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는 방송가에서 요즘 가장 핫한 아이템 중 하나다.
연애를 다룬 예능들이 인기가 좋다 보니 젊은 미혼 남녀의 만남을 넘어 돌싱, 실버, 점술가 등 다양한 대상들이 썸을 타는 수많은 프로그램들이 선보이고 있다. 지난 8일부터 일요일 늦은 저녁 3부작으로 방송되는 SBS ‘내 마음이 몽글몽글-몽글상담소’(이하 ‘몽글상담소’)도 연애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몽글상담소’는 유행하는 연애 예능과는 성격이 좀 다르다. 대상이 발달장애 청년들이다. 청춘이기에 꿈꾸지만 기회가 없었던 연애와 사랑의 과정을 시사교양 프로그램 관점에서 다루고 있다.
그렇다고 너무 심각하지도 않다. 발달장애 청년들의 첫 만남과 관계의 진전, 그리고 그 전후 사연들이 ‘몽글몽글’하게 담겨있다. 문득문득 무겁게 반응하게 되는 순간들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밝고 흥겨우며 사랑스럽다.
상담소장으로 이효리 이상순 부부가 참여하고 있다. 발달장애 청년들의 연애에 대한 고민을 들어주고 조언과 응원을 전하는데 이들로 인해서도 프로그램 분위기가 친근하면서 적절히 유쾌하다.
늘 주인공이었던 이효리 이상순은 이 프로그램에서는 들러리 역할에 진심이다. 어쩌면 난이도가 높은 이 프로그램의 진행자 역할을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수행해내고 있다.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연출한 고혜린 PD는 이 프로그램이 실제 20대 발달장애 청년인 자신의 남동생이 출발점임을 인터뷰를 통해 알리고 있다. 청년과 청춘이라 하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단어가 사랑과 연애이고 발달장애 청년들도 우리 사회 청춘의 일부인데 우리가 쉽게 떠올리지 않던 청춘을 다시 바라보려는 이야기로 설명했다.
처음을 여는 1회 인트로에서 발달장애 청춘들이 자신의 직업과 함께 등장하는데 이들은 택시운전사 사무보조 바리스타 수영선수 종업원 대학생 직장인 작곡가(연주가) 공연예술가 웹툰작가 시인 배우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 중이다. 이들이 소개팅으로 첫 만남, 연애를 거치면서 관계 진전의 행복함과 엇갈림의 상심을 경험하게 된다.
‘몽글상담소’의 출연자들은 누군가를 단독으로 만나 보는 일 자체가 처음인 경우, 혼자서 어딘가를 찾아가 본 적이 없어 소개팅 장소를 며칠 전부터 몇 차례 오가며 준비를 하는 경우 등 비장애인 성인들과는 조금 다른 모습도 있지만 그래도 청춘의 연애는 다 비슷하다.
첫 이성을 만나는 순간이 너무 긴장돼 자리를 박차고 나가고 싶어하거나, 그 자리에 어울리는 매끄러운 대화를 하기보다 엉뚱한 소리를 하게 되는 상황은 대개 다들 그렇다. 시작이 서툴기 쉬운 연애의 보편적인 상황들이다.
처음 만나는 상대가 어려워하면 자신이 적극적이 돼서 분위기를 끌고 가려고 노력한다. 상대를 추켜세우는 예쁜 말을 이어가려 애쓴다. 서로 통하는 대화 소재를 찾기 위해 안간 힘을 쓴다. 연애를 시작하는 청춘 누구에게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설레고 순수한 순간들이다.
이처럼 ‘몽글상담소’에서 시청자들은 어떤 새로운 연애가 아닌, 자신들이 알고 있는 청춘의 연애를 고스란히 만나게 된다. 발달장애 청년들의 연애는 살짝 아이 같고 살짝 서툴 뿐이다. 하지만 ‘몽글상담소’는 어른스럽지 못하고 능숙하지 못한 경우는 발달장애 여부와 상관없이 흔하고 그 정도의 차이는 의미가 없어 보이게 만든다.
첫 소개팅의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집에 가야 하는 경우에서는 점점 더 나아질 것이니까 꼭 또 도전하라고 응원하는 마음도 생긴다. 그렇게 ‘몽글상담소’의 연애는 내 일 같고 흥미진진하다.
방송과 관련해 우려의 소리도 있다. 장애를 방송으로 다루는 것은 조심해야 할 소재라는 지적이 있다. 방송을 통해 대중 노출이나 연애의 결과가 긍정적이지 않을 경우 출연자들이 상처받는 상황을 걱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몽글상담소’가 우리의 청춘들인데 잘 몰랐던 한 부분에 대해 첫 연애라는 흥미진진한 소재로 관심을 갖고 유심히 보게 만드는 것만은 분명하다. 출연자 지원은 첫 회에 어릴 때 친구들이 지적장애 옮는다고 같이 놀지 말라고 주변에서 따돌렸던 일을 털어놨다.
그런 상황을 줄이는데 거창하고 대대적인 캠페인도 필요하지만 ‘내 일처럼’ ‘몽글몽글하게’ 접근하는 ‘몽글상담소’ 같은 스토리텔링도 더 많아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