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살자(들)’(감독 허진호)을 둘러싼 역사 왜곡 논란이 좀처럼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주연 배우인 유해진의 자택 앞 시위까지 예고된 가운데 ‘암살자(들)’의 감독과 주연 배우들이 이번 주말 예정된 무대 인사를 진행한다. 작품을 둘러싼 논란이 흥행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미지수이기 때문에 이번 주말 스코어가 장기 상영 여부를 결정하는 가늠좌가 될 전망이다.
이번 논란이 불거진 후 ‘암살자(들)’에 대한 반응은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모양새다. 2일 오전 기준,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암살자(들)’의 네티즌 평점은 2.5점(10점 만점)이다. 점수 분포를 보면 1점을 매긴 네티즌이 압도적으로 많다. 반면 실관람객 평점은 8.3점이다. 실제 ‘암살자(들)’을 본 관객들은 영화적 완성도와 재미를 후하게 평가했다는 뜻이다.
아직 영화를 보지 않은 관객들 사이에서는 "보고 싶지 않다"는 반응과 "어떤 내용인지 일단 보고 판단하자"는 의견이 분분하다. 영화를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일단 영화를 봐야 한다는 입장도 일리가 있지만, 이런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굳이 비용을 지불하며 영화를 보지 않겠다는 반응에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분명 부정적 논란에 휩싸였지만 현재 ‘암살자(들)’의 흥행 추이는 나쁘지 않다. 1일까지 182만 관객을 동원했다.
추석 연휴 개봉한 신작 중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암살자(들)’은 논란이 불거진 직후인 28일 ‘타짜:벨제붑의 노래’에 1위 자리를 내주기는 했으나 곧바로 정상을 되찾았다. 지난달 30일에는 이 날 개봉한 신작 ‘극장판 치이카와:인어 섬의 비밀’이 1위로 출발했으나, 1일에는 5만5000여 명을 동원한 ‘암살자(들)’이 다시 1위에 올라섰다.
이제 시선은 주말 관객 스코어로 쏠린다.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을 비롯해 육영재단, 박정희학술원은 1일 성명을 내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평생을 헌신한 박정희 대통령과 그 유족에게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안긴 ‘암살자(들)’ 제작진과 관계자들에게 깊은 유감을 표하며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면서 "책임 있는 해명과 더불어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영화 상영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출연 배우들의 광고 제품에 대한 보이콧 움직임까지 포착되는 가운데 ‘암살자(들)’에 상당수 상영관을 배정하고 있는 극장 체인 역시 부담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논란보다 ‘영화의 흥행’이 장기 상영 여부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는 분위기다. 많은 관객이 선택하는 상황이라면 극장들이 ‘암살자(들)’에 배정된 상영관을 빼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1일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을 보면, ‘암살자(들)’의 스크린수는 1007개다. 2∼3위인 ‘타짜:벨제붑의 노래’(1037개), ‘극장판 치이카와:인어 섬의 비밀’(932개)과 비슷하다.
예매율을 기준으로 보면, ‘극장판 치이카와:인어 섬의 비밀’이 37.8%로 1위고, ‘암살자(들)’(14.2%)는 2위다. 그리고 ‘오디세이’(12%), ‘타짜:벨제붑의 노래’(9.5%) 순이다. 신작을 제외하면 ‘암살자(들)’을 찾는 수요가 여전히 적지 않다는 방증이다.
이런 가운데 허진호 감독을 비롯해 유해진, 박해일, 이민호 등 주연 배우들은 3, 4일 서울·경기 지역에서 무대 인사를 진행한다. 이를 앞두고 제작사 측은 류혜영, 장률, 최유리 등 조연 배우들은 불참한다고 밝혔다.
이번 논란이 불거진 후 이들이 대중 앞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처음이다. 그렇기 때문에 엄청난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상영 반대를 외치는 이들까지 몰리면 안전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치적 의도는 없다. 극영화로 봐달라"는 제작사 입장에서는 무대 인사 취소가 오히려 최근 불거진 논란을 인정하는 모양새로 해석되는 것을 우려해 강행을 결정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이 날 감독과 배우의 발언이나 행동 하나하나는 다양한 해석을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시금 관심은 영화 흥행으로 향한다. 이번 주말 관객수가 급감한다면 ‘암살자(들)’의 상영 동력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논란 여부를 떠나, 표를 팔아야 하는 극장 입장에서는 다른 영화에 상영관을 내어줄 수밖에 없다. 반면 관객수가 일정 수준 유지하고 박스오피스 1∼2위를 지킨다면 오히려 관심도가 상승할 수도 있다.
‘암살자(들)’은 이번 주말 200만 관객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영화를 ‘직접 보고’ 판단하는 기준을 가진 대한민국 국민이 200만 명 가량 된다는 뜻이다. 그 안에서 발휘되는 집단지성은 이 영화의 논란에 대한 보다 선명한 판단 기준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윤준호(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