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극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주연 못지않은 존재감으로 극의 중심을 지탱하는 KBS '은애하는 도적님아'의 홍민기, tvN '언더커버 미쓰홍'의 조한결이 주인공이다. JTBC '미혼남녀의 효율적 만남'의 이기택 역시 이 흐름에 올라탈 준비를 마쳤다. 신선한 마스크와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이들은 안방극장의 새로운 '심스틸러'가 될 준비를 마쳤다.
먼저 KBS '은애하는 도적님아'(연출 함영걸·이가람/극본 이선)의 상승세 뒤에는 홍민기의 활약이 있다. 지난달 3일 4.3%로 출발한 시청률이 최근 7.0%까지 치솟은 데에는, 극을 이끄는 남지현의 호연과 더불어 서브 남주인공 홍민기의 서사가 깊어진 영향이 크다. 홍민기는 극 중 도승지 임사형의 차남이자 홍은조를 연모하는 '임재이' 역을 맡아 입체적인 캐릭터를 완성해 나가고 있다.
특히 지난 방송은 임재이 캐릭터의 변곡점이었다. 가문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던 냉철한 인물이, 사랑이라는 감정을 자각하며 변하는 과정은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임재이는 구질막 사람들에게 진심 어린 사죄를 전하는 의외의 면모를 보이는가 하면, 부친 홍민직(김석훈)을 잃고 폭주하는 홍은조를 막기 위해 스스로 악역을 자처했다. 왕을 저격하려는 홍은조의 따귀를 때려서라도 무모한 행동을 저지, 가문의 멸문지화 위기에서 그를 구해냈다. 독설을 내뱉으면서도 미세하게 떨리는 그의 눈빛은 홍은조를 향한 복잡한 죄책감과 깊은 애증을 동시에 담아내며 극의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대립 관계였던 이열과 묘한 합을 맞추는 모습은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홍민기는 죄책감과 사랑을 기반으로 본심에 충실하기 시작한 임재이의 복합적인 내면을 섬세한 결로 그려냈다. 거친 언행 뒤에 숨겨진 따스한 본질을 눈빛 하나로 치환해내는 그의 열연은 서브 서사에 힘을 실으며 뜨거운 지지를 얻고 있다.
tvN '언더커버 미쓰홍'(연출 박선호·나지현 /극본 문현경)에서는 조한결의 성장이 돋보인다. 1990년대 세기말 감성을 담은 이 레트로 오피스 코미디에서 조한결은 한민증권 회장의 외손자이자 오렌지족 시네필 알벗 오 역을 맡아 극의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영화 ‘비트’의 정우성을 오마주한 오토바이 등장 신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그는, 홍금보(박신혜)를 향한 짝사랑을 통해 점차 어른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고 있다.
초기에는 단순한 낙하산 한량처럼 보였으나, 금보를 위해 업무에 책임을 다하고 팀의 일원으로 녹아드는 모습은 캐릭터의 진정성을 더한다.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메인 서사 속에서, 조한결의 능청스럽고 풋풋한 연기는 극의 균형을 맞추는 완급 조절 장치로서 기능하고 있다.
2002년생으로 2020년 데뷔한 신예임에도 불구하고, 베테랑 선배들 사이에서 기죽지 않는 존재감을 발산하는 그의 잠재력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오는 2월 28일 첫 방송되는 JTBC 새 토일드라마 '미혼남녀의 효율적 만남'(연출 이재훈·극본 이이진)의 이기택은 앞선 두 배우와는 또 다른 결의 매력을 예고한다. 그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이자 연하남인 '신지수' 역을 맡아 여심 공략에 나선다.
극 중 신지수는 무대와 아르바이트를 오가며 효율보다는 낭만과 자유를 쫓는 인물이다. 유명세보다 자신의 신념을 중요시하던 그가 소개팅에서 만난 이의영(한지민)에게 강렬한 끌림을 느끼며 겪게 되는 가치관의 혼란은 드라마의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특히 "좋아하는 일에는 효율을 따지지 않는다"는 명대사를 가진 송태섭(박성훈)과는 대척점에서, 예측 불가능한 자유분방함으로 이의영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의 마음도 흔들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세 배우는 각기 다른 장르와 캐릭터를 통해 자신들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누군가의 아역이나 조력자에 머물지 않고, 스스로 서사를 이끌어가는 주체로서 안방극장의 세대교체를 알린 이들의 약진이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