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힘은 참가자에게서 나온다. 실력과 매력이 갖춰졌을 때 그 이야기를 얼마나 밀도 있게 담아내느냐가 관건이다. 4년 만에 돌아온 Mnet '쇼미더머니12'는 그 균형을 다시 고민하며 출발했다. 익숙한 포맷을 유지하면서도 글로벌 예선, 송캠프, 히든 리그 티빙 '야차의 세계' 등 새로운 장치를 더했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시즌4 연출을 시작으로 오랜 세월 '쇼미더머니'를 이끌어온 최효진 CP가 있다.
'쇼미더머니12'는 방송 초반부터 화제성을 입증했다. TV와 OTT를 아우르는 비드라마 화제성 지표에서 1위를 기록했고, 온라인에서는 관련 영상 조회 수가 빠르게 누적되며 확산력을 보여줬다. 글로벌 예선 확대와 새로운 미션 도입, '야차의 세계'와의 연계 구조까지 더해지면서 시즌 초반부터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냈다.
오랜만에 돌아온 시즌인 만큼 최효진 CP는 무엇보다 반응을 지켜보는 일이 가장 긴장됐다고 했다. 최 CP는 "오랜만에 하는 시즌이라 많이 걱정했다. 기획하면서부터 고민을 많이 하고 신경도 많이 썼는데 생각한 것 이상으로 반응을 주셔서 재밌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 만큼 포맷 변화에 대한 고민도 적지 않았다. 오랜 시즌을 이어온 프로그램인 만큼 어디까지 바꾸고 어디까지 유지할지를 두고 제작진 내부에서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
"오래된 프로그램이다 보니 익숙한 서사 구조가 있어요. 그걸 너무 바꾸면 브랜드 가치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큰 구조는 유지하되 참가자들의 프로듀싱 능력이 많이 좋아진 만큼 송캠프 같은 새로운 시도를 넣었어요. 글로벌 참가자나 '야차의 세계' 같은 히든 트랙도 같은 고민에서 나온 장치예요."
본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글로벌 참가자 확대다. 제작진 역시 얼마나 많은 해외 지원자가 몰릴지 예측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 지원 규모는 제작진의 예상보다 훨씬 컸고, 힙합이라는 장르가 가진 보편성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글로벌 예선을 처음 해보는 거라 얼마나 지원이 올지 가늠이 안 됐어요. 실제로 현장에 온 분들보다 지원자가 훨씬 많았죠. 힙합은 가사가 중요하기 때문에 언어의 장벽이 크게 작용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막상 미션을 진행해 보니 생각보다 큰 문제는 아니었어요. 통역을 제공하기도 했지만 무대에서 표현되는 여러 요소가 함께 전달되다 보니 심사에서도 크게 어려움이 없었어요."
특히 태국 래퍼 밀리의 참가 과정은 제작진에게도 인상 깊었다. 글로벌 예선을 알리기 위해 해외 매체와 다양한 매니지먼트에 직접 연락하며 참가자를 찾던 과정에서, 세계적인 음악 페스티벌 코첼라 무대에 오른 태국의 랩스타 밀리와 예상치 못한 연결이 이뤄졌다.
"글로벌 예선을 알리기 위해 해외 매체에 홍보 기사를 내고 다양한 매니지먼트에도 연락했어요. 밀리 역시 그런 과정에서 컨택이 이뤄졌죠. 밀리가 한국 힙합을 좋아하고 한국 아티스트들과 교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본인이 직접 프로그램 참가 의사를 먼저 전달해 왔어요. 아티스트로서 입지가 있는 만큼 끝까지 실제로 참가할지 걱정도 했는데 결국 예선에 와줘서 놀랐어요."
티빙에서 공개된 '야차의 세계'는 본편과는 또 다른 재미를 만들어냈다. 규칙이 없는 환경에서 참가자들의 다양한 면을 보여주겠다는 기획 의도가 반영된 결과다.
"'쇼미더머니'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은 결국 라운드 구조가 강하게 작동해요. 그런데 한 번의 무대나 짧은 랩으로 평가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탈락한 참가자들도 실력이 부족해서라기보다 그날의 컨디션 등 다양한 변수에서 당락이 결정되는 게 안타깝다고 생각했어요. '야차의 세계'는 그런 참가자들이 가진 또 다른 면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발했어요."
실제로 '야차의 세계'는 제작진의 예상보다 더 큰 관심을 끌었다. 언텔, 캄보, 나우아임영 등 개성 강한 참가자들이 연이어 화제를 모으며 본 프로그램과 쌍끌이 시너지를 이뤄냈다. OTT 플랫폼이라는 환경 덕분에 참가자들의 보다 자연스럽고 날것의 모습이 드러났다는 점도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인 요인으로 꼽힌다.
"'야차의 세계'는 히든 트랙 성격이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아껴주셔서 감사해요. 규칙이 없다 보니 참가자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더 많이 나오고 이야기도 풍부하게 생겼어요. 1차전부터 고군분투한 캄보가 탈락하며 눈물을 쏟았을 때 현장 스태프들도 함께 울 정도로 몰입감이 컸어요. 그런 순간들이 이 프로그램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준 것 같습니다."
시즌12 참가자들의 분위기도 이전 시즌과 달라졌다고 했다. 래퍼들의 태도가 한층 차분해지고 음악에 대한 진지함이 더 강조됐다. 최효진 CP는 "이번 시즌 참가자들을 보면서 이전보다 훨씬 젠틀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힙합이 예전에는 언더 문화 색채가 강했지만 지금은 K팝 아티스트들과 교류도 많아지고 장르 자체가 더 넓어졌다. 그래서인지 참가자들도 더 보편적인 감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효진 CP가 이번 시즌을 통해 가장 전달하고 싶은 것은 결국 힙합이라는 장르가 가진 진정성이다. 화제성이나 캐릭터보다 음악과 삶이 만나는 지점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다.
"힙합이 개성이 강한 장르다 보니 때로는 캐릭터나 사건이 더 부각되기도 해요. 하지만 옆에서 오래 지켜보면 래퍼들도 결국 삶을 걸고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죠. 장르적 특성이 통통 튀어 보일 수는 있지만 그 안에는 분명 진심이 있어요. 이번 시즌을 통해 그런 진정성이 조금이나마 전달됐으면 좋겠습니다."
최효진 CP는 MC 김진표 못지않은 '쇼미더머니'의 산증인이다. 2015년 시즌4 연출을 맡으며 처음 인연을 맺은 뒤 10여 년 동안 프로그램을 이끌어오며 한국 힙합 신의 변화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봤다. 그 사이 힙합은 대중음악에서 가장 뜨거운 장르로 떠오르기도 했고, 때로는 논란과 부침을 겪기도 했다. 연출자로서 무대를 만들면서 동시에 그 흐름을 기록해 온 셈이다.
"PD 생활을 오래 했지만 한 콘텐츠를 이렇게 오랫동안 한 건 '쇼미더머니'가 유일해요.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힙합이라는 장르로 이렇게 긴 시간 프로그램이 이어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돌이켜 보면 힙합이 가진 문화적 힘과 메시지, 그리고 음악을 지탱해 온 래퍼와 프로듀서들의 매력 덕분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쇼미더머니'를 하면서 힙합을 더 많이 듣게 됐고, 음악에 대한 애정도 더 커졌어요."
남은 방송에서는 음악적인 재미가 더 크게 펼쳐질 예정이다. 팀 결성과 본선 무대가 시작되며 '쇼미더머니' 특유의 공연형 서사가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앞으로는 음악적으로 보여줄 것들이 더 많이 남아 있습니다. 본선 무대도 다채롭고 피처링 라인업도 다양해요. 프로듀서 음악과 참가자 케미스트리가 만나면서 만들어지는 무대의 완성도가 이전 시즌보다 높다는 생각이 들어 개인적으로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12부작으로 구성된 '쇼미더머니12'는 현재 8회까지 공개된 상황으로, 매주 목요일 오후 9시 20분 방송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