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금요일 밤 팝콘 한통을 들고 머리는 비우고 가슴은 웅장한 SF 액션물 ‘워 머신: 전쟁 기계(War Machine)’을 공개했다. ‘값비싼 미 국방부 홍보영화’라는 조롱 섞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오랜만에 찾아온 화끈하고 순도 높은 오락영화임은 부인할 수 없다. 미국과 이란 전쟁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인의 애국심을 부르짖고 미군 찬가를 외치는 '워 머신'은 공개 시점은 절묘하다.
‘워 머신’은 아프가니스탄에서 공습을 받아 동생을 잃은 공병 ‘81’(앨런 리치슨)이 트라우마와 육체적 고통 속에 미군 정예부대 레인저 훈련에 도전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함께 레인저가 되자고 했던 동생의 소망을 이뤄주기 위해 레인저 입단 지원을 멈추지 않던 그는 모든 과정을 이겨내고 마지막 테스트만을 남겨둔다. 마찬가지로 최종 테스트까지 살아남은 동료들과 마지막 훈련에 나선 81은 막강한 화력을 자랑하는 외계 전투 기계와 맞서게 된다. 외계에서 온 살상 기계 앞에서 훈련은 순식간에 학살로 변하고, 동료들은 하나둘 쓰러지며 생존 게임이 시작된다.
외계 위협이라는 익숙한 설정 위에 인간의 트라우마와 생존 서사를 결합한 SF 액션 블록버스터 ‘워 머신’은 외계 로봇이 등장하는 이유나 기타의 설명은 배제하고 압도적인 적 앞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미군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동생을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상실감으로 마음을 열지 못하던 주인공이 무기 없이 주변의 환경과 지리, 자원을 이용해 대항하는 과정에서 동료들에게 마음을 열고 트라우마를 이겨낸다.
영화의 중심에는 81을 연기한 앨런 리치슨이 있다. 아마존 인기시리즈 ‘리처’를 통해 할리우드가 주목하는 액션스타로 부상한 리치슨은 전성기 시절 아놀드 슈왈제네거나 실베스터 스탤론을 연상시키는 강인한 피지컬로 화면을 가득 채운다. 191cm의 장신에 근육질의 몸, 남성미 넘치는 무표정의 얼굴은 액션 배우로서의 강렬한 타격감, 강인한 파워를 뽐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서사와 개연성 면에서의 아쉬움이 있더라도 “일단 재밌게 즐겨라”는 일관된 태도로 돌진하는 SF 액션 영화로서의 장점은 확실하다. 미 육군 레인저 선발 훈련의 마지막 단계에서 시작된 임무가 외계 기계와의 생존 전투로 변해버린다는 설정에 블록버스터급 액션 스케일 뒤섞인 팝콘 무비의 정수를 보여준다. 그리고 트라우마를 딛고 진정한 레인저로 거듭나는 주인공의 성장과 활약, 리더로의 재탄생이 약 107분 동안 속도감 있게 그려진다.
클리셰와 빈약한 서사, 블록버스터들이 걸어온 미국 중심의 지구 구하기 대작전을 그대로 답습한다는 점에서 ‘워 머신’은 새로울 것이 없는 액션 무비다. 주인공 외에는 다 배경화면으로만 존재하는 등장인물들과 마치 ‘젊은이들이여, 당장 펜타곤으로 오라’고 외치는 듯한 미군 예찬은 비판을 받을 만한 요소다.
그럼에도 ‘워 머신’의 장점은 명확하다. 복잡한 해석이 필요 없는 전형적인 팝콘 무비로 100여분을 가볍게 즐길 수 있다. 복잡한 복선이나 반전 따위는 싹 걷어내고 외계 기계와 인간 병사의 대결이라는 단순한 구조, 빠른 전개, 그리고 강렬한 액션 시퀀스는 오락영화로서 충분한 자질을 갖췄다. 특히 자연 환경을 적극 활용한 로케이션과 실감 나는 사운드 디자인, 그리고 거대한 스케일의 전투 장면은 제대로 된 액션 쾌감을 선사한다. 뻔하고 식상하고 오글거리지만 액션 장르가 가질 미덕만큼은 정직하다.
외계 살상 로봇보다도 제목인 전쟁기계에 어쩌면 더 걸맞는 리치슨의 헐크같은 액션은 “레인저 만세”를 외치며 속편에서 다시 만날 것을 예고했다. 외계 살상 무기와의 사투 끝에 가까스로 살아남은 81은 본격적인 전쟁으로 뛰어들면서 ’워 머신’ 프랜차이즈의 가능성을 열어둔다.
정명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