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와일드 씽'의 흥행에 엉뚱하게도(?) 배우 오정세가 본명을 잃어버릴 위기에 처했다. 극 중 연기한 39주 연속 2위에 머문 불운의 발라드 가수 최성곤이 스크린을 찢고 나와 현실 세계의 밈 생태계를 완벽하게 장악했기 때문이다.
'와일드 씽'은 해체된 3인조 혼성 댄스 그룹 트라이앵글의 좌충우돌 재기를 그린 코미디 영화다. 작품 속에서 트라이앵글이 혜성처럼 등장해 1위를 휩쓸 때, 발라드 가수 최성곤은 무려 39주간 2위에 머무는 '웃픈' 설정이 등장한다.
그런데 이 영화 속 경쟁 구도가 현실 음원 차트에서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최근 멜론 핫100 차트에서 트라이앵글의 '러브 이즈(Love Is)'와 최성곤의 '니가 좋아'가 랭크됐다. 순위는 '러브 이즈'가 더 높다. 영화 OST 수록곡이 나란히 차트에 진입한 것 자체도 놀라운 성과지만, 스크린 밖 현실에서도 트라이앵글의 뒤통수만 바라봐야 하는 최성곤의 기막힌 운명이 과몰입을 유발하고 있다.
하지만 차트 순위는 졌을지 몰라도 체감 인기는 최성곤의 압승이다. 각종 SNS에서는 '니가 좋아' 열풍이 그야말로 활화산처럼 타오르고 있다.
오정세 특유의 아련하면서도 어딘가 끈적한 눈빛, 90년대 발라더의 혼이 담긴 아찔하고 섬세한 손짓은 한 번 보면 절대 잊을 수 없는 묘한 중독성을 자랑한다. '올해의 수능금지곡'이라는 반응까지 나올 만큼 한 번 스며들면 쉽게 빠져나오기 어렵다.
최성곤 열풍은 연예계 동료들도 비껴가지 못했다. 배우 류승룡의 묵직한 명품 연기(?) 커버를 시작으로, 에스파 윈터의 상큼한 버전, 밴드 소란 고영배의 과몰입 버전, 장하오의 아이돌 버전까지 장르와 세대를 불문한 스타들이 '니가 좋아' 챌린지에 동참하며 신드롬에 기름을 붓고 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반응도 뜨겁다. 네티즌들은 "오정세 배우님, 당분간 본명은 쓰기 힘드실 듯. 이제부터 당신은 최성곤", "트라이앵글 응원하러 갔다가 누룩빛깔 최성곤에게 감겨서 나옴", "이 정도면 최성곤 단독 디너쇼 열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재치 있는 댓글 릴레이를 이어가고 있다.
스크린 속 조연에서 현실 세계의 진정한 주연으로 우뚝 선 최성곤. 그의 치명적인 매력이 극장가 박스오피스 2위를 달리며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와일드 씽'에 얼마나 더 강력한 흥행 모터가 돼줄지, 당분간 대중들은 기꺼이 이 '누룩빛깔'의 출구 없는 매력에 갇혀 지낼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