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막장 드라마인데 김혜수가 들어오니 달라진다. 쿠팡플레이 금요드라마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극본 정은경·박수린, 연출 이창희)가 그렇다.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는 행복한 가정의 일상을 팔아서 인기를 얻은 인플루언서 부부와 진흙탕 이혼 소송 중인 이웃집 의사 부부가 불륜조차 하찮아지는 감당 불가 비밀로 얽히면서 폭주하는 블랙 코미디를 표방한다. 하지만 이렇게 에둘러 말해도 어쩔 수 없는 막장 드라마다. 불륜과 배신, 그리고 죽음과 은폐 등 지금 극중에서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사건들은 우리가 수없이 봐온 막장의 소재들이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이상하게도 흔한 막장 드라마를 보는 느낌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김혜수가 등장함으로써 시청자들에게는 장르의 체급이 올라간 느낌인 것이다.
김혜수가 맡은 박경희라는 인물은 한때 천장에서 비가 새는 옥탑방에 살았다. 그러다 유튜브로 대박을 터뜨려 이제는 화려한 삶을 사는 인플루언서 사업가가 됐다. 성공한 만큼 치장도 화려하고, 자신이 가진 것을 거리낌없이 드러낸다. 흔히 말하는 ‘부티’와는 전혀 다른 결이고, 오히려 ‘싼티’가 날 정도로 과장된 순간도 많다. 그러나 이상하게 품위가 무너지지 않는다. 그 미묘한 균형을 김혜수가 자신의 고유한 매력으로 보여주고 있다.
김혜수가 그동안 대중에게 관능적이면서도 압도적인 매력으로 각인됐다면 이번에는 그 어느 때보다 귀여운 매력으로 시청자들과의 친밀감을 한껏 높이고 있다. 패션은 물론이고 제스처와 말투, 표정까지 발랄하고 장난스럽기까지 하다. 여기에 카리스마 넘치는 완벽함 대신 허술한 인간미까지 보여주면서 박경희를 더 현실적이고 친근하게 느껴지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박경희에게는 김혜수이기에 어쩔 수 없이 풍기는 은근한 품위가 있다. 싼티와 품위가 공존하는 바로 이 지점에서 박경희의 매력이 폭발한다. 성공과 욕망을 노골적으로 표현하고 허영도 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위엄까지 느껴질 정도로 단단한 존재감을 보인다. 김혜수가 배우로서 오랜 시간 축적해 온 품격이 캐릭터에 덧입혀지면서 생긴 힘이다.
그런 박경희의 승승장구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남편 임재홍(김지훈)이 유명 여배우 류지수(이화겸)와 불륜설에 휘말리면서부터다. 남편을 의심하던 와중 딸 예지(전시현)가 교통사고를 내 사람이 죽었다는 말을 듣고 그 사건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돌이킬 수 없는 선택까지 하게 된다. 그리고 4회 엔딩에서 결정타가 터진다. 남편은 류지수와 불륜을 저지르지는 않았지만, 이웃집 여의사 안수정(조여정)과 외도를 하고 있었던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여기까지 오면 사건 자체는 새로울 것 없는 뻔한 전개다. 이미 수없이 소비된 막장 드라마의 문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흥미진진해진다. 이제부터 중요한 것은 사건이 아니라 김혜수의 활약이기 때문이다. 박경희가 이 모든 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시청자에게는 이미 ‘김혜수라면!’이라는 기대가 있다. 소리치고 무너지는 방식은 아닐 것 같고, 냉정하게 판을 뒤집을지, 아니면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대응할지 궁금증이 증폭한다. 김혜수라는 배우가 가진 스타성과 캐릭터의 힘 때문에, 앞으로의 선택 하나하나가 곧 드라마의 볼거리가 된다.
그렇기에 그동안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를 보면서는 사건의 소재와 막장 코드가 다소 익숙하게 느껴졌다면, 5회부터는 조금 더 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드라마를 끌고 가는 힘이 더 이상 ‘무슨 일이 벌어질까’가 아니라 ‘김혜수가 무엇을 할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김혜수가 얼마나 김혜수답게, 아니면 우리가 예상한 김혜수와는 얼마나 다르게 이 판을 뒤집느냐 귀추가 주목된다. 현장의 공기를 바꾸는 김혜수만의 독보적인 존재감이 평범한 막장 서사를 어디까지 다른 장르의 쾌감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팬들은 불륜도 하찮게 여겨지게 만드는 김혜수의 매력쇼가 펼쳐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말 그대로 김혜수의 시간이자, 김혜수에 의한, 김혜수를 위한 시간이다.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는 이제 막 흥행 분수령에 올라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