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이요? 새 건물인데다, 관리도 잘되고 있어 크게 신경쓰지 않습니다. 어제 의정부 화재보고 혹시나 해서 관리실에 문의했는데 스프링클러도 잘 설치돼 있고 경보기도 문제없다네요. 다만 건물 간격이 좁은 게 걱정됩니다."
12일 오전에 찾은 서울 구로구 구로동 소재 B도시형생활주택. 출근하기 위해 집을 나온 한 입주자에게 '건물안전'에 대해 문의하자 무감각한 모습이었다. 해당 도시형생활주택도 의정부 화재사고가 발생한 건물들처럼 두 동이 1.5m 간격으로 떨어져 있었다.
옆으로 돌아가니 1층이 필로티 구조로 주차장이 설치돼 있었다. 바로 옆 호텔 건물과도 1.5m가 안 되는 좁은 간격으로 붙어 있다시피했고 집집마다 연통이 밖으로 나와 있었다. 이번 '의정부 화재'처럼 불이 나면 이 좁은 공간이 연통 역할을 하면서 옆 건물로 손쉽게 옮겨붙을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이 지역 대부분의 도시형생활주택은 옆 건물과 불과 1~2m 내외의 간격이었다. 구청 역시 이에 대해선 건축법상 문제가 없기 때문에 어떠한 조치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구로구청 한 관계자는 "도시형생활주택 건축기준 자체가 일반 아파트와 달리 많이 완화돼있는 만큼 법적으론 어떠한 문제도 없다"며 "구 차원에서도 이번 화재 사건을 계기로 소방점검 등 안전관리에 조금 더 신경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는 이날 자료를 내고 "고밀개발이 이뤄지는 상업지역 안에서는 인접대지와의 이격기준을 모든 건축물에 대해 적용하지 않고 있다"며 "도시형생활주택에 대해 특별히 기준을 완화한 것은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즉 상업지역 내에선 건물간 간격에 대한 기준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서울에만 도시형생활주택 '8만가구'…주차장·스프링클러는 '소홀'
이처럼 화재 위험에 노출돼 있는 도시형생활주택이 서울에만 8만 가구가 넘게 준공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상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경기 부천소사)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9년 제도 도입 이후 지난해 11월말까지 서울시내 사용승인된 도시형생활주택은 8만1347가구다.
같은 기간 인·허가를 받은 도시형생활주택은 6673동, 11만762가구다. 자치구별로는 강서구가 8664가구로 가장 많다. 이어 △은평구(6609가구) △중랑구(6311가구) △구로구(5767가구) △영등포구(5759가구) 동대문구(5752가구) 등의 순이다.
이중 스프링클러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11층 이상 건물은 2.8%(189동)에 불과하다. 전체 가구수에 비해 주차면수(5만4250대)는 0.49대로, 아파트에 비해 현저히 낮다.
2009년 도시형생활주택 도입당시 물량을 많이 확보하기 위해 주차장 설치기준을 완화해줬다. 당시 도시형생활주택 중 원룸형은 전용면적 60㎡당 1대(준주거·상업지역 120㎡당 1대)였다. 이후 주차난이 문제가 되자 2013년 5월 가구당 0.6대(전용 30㎡ 이하 0.5대)로 강화했지만 문제는 여전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정치권에서도 도시형생활주택에 관한 안전규정 강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도시형생활주택 방염·난연 외장재 처리시공 규정강화, 스프링클러 의무설치, 주차장 설치기준 강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김상희 의원실 관계자는 "만약 화재발생 당시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었다면 불길을 초반에 효과적으로 진화했을 것"이라며 "11층 이상 건물에만 의무대상인 스프링클러 설치를 모든 공동주택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양한 특혜를 줬던 도시형생활주택도 앞으론 다른 공동주택과 마찬가지로 주택법상 관리를 받는 쪽으로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