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코' 현빈, 백기태로 빚어낸 파격과 절제 [인터뷰]

이덕행 기자
2026.01.28 09:17
현빈은 디즈니 '메이드 인 코리아'에서 마약 밀수업자 백기태 역을 맡아 절제된 악역 연기를 선보였으며, 이는 기존의 필모그래피와 차별화된 파격적인 변신이었다. 백기태 캐릭터의 이중적인 매력에 공감하며 연기했으며, 특히 군인 시절의 설움과 가족에 대한 애착이 그의 행동 동기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시즌2에서는 9년 후의 이야기를 다루며 더욱 깊어진 갈등과 사건을 선보일 예정이다.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디즈니 '메이드 인 코리아'(연출 우민호/극본 박은교·박준석, 이하 '메인코')를 통해 가장 주목 받은 배우는 아마 현빈일 것이다. 물론 그 전에도 엄청난 필모그래피를 가지고 있었지만, '메인코'에서 보여준 악역 변신은 시청자들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절제된 모습을 통해 파격적인 변신을 보여준 현빈이 그럴 수 있던 이유는 백기태를 악인으로만 바라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메인코' 현빈 인터뷰가 진행됐다. 시즌2 촬영에 매진 중인 현빈은 "OTT라는 플랫폼 특성 상 체감이 잘 안됐는데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소감을 시작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메인코'는 격동의 1970년대, 부와 권력을 쥐기 위해 낮에는 중앙정보부(이하 중정) 요원, 밤에는 마약 밀수업자로 이중생활을 하는 백기태(현빈)와 그를 막아서는 집념의 검사 장건영(정우성)의 끝없는 대립을 다룬 작품이다.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백기태는 국가를 사업 수단으로 삼아 부와 권력의 맨 꼭대기에 오르려는 인물이다. 많은 이들이 백기태를 악역이라 부르지만, 정작 연기한 본인의 해석은 달랐다.

"기태가 하는 행동은 분명 나쁘지만, 저는 악역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제가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인물의 욕망과 직진하는 성향에 확 끌렸거든요. 연기할 때 저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겠다는 점이 컸고, 현장에서도 그 지점을 찾아가는 재미를 많이 느꼈어요."

백기태의 행동은 불편함을 주기도 하지만, 묘하게 응원하고 싶게 만드는 힘이 있다. 실제로 몇몇 시청자들은 백기태를 응원하기도 했다. 현빈 역시 그 이중적인 매력에 주목했다.

"잘못된 행동을 하지만 어떤 지점에서는 공감이 가고 이해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보시는 분들도 불편하면서도 응원하게 되는, 그 미묘한 지점이 바로 이 캐릭터의 매력이 아닐까 싶어요. 기태를 응원하는 분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아마 기태를 통해 대리만족하는 지점이 있어서가 아닐까요?"

그는 백기태라는 괴물이 탄생한 배경에 깊이 공감했다. 군인 시절 겪은 설움과 가족에 대한 애착은 기태를 움직이는 원동력이었다.

"어렸을 때의 아픔, 군인일 때 받았던 설움과 차별이 기태를 자극했다고 생각해요. 그때가 얼마나 싫었으면 다시는 그 상황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발버둥을 칠까, 그 지점이 이해가 됐어요. 물론 그 방식이 옳다는 건 아니지만요. 가족에 대한 생각도 컸을 거예요. '내 가족은 절대 그런 지점으로 몰아넣지 말아야지', '본인 하나면 족하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 그 부분은 공감이 갔어요."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이렇게 극 중 백기태는 부와 권력을 향해 폭주하지만, 이를 표현하는 현빈의 선택은 절제였다. 이는 불같이 타오르는 장건영과의 극명한 대비를 이뤘다.

"백기태의 행동이 올바르다고는 할 수 없지만, 연기하면서 멋있게 포장되기보다는 절제된 모습을 보여주려 했어요. 불같은 정우성 선배님과 대비되는 게 포인트였죠. 행동을 예로 들면, 유연하게 손동작을 하는 포인트와 아예 절제돼서 움직이지도 않는 장면을 나눴어요. 황 국장과 중정에 있을 때는 행동이 많지 않지만, 반대로 요도호에 있을 때는 움직임이 많아요. 차갑고 날카로운 조명과 공간이 주는 분위기도 백기태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고요."

다만, 연기 칭찬을 받은 현빈에 비해 정우성의 연기는 아쉽다는 평이 많았다. 그러나 현빈은 정우성을 향한 조심스러우면서도 깊은 신뢰를 드러냈다.

"제가 감히 말씀드리기 조심스러운 부분이지만, 선배님은 저보다 훨씬 더 직시하고 계시고 더 많은 고민을 하고 계실 것 같아요. 시즌 1, 2를 같이 제작하기로 정해진 작품이라 시즌2에서는 여러 가지 다른 모습이 있을 거예요. 백기태 입장에서 장건영은 딱 정우성 선배님의 장건영이었어요. 현장에서도 본인 연기뿐만 아니라 아이디어도 많이 주셔서 도움을 많이 받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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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을 맡은 우민호 감독과의 케미스트리도 빼놓을 수 없다. 두 사람은 '하얼빈'에 이어 '메인코'까지 두 작품을 연속해서 함께 됐다. 우민호 감독은 "현빈의 새로운 얼굴을 보며 희열을 느꼈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감독님은 하얼빈에서 안중근을 보시다가 여기선 마약을 파는 백기태를 보셨으니 희열을 느끼셨을 것 같아요. 감독님이 배우가 가진 포인트나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사적인 자리에서도 잘 찾아내시거든요. 제가 몰랐던 부분이나 보여주고 싶었는데 못했던 것들을 찾아주셔서 오히려 감사드려요."

우민호 감독과의 호흡은 확신 그 자체였다. 촬영 직전까지 고민과 수정을 거듭하는 우민호 감독의 스타일이 부담될 수도 있지만, 현빈은 '오히려 그게 맞았다'며 강한 신뢰를 드러냈다.

"아침에 연락받고 가끔 당혹스러울 때도 있지만, 현장에서 감독님이 '이렇게 하자'는 대로 하면 결과적으로 그게 맞다는 게 증명돼요. 국기에 대한 경례 장면도 당일 '천석중의 상황을 똑같이 하지만 기태스럽게 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고 흑백 전환 역시 현장에서 시도해 본 거예요. '하얼빈' 촬영과 개봉, '메인코' 시즌 1·2 촬영까지 매년 겨울을 감독님과 함께 보내고 있는데 참 신기해요. 감독님은 제가 몰랐던 포인트나 보여주고 싶었던 부분을 기가 막히게 찾아내주셔서 오히려 제가 감사하죠."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시즌1을 성공적으로 마친 '메인코'는 9년 후의 이야기를 다룬 시즌2로 넘어간다. 올 하반기 공개를 목표로 현재 촬영에 매진 중인 현빈은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시즌1과는 다른 지점을 찾아내야 해서 고민이 많아요. 촬영 회차가 거듭될수록 이야기와 감정의 폭이 깊어지다 보니 표현 방법이나 새로운 것들을 찾아내려고 애쓰고 있죠. 시즌2는 9년 후의 상황인데, 기현이와 기태의 관계, 또 다른 결을 가진 장건영과의 싸움 등 본격적인 사건들이 폭넓고 깊어져요. 말 그대로 전쟁일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그는 백기태라는 인물과 함께 '줄타기'를 즐겨달라는 당부를 남겼습니다.

"저는 백기태를 단순히 악인으로만 접근하지 않았어요. 그의 행동은 분명 악인이지만, 최대한 공감할 수 있게 노력했죠. 제 나름대로 합리화시킨 부분도 있는데, 그게 어찌 보면 기태의 매력인 것 같아요. 좋아하시는 분들은 그 묘한 재미를 느끼시는 것 같고요. 시즌2에서도 저와 같이 그 줄타기를 즐겨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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