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릿, 모두의 '최애'를 정조준한 도파민 팝 [뉴트랙 쿨리뷰]

한수진 ize 기자
2026.05.06 12:02

지난달 30일 미니 4집 '마밀라피나타파이' 발매
타이틀곡 '잇츠 미', 중독적 훅과 키치한 가사로 도파민 자극

아일릿은 지난달 30일 미니 4집 '마밀라피나타파이'를 발매하며 타이틀곡 '잇츠 미'로 중독적인 훅과 키치한 가사를 선보였다. 이번 앨범은 데뷔 후 처음 시도하는 테크노 장르와 함께 '1020 세대의 거울'로서 동시대의 공감대를 정교하게 파고들었다. 아일릿은 '마그네틱'과 '낫 큐트 애니모어'를 거쳐 '마밀라피나타파이'를 통해 더욱 단단하고 주체적인 청춘으로 성장했음을 증명했다.
걸그룹 아일릿 / 사진=빌리프랩

마밀라피나타파이(MAMIHLAPINATAPAI). 남미 야간족의 언어로, '서로 원하지만 누구도 먼저 나서지 않는 눈치싸움'을 뜻하는 이 길고 오묘한 단어는 누군가와 관계가 깊어지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마주하는 모호한 과도기를 설명한다. 설렘과 긴장, 좋음과 싫음이라는 단순한 이분법으로는 정의할 수 없는 미묘한 교감의 찰나. 보통의 존재들은 이 숨 막히는 긴장감 속에서 상대의 눈치를 보며 주저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데뷔 2주년을 훌쩍 넘기며 단단한 심지를 구축한 걸그룹 아일릿(ILLIT)은 이 지루한 수수방관의 굴레를 단숨에 끊어낸다. 지난달 30일 발매한 미니 4집 '마밀라피나타파이'에서 아일릿은 묻는다. 그리고 곧바로 답한다. "Who's your bias? I'm your bias!(너의 최애는 누구야? 바로 나야!)"라고.

타이틀곡 '잇츠 미'(It's Me)는 고민이 깊어지는 찰나의 순간, 망설임 없이 직진을 선택한 아일릿의 거침없는 매력이 폭발하는 트랙이다. 데뷔 후 처음 시도하는 테크노 장르는 이러한 당돌한 선언에 완벽한 추진력을 제공한다.

도입부부터 귓가를 강렬하게 타격하는 중독적인 훅과 속도감 있게 휘몰아치는 강렬한 비트는 도파민을 즉각적으로 자극한다. "Prada보다 비싼 대체불가 나인데 / 번잡한 옆 동네 넌 왜 거길 또 헤매", "수수방관 like tortilla"처럼 재기발랄하고 엉뚱한 가사들은 테크노 사운드 위에 아일릿 특유의 키치함을 절묘하게 흩뿌린다.

걸그룹 아일릿 / 사진=빌리프랩

퍼포먼스와 비주얼 역시 곡의 메시지와 결을 같이 한다. 시그니처인 '마법 소녀' 손동작에 고농축 에너지를 담은 리드미컬한 스텝을 얹고, 뻔뻔하리만치 자신감 넘치는 표정 연기로 무대를 장악한다. 뮤직비디오 속에서 시선을 독차지하기 위해 기묘한 댄스 배틀을 벌이는 모습은 전작 '낫 큐트 애니모어'(NOT CUTE ANYMORE)에서의 주체적 면모를 한층 더 진화시켜 보여준다. 외부의 기대나 타인의 시선에 갇히지 않고("날 가두지 마 보석함"), 조금 엉뚱하더라도 나의 감정에 가장 솔직하겠다는 애티튜드다. 모카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야말로 "한 번 먹으면 멈출 수 없는 훠궈" 같은 지독한 매력이다.

이번 신보가 아일릿의 디스코그래피에서 가장 극적인 변곡점이자 영리한 결과물로 평가받아야 하는 이유는 이들이 단순히 장르적 일탈에만 머무르지 않고 '1020 세대의 거울'로서 동시대의 공감대를 정교하게 파고들어서다. 총 5개의 트랙은 또래 세대가 일상에서 겪는 감정의 조각들을 다각도로 비추는 훌륭한 플레이리스트다.

첫 트랙 'GRWM (Get Ready With Me)'는 드럼 앤 베이스 리듬 위로 뷰티 튜토리얼을 연상케 하는 아기자기한 가사를 얹어 친밀한 유대감을 그려내고, 일렉트로 팝 장르의 '파우, 파우!'(paw, paw!)는 반려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반려동물과의 애틋한 교감을 묵직한 베이스 사운드로 풀어낸다(이 곡은 멤버 이로하가 직접 작사에 참여해 진정성을 더했다). 특히 앨범과 동명인 4번 트랙 '마밀라피나타파이'는 조별 과제 앞의 눈치게임을 다루며 수많은 책임 앞에서 게으른 완벽주의자가 돼버린 청년 세대의 모습을 아메리칸 팝 록 스케일로 유쾌하게 풍자한다.

걸그룹 아일릿 / 사진=빌리프랩

이 다채로운 스펙트럼의 끝을 장식하는 마지막 트랙 '러브, 올더 유'(Love, older you)는 앨범의 묵직한 마침표다. 멤버 전원이 작사에 참여해 과거의 여리고 불안했던 자신(Dear younger me)에게 보내는 이 편지는, "숱한 눈물은 미래의 너에게 / 더 단단한 날개를 줄 거야"라는 다정한 위로를 건넨다. 그저 발랄하고 당돌해 보였던 소녀들이 사실은 숱한 성장통을 이겨내고 스스로를 보듬을 줄 아는 단단한 아티스트로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데뷔곡 '마그네틱'(Magnetic)으로 세상을 끌어당겼고, '낫 큐트 애니모어'를 통해 타인이 부여한 귀여움이라는 안전한 보호막을 스스로 걷어찼던 아일릿. 이제 이들은 '마밀라피나타파이'를 통해 쭈뼛거리는 세상의 눈치 싸움을 향해 먼저 손을 내밀고 애정을 쟁취하는 더 단단한 주체적인 청춘이 됐다.

"모두의 최애가 되고 싶다"는 멤버들의 말은 그래서 설득력을 얻는다. 한계를 두지 않는 음악적 변신과 동세대를 포용하는 섬세한 공감 능력, 그리고 스스로의 과거를 끌어안는 성숙함까지 증명해 낸 이들에게 던질 수 있는 대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기꺼이, 이들이 모두의 '최애'가 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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