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불호 나뉜 '호프', 진짜 평가는 500만 정도 돼야 나온다 [시네마 리포트]

윤준호(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6.07.17 10:54

나홍진 주관객 남성보다 여성들이 더 선호...아직 평가하기에 이른

나홍진 감독의 영화 '호프'가 개봉 첫날 올해 최고 오프닝 성적을 기록했으나 관객들의 평가는 극단적으로 엇갈렸다. 기존 작품들과 달리 여성 관객의 평점이 남성보다 월등히 높게 나타났으며, 액션에 방점을 찍은 장르 변화에 대한 지적도 제기되었다. 봉준호 감독은 GV에서 영화에 대한 즐거운 흥분감과 함께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한 지점이 있다고 언급했다.
사진=메이킹 영상 캡처 

"극단적으로 엇갈렸다."

영화 ‘호프’(감독 나홍진)의 개봉 후 이틀 간 대중의 평가는 딱 이 한 줄로 정리할 수 있다. 나홍진 감독이 자신만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반응도 더불어, 도무지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 알 수 없다는 반응이 어지럽게 섞이는 모양새다.

성적부터 보자. 개봉 첫 날인 15일 33만여 관객을 동원했다. 이는 올해 개봉된 영화 중 최고 오프닝 성적이다. ‘왕과 사는 남자’와 ‘군체’까지 가뿐히 뛰어넘었다. 나 감독을 비롯해 주연 배우 황정민, 조인성 등을 향한 기대감이 높았다는 방증이다.

이틀째에는 27만여 명을 동원했다. 누적 스코어는 62만여 명이다. 충분히 좋은 성적이다. 같은 날 공개된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미니언즈&몬스터즈’는 6만여 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호프’는 그 10배에 이르는 성과를 단 이틀 만에 냈다.

사진=메이킹 영상 캡처

그런데 반응은 하늘과 땅 차이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평점을 보면 ‘호프’는 7.12점을 기록했다. 9∼10점 분포는 53%인데, 1∼2점 분포는 22%다. "중간이 없다"는 평가가 딱 맞다.

그런데 조금 의아한 점이 있다. 관객 비중을 보면 남자가 58%, 여자가 42%다. 통상 영화의 흥행을 주도하는 건 여성 관객들인데 ‘호프’는 남성 관객이 더 많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는 ‘나홍진표 영화’의 특징이기도 하다. ‘곡성’도 남녀 비율이 55:45였고, ‘황해’는 70:30으로 더 갈렸다.

나홍진 감독의 영화는 표현 수위가 높고 컬트적인 요소도 많은 편이다. 상처에 모래를 뿌리는 느낌의 장면도 많다. 그래서 여성 관객들은 "불편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그래서 관객 평점 역시 여성보다는 남성이 높은 편이다.

하지만 ‘호프’는 다르다. 여성이 8.43점인 반면, 남성이 6.19점이다. 여성이 월등히 높다. 나홍진 감독이 갑자기 여성 취향에 적합한 영화를 만든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호프’에는 총격 장면이 난무하고 살과 피가 튄다. 기존 그의 작품 중 가장 ‘고어물’에 가깝다. 그런데 여성 평점이 역대 그의 작품 중 가장 높다는 것, 그리고 남성 관객의 평점은 가장 낮다는 점에서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다.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결국은 시간이 답을 수밖에 없다. 나 감독의 전작들도 대중들의 균질한 평가를 받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공통적인 반응은 "영화를 보고 난 후 기분이 안 좋았다"는 것이다. 그만큼 곱씹을 거리가 많고, 또 인간의 아픈 부분을 찌른다는 의미다.

그래서 나 감독의 영화는 관람을 끝난 순간부터 또 다른 관람이 시작된다. "영화가 어렵다"고 느낀 이들은 언론과 평론가들의 분석을 찾아본다. 요즘에는 유튜브와 블로그에도 고수가 많다. 이미 숱한 분석 글과 영상이 올라오고 있다. 여전히 부정적 댓글이 많지만 "분석을 듣고 보니 이해가 된다" "다시 한번 봐야겠다"는 반응이 눈에 띈다. ‘아는 만큼 보이는 영화’라는 의미다. 그래서 나 감독의 영화는 ‘N차 관람’이 많다.

하지만 ‘호프’의 흥행을 마냥 긍정적인 시선으로 볼 수 만은 없다. 나 감독의 전작들에 비해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가볍게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아예 3부작을 염두에 두고 만든 영화라는 말도 나온다. 그러니 3부작의 1부에 해당되는 ‘호프’는 열린 결말을 택할 수밖에 없고, 이를 불편하게 느끼는 관객이 적잖다.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장르 변화 역시 대중이 어떻게 받아들일 지 아직까지는 확답할 수 없는 대목이다.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지만 ‘호프’의 장르를 하나로 규정하자면 ‘액션’에 가깝다. 마을에서의 액션, 숲에서의 액션, 그리고 차와 외계인의 카체이싱으로 나뉜다. 엄청난 속도감에 따른 액션 쾌감 만큼은 역대 그 어떤 한국 영화보다 월등하다는 반응이 우세하다.

하지만 대중이 나홍진 감독에게 원하는 것은 액션이 아니라는 지적 역시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추격자’, ‘황해’, ‘곡성’ 모두 집요할 정도의 디테일, 치열한 심리 묘사, 입체적인 캐릭터로 지지를 받았다. 물론 ‘호프’도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갖고 있다. 하지만 액션에 더 큰 방점을 찍으며 나 감독 특유의 강점이 희석됐다는 반응이 나온다.

봉준호 감독은 지난 15일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GV(관객과의 대화)에서 봉 감독은 "내가 도대체 뭘 본 건지 즐거운 흥분감이 들면서 물어보고 싶은 게 많다"고 말했다. 그 역시 영화 자체만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지점이 필요해 나 감독의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한 셈이다. 아울러 봉 감독은 "거대한 이야기가 또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호프’ 자체가 완결된 이야기같지 않게 느꼈다는 말로 해석할 수도 있다.

‘호프’에 대한 평가는 아직 이르다. 최소한 500만 관객을 달성했을 쯤, 보다 평균에 가까운 ‘진짜 반응’을 읽을 수 있을 전망이다.

윤준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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