다.

"작년과 올해가 공교롭게도 이어서 작품이 나왔는데, 이렇게 알아봐 주시는 게 신기하긴 해요. 열심히 해도 안 알아봐 주실 때도 있고, 작품이 잘 안될 때도 겪다 보니까 맷집은 생겼어요. 그래도 데뷔 이후 지금까지 정말 열심히는 했다고 말할 수 있어요. 부족했을 수도 있지만 최선을 다하긴 했어요. 앞으로도 비슷할 것 같아요."

감독들이 김고은을 찾는 이유에 대해 그는 열심히 하는 태도를 언급했다. 준비의 방식은 다소 집요하다.

"제가 맡은 역할은 제가 제일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감독님을 설득해야 할 때도 무작정 주장하지 않고, 예상 질문을 떠올리면서 답을 미리 정리해요. 시뮬레이션을 돌린다고 할까요. 대본을 잘 보는 배우라고 생각하진 않아서, 회사 분들한테도 다 물어보고 교집합을 찾아서 결정해요."

마지막으로 김고은은 요즘 가장 하고 싶은 연기에 대해 웃으며 말했다.

"요즘 '키스는 괜히 해서!'에 완전히 빠져 있어요. 안은진한테 호들갑 떨면서 메시지도 보내고요. 조금 더 나이 들기 전에 이런 로맨틱 코미디를 해보고 싶어요. 얼마 전에도 '키스는 괜히 해서!'를 보다가 이건 좀 그렇지 않나 생각하다가도 마지막에 키스 딱 하니까 환호가 나오면서 박수 치고 그랬어요. 그런 드라마를 정말 좋아해요. '꺄악' 소리가 나오는 작품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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