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지 유나, 다디단 솔로 증명 [뉴트랙 쿨리뷰]

한수진 ize 기자
2026.03.24 11:51

데뷔 7년만 첫 솔로 앨범 'Ice Cream'
팀 컬러 내려놓고 오롯하게 채운 '유나다움'
부수는 대신 녹아드는 달콤한 사운드

있지 유나가 데뷔 7년 만에 첫 솔로 미니 앨범 'Ice Cream'을 발매했다. 유나는 팀의 강력한 퍼포먼스와 메시지 대신 본인다운 쾌활함과 여유를 택하며 부드러운 변화를 시도했다. 앨범은 달콤하고 명랑한 정서의 타이틀곡 'Ice Cream'을 포함해 다채로운 장르의 수록곡들로 편안하고 긍정적인 감상을 선사했다.
있지 유나 / 사진=JYP엔터테인먼트

K팝 신에서 있지(ITZY)라는 이름이 대중에게 주는 기대감은 분명하다. 데뷔 초부터 지금까지 이들은 뼈가 부서질 듯 강력한 퍼포먼스와 당당하고 거침없는 메시지, 그리고 눈과 귀를 타격하는 사운드를 팀의 정체성으로 삼아왔다. 하지만 팀의 막내에서 어엿한 솔로 아티스트로 첫발을 내디딘 유나는 데뷔 7년 만의 첫 미니 앨범 'Ice Cream'(아이스크림)으로 그 익숙함을 부드럽게 배반한다. 애써 힘주거나 자신을 증명하려 핏대를 세우는 대신, 가장 본인다운 쾌활함과 나른한 여유를 택하며 기분 좋은 힘 빼기의 미학을 보여준다.

앨범명과 동명의 타이틀곡 'Ice Cream'은 제목이 품은 직관성처럼 달콤하고 명랑한 정서가 노래 전반을 관통한다. 통통 튀는 비트의 버블검 팝 장르를 차용한 이 곡은, 최근 아이돌 음악에서 흔히 쓰이는 맹렬한 비트나 고막을 긁어내는 듯한 거친 자극은 과감히 덜어냈다.

이 곡의 메시지는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하게 녹아가는 지금 이 순간을 즐기자'다. 사운드 역시 메시지를 따라 부드러우면서 몽글몽글하고 싱그러우면서 경쾌하다. 물론 한 번 들으면 뇌리에 박히는 날카로운 훅이나 귀를 확 잡아채는 캐치함이 다소 약하게 느껴질 수는 있다. 그러나 이 곡의 진짜 무기는 자극의 부재가 만들어내는 편안한 감상에 있다. 사운드 곳곳에 스며든 유나 본연의 긍정성은 기분 좋은 감상을 배가한다.

있지 유나 / 사진=JYP엔터테인먼트

비주얼과 퍼포먼스에서는 더 큰 힘을 발휘한다. 유나는 자신의 가장 큰 강점인 맑고 긍정적인 에너지, 그리고 타고난 신체 조건(아웃핏)에서 뿜어져 나오는 독보적인 아우라로 무대를 꽉 채운다. 리전드필름 윤승림 감독과 협업한 뮤직비디오는 감각적인 영상미로 팝스타의 면모를 부각하고, 라치카와 루트가 참여한 안무는 쉴 틈 없이 몰아치는 군무 대신 유려한 춤선과 여유로운 표정 연기를 돋보이게 하는 데 집중한다. 누구나 따라 하기 쉬운 손동작 포인트 안무는 유나 본연의 매력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가장 적절한 수준의 퍼포먼스를 완성해 낸다.

수록곡들의 유기성 역시 타이틀곡이 품은 유하면서 기분 좋은 스탠스를 해치지 않고 영리하게 연장선을 긋는다. 힙합과 브레이크 비트를 기반으로 한 2번 트랙 'B-Boy'(비보이)는 장르적 특성에도 불구하고 묵직한 타격감 대신 하늘을 유영하듯 가벼운 움직임을 묘사한다. 이어지는 'Blue Maze'(블루 메이즈)는 R&B와 소프트 펑크의 몽환적인 질감으로 부드러운 설렘을 그리고, 마지막 트랙 'Hyper Dream'(하이퍼 드림)은 화려한 신스팝 사운드로 꿈의 세계로 뛰어드는 해방감을 선사한다. 장르는 다채롭게 변주되지만 편안하게 감싸안는 앨범의 전체적인 온도는 일정하게 유지된다.

"잠을 못 자서 찌뿌둥할 때도, 날씨가 꿀꿀할 때도 이 노래를 떠올리면 그냥 미소가 지어졌으면 좋겠다. 나의 'Ice Cream'은 저당이 아니라 고당도"라던 유나의 말은 이번 앨범을 요약한다. 무언가를 타파하고 부수던 있지의 막내는 이제 기분 좋은 휴식처를 제공할 줄 아는 '솔로 아티스트'로 한 발 나아갔다. 때로는 거창한 증명이나 서늘한 카리스마보다 자연스럽고 티 없는 미소가 훨씬 더 강력한 무기가 되기도 한다. 7년 만에 껍질을 깨고 나온 유나의 첫 솔로 앨범 'Ice Cream'이 바로 그 다디단 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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