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현실 남친인데 왜 이렇게 설렐까.
비현실적인 만찢남 비주얼로 안방팬들을 설레게 하던 서강준이 KBS2 새 토일극 ‘너 말고 다른 연애’(극본 유수지, 연출 황승기)에서 10년을 연애한 남자의 익숙하고 편안한 얼굴을 하고 나타났다. 그런데 이상하다. 너무나 현실적인 연애를 보여주는데, 오히려 지금의 서강준이 그 어느 때보다 설렌다.
서강준은 그동안 드라마에서 늘 ‘현실에 있을까 싶은 남자’였다. 눈처럼 하얀 피부에 커다란 눈, 가만히 있어도 시선을 끄는 비현실적인 비주얼은 그 자체로 만화 속 주인공을 떠올리게 했다. 앞서 특별출연한 ‘월간남친’(2026)에서도 설렘을 유발하는 첫사랑 남친으로 등장한 이유다. 로맨스 장르가 아니어도 그의 얼굴은 시청자들을 자연스럽게 드라마 속 판타지로 이끌었다.
그런데 ‘너 말고 다른 연애’에서는 다르다. 연애 10년 차인 남궁호(서강준)와 이미도(안은진)가 낯선 감정과 마주하는 이 작품에서 서강준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일곱 살에 처음 만나 친구로 지내오다 성인이 된 후 10년을 사귄 사이라 서로가 그저 일상이다. 서강준은 그런 익숙함을 과장하지 않는다.
서강준의 무심하고 평범한 행동 하나하나에 오랜 연인의 시간이 자연스럽게 배어 있다. 지극히 일상적이고, 현실적인데,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한 존재감이 느껴진다. 사랑에 빠지는 순간보다 이미 사랑이 일상이 된 사람들의 감정을 연기하는 게 더 어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서강준이 만들어내는 미묘한 온도차는 더 인상적이다. 그가 연기한다는 생각은 어느 순간 사라지고, 오래된 연인의 감정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듯 드라마에 빠져들게 만드는 놀라운 흡인력이다.
무엇보다 이같은 현실감은 이별 앞에서 더욱 빛을 낸다. 이미도로부터 이별을 통보받은 뒤의 남궁호는 아무렇지 않은 듯 일상을 살아내지만, 무너진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애써 감정을 누르는 눈빛부터 결국 차오르는 슬픔까지, 커다란 눈에 감정이 고이는 순간에는 대사가 필요 없다. 작은 표정만으로도 상실감을 극대화하며 시청자의 마음까지 아리게 한다.
게다가 남궁호는 헤어진 뒤에도 이미도를 쉽게 놓지 않는다. 여기서 서강준의 진짜 판타지가 시작된다. 눈빛만 봐도 연인의 마음을 읽고, 헤어진 뒤에도 상대의 삶을 걱정하다가 결국 사랑을 다시 선택하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지극히 현실적인 일상을 보여주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현실에 좀처럼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판타지의 주인공이 된다는 것이다.
2회 엔딩의 청혼은 그 판타지를 더욱 선명하게 보여주며 팬들의 심장을 요동치게 했다. 더 이상 자신이 초라해지고 싶지 않고, 서로를 미워하게 될 미래가 두렵다며 헤어지자는 이미도에게 남궁호는 자신도 두렵지만 그래도 가야겠다며 “결혼하자”고 말한다.
이별을 두고 다투다가 돌연 청혼하는 남자친구라니. 내내 현실적인 인물로 다가온 서강준이 시청자들이 방심한 사이 로맨스 드라마의 판타지를 탁 꺼내 보인 순간이다. 현실에서는 쉽게 선택하기 어려운 결정이겠지만, 로맨스 드라마에서는 바로 이런 모습을 기다리게 된다. 사랑이 가장 두려운 순간에 오히려 사랑을 선택하는 것. 그것도 서강준이 해주니 더 달콤하다.
처음 사귀기 시작할 때도 친구를 잃을까 두려워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는 이미도에게 먼저 손을 내민 건 남궁호였다. 그리고 10년 후, 이별한 뒤 무너지는 이미도를 바라보다 다시 청혼하는 남궁호. 시작할 때도, 끝날 것 같은 순간에도 먼저 손을 내미는 남자다.
결국 ‘너 말고 다른 연애’에서 서강준은 현실에서 본 듯한 10년 차 남자친구를 연기하면서, 현실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판타지 속 남자가 되는 묘한 균형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러한 역설을 안정적으로 연기하며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해 ‘언더커버 하이스쿨’로 MBC 연기대상을 받은 것도 다시 한 번 수긍하게 된다. 당시에는 국정원 요원이라는 장르적 캐릭터로 매력을 보여줬다면, 이번에는 평범한 남자의 일상과 섬세한 감정선으로 시청자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이제 겨우 한 주 방영했을 뿐인데 남궁호의 존재감이 이미 굉장하다.
앞으로 ‘너 말고 다른 연애’에서 남궁호가 이미도는 물론 박수아(조아람)와 어떤 관계를 만들어가게 될지, 그 과정에서 서강준이 또 어떤 얼굴을 보여줄지도 궁금해진다. 현실 남친의 모습으로 팬들의 판타지를 채워주는 서강준이 또 다른 설렘을 줄지도 기다려보게 된다.
이쯤 되면 1일 1서강준이 시급해진다. 현실과 판타지를 오가는 서강준의 매력이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가 높아진다.
조성경(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