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완 액션 보러 갔다가 박정민 멜로에 취하는 '휴민트'

한수진 기자
2026.02.06 11:56

폭발하는 액션과 가슴 미어지는 멜로
조인성·박정민·신세경·박해준의 경이로운 앙상블

영화 '휴민트'는 류승완 감독의 작품으로, 남한의 국가정보원 블랙 요원 조 과장(조인성)과 북한 보위성 조장 박건(박정민)이 북한 식당 종업원 채선화(신세경)를 매개로 얽히며 벌어지는 액션과 멜로를 결합한 영화입니다. 두 남자는 서로 다른 목적으로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하지만, 채선화를 두고 대립하며 이념이나 분단의 문제가 아닌 감정의 문제로 번지게 됩니다. 영화는 총격과 추격 장면에서도 감정을 놓치지 않는 연출과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로 액션과 멜로의 조화를 완성한 작품입니다.
'휴민트' 스틸 컷 / 사진=NEW

액션 보러 갔다가 멜로에 취해 나온다.

영화 '휴민트'(감독 류승완)가 그렇다. 액션물의 대가로 불리는 류승완 감독 작품답게 육탄전의 박진감은 더할 나위 없이 탄탄하다. 그러나 이 영화가 진짜 인상적인 지점은 액션 못지않게 짙은 멜로의 결이 함께 흐른다는 데 있다. 액션과 멜로가 따로 놀지 않고 한 화면 위에서 맞물린다. 총을 쏘고 몸을 내던지는 이유가 바로 사랑에서 비롯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관객은 총성과 추격을 따라 극장에 들어섰다가, 끝내 사람의 마음에 붙잡혀 나온다.

극 서사는 두 인물에게서 끊임없이 크고 작은 파동을 만들어내 쉴 새 없이 흥미로운 장면을 쌓아 올린다. 남한의 국가정보원 블랙 요원 조 과장(조인성)과 북한 보위성 조장 박건(박정민)이다.

'휴민트' 스틸 컷 / 사진=NEW

작품은 동남아 국제 범죄 조직을 추적하던 조 과장이 핵심 정보원을 잃으며 시작된다. 작전은 실패로 끝나고, 조 과장은 남겨진 단서를 쫓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한다. 그곳에서 그는 북한 식당 종업원 채선화(신세경)를 자신의 새 정보원으로 끌어들인다.

같은 도시로 박건도 찾아든다. 그는 국경 지역에서 벌어진 실종 사건과 수상한 자금 흐름을 쫓다가 블라디보스토크로 오게 된다. 하지만 박건이 이곳까지 온 이유는 따로 있다. 과거 약혼자였던 선화를 다시 찾기 위해서다. 임무보다 감정이 먼저였고, 추적보다 미련이 앞섰다. 이 순간부터 그의 작전은 개인적인 이야기로 변한다.

서로 다른 목적을 안고 움직이던 두 남자는 선화를 매개로 점점 얽히기 시작하고, 두 사람의 대립은 이념이나 분단의 문제가 아니라 감정의 문제로 번진다.

'휴민트' 스틸 컷 / 사진=NEW

조 과장에게 선화는 작전의 대상이면서 다시는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끝까지 붙잡아야 하는 존재다. 박건에게 선화는 목숨을 걸고서라도 현재로 되돌리고 싶은 과거다. 같은 사람을 바라보면서 두 남자의 시선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른다. 한쪽은 책임으로 붙잡고, 다른 한쪽은 미련으로 매달린다. 때문에 극 말미 선화를 지키기 위해 서로를 견제하면서도 등을 맞대고 함께 싸우는 장면은 묘한 전율을 일으킨다. 적대와 신뢰가 한 데 뒤엉킨 역설을 목격해서다.

이 감정의 밀도는 연출과 연기로 완벽에 가깝게 구현된다. 류승완 감독은 특유의 속도감 있는 액션을 유지하면서도, 인물의 얼굴과 침묵을 집요하게 붙잡는다. 총격과 추격이 몰아치는 순간에도 카메라는 감정을 놓치지 않고, 중요한 선택 앞에서는 과감하게 속도를 늦춘다. 덕분에 액션은 타격감과 서사를 함께 붙든다.

특히 '휴민트'는 액션 디테일을 위해 총알 개수까지 계산하며 탄창을 언제 갈아야 하는지까지 치밀하게 설계했다. 이 같은 집요함이 장면 하나하나에 현실성과 긴장감을 동시에 불어 넣는다.

'휴민트' 스틸 컷 / 사진=NEW

배우들의 연기도 작품의 밀도를 단단히 떠받친다. 조인성은 이번 작품에서 감정을 과시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순간을 눌러 담은 채 버티다가, 결정적인 장면에서 터뜨린다. 절제와 폭발을 오가는 연기가 유연하게 맞물리며 조 과장이라는 인물의 책임감과 흔들림을 동시에 설득한다.

반면 박정민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존재감을 만든다. 교복처럼 입고 나오는 번들대는 무스탕의 날것의 느낌처럼, 비릿하고 거칠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잘생겼다. 이것이 이 영화의 또 다른 반전이다. 선화를 향한 진득한 시선과 집요한 감정, 평범하고 거칠게만 보이던 얼굴이 사랑 앞에서 격동하는 순간, 관객은 박정민의 잘생긴 얼굴을 새롭게 마주하게 된다. 이것이 만들어내는 설렘이야말로 '휴민트'가 멜로로 기우는 중요한 동력이 된다.

'휴민트' 스틸 컷 / 사진=NEW

여기에 "어떻게 찍어도 예뻤다"는 류승완 감독의 말처럼 두 남자의 시선을 고스란히 받아내는 신세경은 존재 자체로 납득 가능한 화면을 만들어낸다. 이 첩보극은 그렇게 장르적 쾌감과 감정의 밀도를 함께 갖춘 작품으로 완성된다. '사랑꾼 관식' 이미지에서 벗어나 냉혹하고 비열한 권력자로 변신한 박해준의 연기 역시 극에 긴장과 풍미를 더하는 양념이다.

'휴민트'는 잘 만든 첩보 액션이면서 잘 만든 멜로 영화다. 총성과 폭발로 관객을 끌어들이고, 인물의 선택과 사랑으로 시선을 끝까지 붙든다. 액션의 쾌감과 멜로의 여운이 더할 나위 없이 조화롭게 맞물린다. 류승완의 액션, 조인성의 절제, 박정민의 순정이 만들어낸 의외이면서 설득력 있는 조합이다.

'휴민트'는 오는 11일 개봉한다. 관람가는 15세 이상, 러닝타임은 119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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