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드라마 왕국'이라는 표현이 쓰였다. 이 수식어에 가장 근접한 방송사는 단연 MBC였다. 과거 평일극 전성시대를 이끈 것은 물론, 2021년 금토극을 신설한 이후에는 '옷소매 붉은 끝동'과 '연인'으로 대표되는 웰메이드 로맨스 사극 계보까지 쌓아 올리며 존재감을 입증했다. 그러나 지난해 선보인 다수의 작품이 기대만큼 힘을 쓰지 못한 데다, 가장 최근작 '찬란한 너의 계절에'마저 시청률 부진에 빠지면서 한동안 주춤한 흐름을 보였다.
10~20년 전까지만 해도 로맨스 드라마의 기준은 '신데렐라 스토리'였다. 하지만 이제는 뻔한 전개로 시청률 5%를 넘기기 어렵다. 이제는 다변화와 변주가 생명이다. 오늘(10일) 첫 방송하는 '21세기 대군부인'은 MBC가 꺼내든 가장 날카로운 타개책이다. 이 작품은 입헌군주제라는 클래식한 뼈대를 갖추면서도 확장성을 띤다.
이 작품이 기대받는 진짜 이유는 대세 배우 아이유와 변우석의 만남에 있다. 현재 이 두 사람이 대한민국 방송가에서 갖는 상징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각자 전작 '폭싹 속았수다'와 '선재 업고 튀어'로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켰다. 거절하는 대본이 산더미인 이들이 이 작품을 택한 것은 세계관과 캐릭터의 매력에 매료됐기 때문이다. 아이유가 맡은 성희주는 수동적인 캔디가 아니라 능력치 만렙의 주체적 재벌이고, 변우석의 이안대군은 화려한 외양 뒤에 복잡한 운명과 억눌린 감정을 품은 인물이다.
아이유와 변우석은 현재 방송가에서 또 한 번 사고를 칠 완벽한 준비를 마쳤다. 아이유는 '나의 아저씨', '호텔 델루나'를 거쳐 최근 '폭싹 속았수다'로 압도적인 연기력을 증명했고, 변우석은 '선재 업고 튀어'로 대한민국을 뒤흔든 타이틀롤이다.
아이유와 변우석은 현재 이름만으로도 글로벌 OTT 플랫폼과 SNS를 뒤흔드는 '현역 최고'다. TV 본방송 시청률뿐만 아니라, 이들의 텐션이 담긴 숏폼 하이라이트 영상은 유튜브와 틱톡에서 단숨에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할 것이 자명하다. 이들의 팬덤은 상당히 거대하고 또 조직적으로 움직인다.
작품에 대한 두 사람의 자신감도 분명하다. 아이유는 대본 리딩 현장에서 "2026년 드라마계를 '21세기 대군부인'이 접수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고, 변우석 역시 "2026년 세계를 뒤흔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하며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전작 '찬란한 너의 계절에'가 2~3%대 시청률로 고전하며 다소 아쉬운 퇴장을 했지만 '21세기 대군부인' 앞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전망이다. 방송 전부터 이끈 압도적인 화제성을 고려하면 방영 초반 단숨에 주말극 판도를 뒤집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 작품이 택한 장르의 역사도 빼놓을 수 없다. 대한민국이 입헌군주국이라는 판타지 설정의 흥행은 20년 전 신드롬을 일으킨 '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더킹 투하츠', '황후의 품격' 등 방송사마다 굵직한 히트작을 배출했다. 이 입헌군주제라는 세계관은 화려한 시각적 볼거리와 계급 차이에서 오는 갈등 서사를 동시에 담보하는 강력한 흥행 보증 수표다.
드라마의 서사 구조 역시 빈틈이 없다. 신데렐라 스토리는 운 좋은 여성의 이야기라는 편견이 있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시대가 변했다. 시청자들은 맹목적인 구원을 기다리는 여주인공을 원하지 않는다. 이 작품은 자신의 신념과 커리어를 무기로 황실과 당당히 거래를 트는 현대 여성과, 왕좌의 무게를 짊어지고 날을 세운 대군의 이야기다. 2026년 대중의 눈높이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쌍방향 구원과 주체적 서사로서 장르를 즐기게 된다는 것이다.
'21세기 대군부인'이 지닌 스타 파워와 입헌군주제라는 장르적 쾌감은 TV 밖에서도 그 영향력이 즉각 입증될 킬러 콘텐츠다. 여기에 두 대세 배우가 완성할 로맨스까지 더해진 이상 흥행하지 않는 편이 오히려 더 어렵다. 기대감이 치솟을 수밖에 없는 '대작'의 안방 강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