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교육', 응징 서사에 머물지 않고 한 발 더 나가다

정유미(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6.06.09 15:09

암울한 교육 현실에 묵직한 질문 던지는 수작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은 무너진 교육 현장을 바로잡기 위해 설립된 가상의 정부 기관인 교권보호국의 활약을 그린 학원 액션물이자 사회 드라마이다. 이 드라마는 원작 웹툰의 체벌 및 폭력 정당화, 인종차별 및 성차별 묘사 논란을 의식하여 제작진이 이야기 구조를 바꾸고 논란이 컸던 설정을 배제했다. 특히 개인의 응징 서사에서 조직 중심 서사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소년심판'의 홍종찬 감독과 배우 김무열, 이성민이 다시 한번 교육 문제를 다루는 작품에서 만났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참교육’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의미가 먼저 떠오르는가. 아마 상당수가 뭔가를 잘못한 사람을 호되게 응징하는 통쾌한 상황을 떠올릴 것이다. 또 누군가는 인기 웹툰 제목을 떠올릴 수도 있다. ‘참교육’의 본래 뜻은 참되고 올바른 교육이다. 국어사전에서는 ‘진정으로 학생을 위하고 아끼는 마음으로 가르치고 지도하는 일’, ‘진실되고 올바른 교육’으로 설명된다. “참교육 당했다” “참교육이 필요하다”처럼 ‘참교육’이라는 단어가 곧 응징이나 제재를 뜻하는 표현으로 굳어진 지금, 그 본래 뜻이 꽤 낯설고 멀게 느껴진다.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은 무너진 교육 현장을 바로잡기 위해 설립된 가상의 정부 기관 ‘교권보호국’의 활약을 그린 학원 액션물이자 사회 드라마다. 교권보호국 감독관 나화진(김무열)을 중심으로 교사와 학생, 학부모 사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갈등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풀어낸다. 학교 폭력, 교사를 괴롭히는 학생과 학부모, 청소년 도박과 약물, 개인정보 착취 등 매회 다른 사건을 다루면서 교권보호국 팀이 이를 해결해 나가는 구조다.

이 드라마는 원작 동명 웹툰을 둘러싼 논란 때문에 제작 전부터 관심과 우려를 동시에 받았다. 가장 큰 쟁점은 체벌과 폭력의 정당화 문제였다. 원작에서는 교권보호국 감독관이 문제 학생이나 인물을 제압하며 사건을 해결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이를 통쾌한 응징으로 소비하게 만든다는 비판을 받았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폭력을 폭력으로 해결한다”는 설정 자체가 교육의 본질과 충돌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원작의 또 다른 논란은 인종차별 및 성차별 묘사였다. 일부 에피소드는 흑인 학생 캐릭터를 비하한 표현으로 비판받았고, 여성 교사와 특정 사회집단을 묘사하는 방식이 편향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러한 논란은 드라마 제작 발표 이후에도 이어졌다. 원작이 체벌과 강압적 제재를 정당화한다는 비판과 함께 학생 인권 침해 우려가 제기되면서, 드라마가 이를 어떻게 재해석할지에 관심이 쏠렸다.

제작진은 드라마화 과정에서 논란이 컸던 원작 에피소드와 설정을 배제하고 이야기 구조를 바꿨다. 가장 큰 변화는 개인의 응징 서사에서 조직 중심 서사로 무게중심이 옮겨졌다는 점이다. 원작이 나화진 개인의 압도적인 힘과 직접적인 제재에 초점을 맞췄다면, 드라마는 교권보호국이라는 조직의 ‘팀플레이’에 비중을 둔다. 감독관 나화진, 임한림(진기주), 봉근대(표지훈)와 교육부장관 최강석(이성민)이 협력하며 사건을 해결하는 구조를 강화했다. 특히 드라마에서 새로 만들어진 오리지널 캐릭터 사무관 봉근대는 팀워크에 활기를 더한다.

‘참교육’을 보다 보면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이 떠오른다. 소재 때문이기도 하지만 연출을 맡은 홍종찬 감독과 배우 김무열, 이성민이 다시 한번 교육과 청소년 문제를 다루는 작품에서 만났기 때문이다. ‘소년심판’에서 소년범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어 하는 판사 차태주로 출연한 김무열은 이번 드라마에서 교권보호국 감독관으로 분했다. ‘소년심판’에서 소년형사합의부 부장판사 강원중을 연기한 이성민은 이번 드라마에서 교권보호국을 창설한 교육부장관 최강석으로 분했다. 소년범죄를 다루던 판사에서 교육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 결정자로 역할을 옮겼다는 점도 흥미롭다. 이들 외에도 이상희, 학부모 갑질을 다룬 5화에서 극성 학부모를 연기해 화제를 모으는 박지연 등 ‘소년심판’ 배우들이 다수 출연한다.

사진제공=넷플릭스 

홍종찬 감독은 ‘소년심판’에서 청소년 범죄를 단순한 개인의 일탈이 아닌 사회와 제도의 문제로 바라봤다. 이번 드라마 역시 그러한 문제의식을 이어가려는 시도를 보여준다. 나화진은 여전히 강경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지만, 단순한 처벌자나 심판자가 아니라 피해자의 편에 서는 인물로 재해석됐다. 나화진의 과거 이야기를 전면으로 끌어올려 원작보다 현실적이고 감정적으로 이입 가능한 주인공을 만든 점이 두드러진다. 약혼녀의 죽음을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는 서사로 배치해 매듭 짓는 구성은 매회 독립적으로 진행되는 에피소드 구조 안에서도 나화진이라는 인물에게 감정적 무게를 싣는다.

드라마 ‘참교육’이 공개된 지금, 핵심 질문은 하나다. 이 작품이 단순한 사이다 응징물에 머무르는지, 아니면 교육 현실에 대한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지는지다. ‘참교육’은 단순한 학원 액션물이 아니라 교권과 학생 인권이라는 민감한 사회적 의제를 건드리는 작품이다. 이 드라마가 다루는 사건들은 지금의 교육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학교 폭력과 교권 침해, 악성 민원, 청소년 범죄와 온라인 범죄는 학교 안에서만 벌어지는 문제가 아니다. 학교와 가정, 사회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고, 드라마는 이러한 현실을 장르 문법 안에서 풀어낸다. 응징 서사에 머물지 않으려 한다는 점에서 ‘참교육’은 원작보다 한발 나아간 작품이다.

물론 이 드라마는 어디까지나 대중 드라마다. 사건의 원인을 깊이 파고들기보다는 교권보호국의 개입과 문제 해결 과정에서 오는 장르적 쾌감에 더 큰 비중을 둔다. 그럼에도 원작 논란을 의식하며 응징의 쾌감만이 아니라 교육 현장의 다층적 문제를 함께 보여주려 한다. ‘참교육’은 교육의 해법을 제시하는 작품이라기보다 교육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어떤 균열이 생기는지를 보여주는 장르물에 가깝다. 다만 그 안에서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교육 현실을 대중적인 화법으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이 드라마의 역할은 작지 않다.

정유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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