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드 니로와 앤 해서웨이라는 강렬한 원작의 그림자를 좇는 대신 최민식과 한소희가 자신들의 얼굴로 새로운 '인턴'을 완성했다. 두 배우는 세대도 직급도 다른 실버 인턴과 젊은 CEO로 만나 한국적인 웃음과 온기를 빚어냈다.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인턴'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현장에는 연출을 맡은 김도영 감독을 비롯해 배우 최민식, 한소희, 김준한, 류혜영이 참석해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인턴'은 창업 3년 만에 패션 브랜드 우투투를 업계의 다크호스로 성장시킨 젊은 CEO 선우(한소희)의 회사에 경력 37년 차 실버 인턴 기호(최민식)가 입사하면서 시작되는 세대 초월 오피스 라이프를 그린 작품이다. 로버트 드 니로와 앤 해서웨이가 주연을 맡은 낸시 마이어스 감독의 2015년작 'The Intern'(디 인턴)을 한국 정서로 재해석했다.
완성본을 처음 관람한 최민식은 "영화의 제작 과정이 떠올라 뭉클한 마음으로 봤다. 최선을 다해 찍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소희는 "오늘 완성본을 처음 보느라 너무 긴장해서 아직 정신이 없다. 개봉을 앞두고 있어 설레는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크게 사랑받은 작품을 다시 만든다는 것은 배우들에게도 만만치 않은 부담이었다. 그러나 최민식은 원작과의 경쟁이 아닌 새로운 해석에 방점을 찍었다.
최민식은 "한영애 선배님이 고 김민기 선배님의 '봉우리'를 다시 부르실 때 원곡보다 더 잘 불러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을 거다. 그 노래를 듣고 '아, 이거구나' 싶었다"며 "우리도 같은 마음이었다. 관객과 대중의 평가는 차치하고, 우리가 이 작품을 하기로 한 이상 훌륭한 원작은 잠시 접어두고 우리만의 방식으로 작업하자는 의기투합이 있었다"고 밝혔다.
한소희 역시 "원작이 워낙 잘된 작품이라 큰 부담을 안고 시작한 것은 맞다. 그 부담은 촬영하면서 사라졌다"며 "리메이크 작품이지만 우리의 정서로 풀어낸 지점이 있었다. 회사를 꾸려나가는 한 청춘과 시니어 인턴의 조합과 화합에 집중했지, 원작과 비교하면서 촬영에 임하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민식은 원작 배우들과의 비교에 담담하면서도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남과 비교되는 것만큼 유쾌하지 않은 일이 없다. 워낙 원작이 유명하니 비교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며 "굳이 드 니로 형님과 저를 비교하고 싶지도 않다. 감히 그 형님을 제 입으로 언급하는 것조차 불경한 일인 것 같다. 원작은 참 훌륭했고 저 역시 관객으로서 큰 힐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우리는 그냥 우리가 했다. 최민식은 최민식이고, 한소희는 한소희다. 원작과 달라지리라는 확신이 있었다"며 "원작의 연기를 참고한다는 건 마치 시험을 볼 때 답안지를 옆에 놓고 보는 것처럼 창작하는 사람으로서 양심에 걸리는 문제다. 따라 하거나 참고한 것은 없다. 그저 원작의 향기를 잠시 머금고 우리의 이야기를 했다"고 힘줘 말했다.
상대 배우 한소희를 향한 극찬도 아끼지 않았다. 최민식은 "앤 해서웨이는 참 좋은 배우다. '오디세이'를 보고도 감탄했다. 하지만 한소희는 한소희만의 장점이 있다"며 "함께 작업하고 완성본을 스크린으로 보니 한소희라는 배우가 정말 또 다른 줄스, 또 다른 선우를 만들어냈더라. 그래서 정말 뿌듯했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한소희도 최민식만이 보여줄 수 있는 기호의 얼굴을 강조했다. 그는 "원작에서 봤던 로버트 드 니로의 연기나 모습이 촬영장에서 민식 선배님에게 언뜻도 보이지 않았다. 선배님만의 철학과 스타일이 확실했다"며 "마지막에 기호가 회사 전체를 아울러 바라보는 장면이 있다. 그 장면만큼은 감히 말하자면 원작에서는 볼 수 없었던 그림이 아닐까 싶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워커홀릭 CEO 선우로 분한 한소희는 화려한 성공 뒤에 가려진 어린 리더의 불안과 외로움에 주목했다. 그는 "'인턴'은 결국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다른 인물들과 어떻게 유대 관계를 쌓아갈지를 가장 많이 고민했다"며 "대표 자리에 있지만 많은 것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어리고 서툰 여성의 마음을 이해하려 했다. 저 역시 예전에 열심히 꿈을 좇던 때를 떠올리며 선우에게 다가갔다"고 밝혔다.
최민식은 기호를 표현한 방식을 "물처럼 하려고 했다"며 "연기는 결국 액션과 리액션이다. 기호가 우투투라는 회사에 들어가면서 수많은 사람의 액션이 제게 꽂힌다. 그때마다 나온 낱개의 반응들이 모여 하나의 캐릭터가 됐다"고 설명했다.
영화의 중심을 관통하는 '좋은 어른'에 관한 최민식의 고민도 이어졌다. 그는 "작품이 끝나고 첫 시사를 마친 지금도 좋은 어른이 무엇인지 정의를 내리지 못하겠다. 젊은 사람들에게 잘 보이는 사람이 좋은 어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기호를 연기하면서 '이 시대가 정말 갈망하는 좋은 어른의 모습이 무엇일까', '좋은 어른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계속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좋은 어른을 찾으려 한다는 것 자체가 이 사회가 따뜻함에 목말라 있고, 우리가 좋은 어른을 갈망하고 있다는 의미로 느껴졌다"며 "인간은 워낙 하자가 많은 동물이지 않나.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 것이 좋은 어른이 되는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로버트 드 니로와 앤 해서웨이의 자리를 그대로 따라가는 대신 최민식과 한소희의 개성과 한국 직장 문화의 현실적인 풍경을 채워 넣은 '인턴'. 세대와 직급을 뛰어넘은 두 사람의 특별한 우정이 올 추석 극장가에 따뜻한 온기를 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오는 19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