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만 배우' 등극 임박한 유해진, 영화와 사는 남자

윤준호(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6.03.03 09:18
유해진이 영화 '왕과 사는 남자'로 5번째 1000만 영화 타이틀롤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는 '왕의 남자'에서 광대 역으로 1200만 관객을 동원했고, '베테랑'에서는 비열한 최상무 역으로 1000만 관객을 기록했다. 또한 '택시운전사'에서는 소시민 택시운전사 역으로 1218만 관객을 동원했으며, '파묘'에서는 장례지도사 역으로 1191만 관객을 모았다. 유해진은 시대극과 사극에서 특히 높은 타율을 보이며 5번째 1000만 영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KBS 2TV '말자쇼'./사진제공=KBS 2TV '말자쇼' 

이제는 ‘1000만 초읽기’로 봐야 한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이야기다. 3.1절 하루에만 81만여 명을 동원하더니 900만을 돌파했다. 개봉 27일째 기록한 스코어여서 놀랍다. 주중이나 주말께 1000만 관객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 영화의 타이틀롤은 배우 유해진이다. 그가 연기한 엄흥도가 ‘왕(단종)과 사는 남자’이기 때문이다. 유해진은 또 한 편의 ‘1000만 영화’를 추가하게 됐다. 왜 그에게 이런 축복이 연이어 오는 것일까? 이는 우연이 아니다. 그의 빼어난 연기력, 그리고 작품보는 눈이 만든 성과다.

일단 그가 참여한 역대 1000만 영화를 살펴보자. 유해진의 첫 1000만 영화는 2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화 ‘왕의 남자’다. 극 중 광대 육갑 역을 맡았다. 이 영화는 12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았다.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제작돼 당시 역대 최고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두 번째 1000만 영화는 10년 만에 다시 만났다.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이었다. 여기서 그는 비열한 이미지를 가진 최상무를 연기했다. 승진에 눈이 멀어 재벌 2세 조태오의 잘못을 대신 뒤집어쓰려 했던 인물이다.

세 번째 행운은 불과 2년 만에 다시 찾아왔다. ‘택시운전사’였다. 이 작품에서 그는 튀지 않았다. 한 가정의 가장이자 소시민인 택시운전사 황태술 역을 맡아 1980년 광주에 살던 보편적인 인간상을 보여줬다. 1218만 관객이 그의 연기를 극장에서 확인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시기에도 꾸준히 주연작을 공개하며 충무로의 명맥을 잇는 그는 2024년 또 한 번 ‘사고’를 친다. 한국형 오컬트물인 ‘파묘’로 1191만 관객을 동원했다. 장례지도사 고영근 역을 맡아 최민식, 김고은, 이도현 등과 완벽한 앙상블을 이뤘다.

사진제공=쇼박스

그리고 이제 ‘왕과 사는 남자’가 그가 참여한 5번째 1000만 영화 등극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앞선 1000만 영화에서 그가 조연 혹은 여러 주연 중 한 명이었다면, ‘왕과 사는 남자’에서는 어엿한 타이틀롤이다. 단종 역을 맡은 박지훈의 연기도 돋보였지만 "유해진이 이끌어줬기에 가능한 성과"라는 것이 중론이다.

그렇다면 유해진에게는 어떤 힘이 있는 것일까? 일단 연기 스펙트럼이 넓다. 처절할 정도로 비열한 연기부터 함박웃음이 터져나오게 만드는 코믹 연기에도 능하다. ‘베테랑’의 최상무를 비롯해 ‘부당거래’의 장석구, ‘야당’의 구관희가 전자에 해당된다. 후자는 너무 많다. ‘타짜’의 고광렬이 대표적이고 ‘공조’의 강진태, ‘해적’의 철봉, ‘전우치’의 초랭이 등을 보고 있노라면 자연스럽게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말로 형언하기 어려운 캐릭터도 있다. ‘이끼’의 김덕천이다. 어딘가 모자라 보이는 그가 맹목적으로 이장의 지시에 따르고 분노를 폭발시키는 광기는 명불허전이었다. 고난도 액션과 코믹 연기를 뒤섞은 ‘럭키’ 역시 유해진의 매력을 십분 살린 작품이었다.

유해진은 시대극이나 사극에 참여했을 때 유독 타율이 높다. ‘왕의 남자’로 시작해 ‘택시운전사’, ‘1987’, ‘왕과 사는 남자’ 등 시대극 불패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왕과 사는 남자’ 개봉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사극에 출연하면 흥행이 더 잘 되는 편"이라며 "역사 속 이야기가 세대를 아우르는 공통된 큰 감정을 품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가 민초 역할만 잘 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폭군 인조 역을 맡은 영화 ‘올빼미’는 유해진의 진가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아들인 소현세자를 독살하는 섬뜩한 왕의 모습이 유해진을 통해 실감나게 표현됐다. 하지만 정작 그는 "‘왕의 남자’를 촬영할 때 엄청 더웠다. 돌바닥에 누워있곤 했는데, 옷차림이 주는 심리적 자유로움이 있다. 민초가 제게 더 맞는 옷"이라고 너스레를 떤다.

또 한 편의 1000만 영화를 필모그래피에 추가시킨 그는 올해 말 신작 ‘암살자(들)’로 돌아온다. 허진호 감독이 연출을 맡은 이 작품은 1974년 광복절 기념식에서 발생한 육영수 여사 저격 사건을 극화한 작품이다. 사극·시대극 불패 신화를 쓰고 있는 유해진이 다시금 과거로 관객들을 소환한다. ‘믿고 보는 연기’를 또 다시 감상할 기회다.

윤준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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