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막 때문에"…길 하나 사이두고 집값 '1억' 차이

김사무엘 기자
2015.09.14 03:00

[집값 까톡]<1>서울 금호동 3개 단지 경사로 따라 매매가 차이 1억원 넘어

[편집자주] "우리 집값은 왜 이런 거야?" 월급 한 푼을 쓰지 않고 10년을 모아도 수도권에 집 한 채 장만하기가 쉽지 않다. 십 수 년을 허리띠 졸라매거나 평생 갚아야 할 빚을 떠안고서야 장만할 수 있는 집. 집값에 예민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데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또는 바로 옆 동네, 또는 반경 몇 백 미터 거리에 불과함에도 집값이 '억' 소리 나게 차이 나는 곳들도 있다. 이런 지역들을 중심으로 집값을 결정짓는 요인들을 들여다보고 지역 이야기들을 전하고자 한다. '까톡'은 '까서 톡 터놓고 이야기 한다'는 뜻으로 진솔하고 생생하게 풀겠다는 의미다.

@머니투데이 유정수 디자이너

지난 8일 오후 서울 지하철 5호선 신금호역에서 내려 금호로를 따라 금호사거리 방향으로 조금 내려가니 언덕 위에 늘어선 신축 아파트가 눈에 띄었다. 금호동 재개발사업을 통해 2012년 준공된 ‘래미안하이리버’와 ‘금호자이1차’다.

두 단지 사이의 언덕길을 200여m 올라가면 비슷한 시기에 준공된 ‘금호자이2차’가 있다. 이 아파트 주변은 가파른 경사로로 둘러싸였다. 주변을 살피기 위해 언덕을 몇 번 오르내리니 금방 숨이 찼다.

이들 세 아파트는 언덕 위에 지어져 단지가 계단형으로 돼 있고 대형 브랜드 아파트라는 공통점이 많다. 입지도 비슷하고 인근에 위치해 있지만 금호자이2차에서 길 하나 건너 래미안하이리버로 가면 매매가는 1억원 가량 껑충 뛴다. 금호자이2차는 같은 브랜드인 금호자이1차와도 4000만~5000만원 이상 차이난다.

14일 국토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59㎥(이하 전용면적) 기준 래미안하이리버가 5억8500만원(8층·7월)에 거래된 데 비해 금호자이2차는 4억9500만원(2층·7월)에 거래돼 9000만원의 차이를 보였다. 금호자이1차는 5억5500만원(7층·8월)에 거래 신고됐다.

84㎥의 경우 래미안하이리버(8층·7월)가 7억3000만원, 금호자이1차(8층·6월)가 6억4500만원에 각각 거래됐다. 금호자이2차(6층)의 실거래가는 지난 8월 5억8000만원이었다. 이 아파트 같은 주택형은 이달들어 6억원에 거래되는 등 시세가 오르고 있다.

115㎡ 거래가격은 래미안하이리버 8억2200만원(6층·6월), 금호자이1차(8층·5월) 7억7000만원, 금호자이2차(7층·3월) 7억1400만원 등으로 1억원 넘게 벌어졌다.

2012년 거래된 래미안하이리버 59㎡ 입주권이 4억3900만원(9층)으로 금호자이2차(12층 4억5000만원)보다 오히려 약간 저렴했던 것과 비교하면 가격 역전 현상이 벌어진 셈이다.

인근 공인중개소들은 지하철역 접근성, 단지규모, 브랜드 선호도 등 다양한 이유를 나열했지만 무엇보다 ‘경사도’가 집값을 갈랐다고 입을 모았다. 경사가 가파른 언덕에 들어선 ‘금호자이2차’가 다니기 불편하다는 이유로 선호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고저차가 있는 구릉지대를 재개발해 만들어진 래미안하이리버와 ‘금호자이1차, 2차는 단지내 평탄화 작업을 거쳤지만 단지밖은 여전히 경사면이다.

금호동2가 P공인중개소 대표는 “래미안과 자이1차는 그래도 완만한 편인데 자이2차는 정문에서 나서자마자 급경사”라며 “3호선 금호역, 5호선 신금호역 어디를 가든 경사면을 지나야 하고 래미안이나 자이1차보다 역에서 멀기 때문에 값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토지리정보원이 제공하는 지형도를 살펴보면 래미안하이리버와 금호자이1차는 해발 40~60m 지형에 걸쳐 있는 데 비해 금호자이2차는 해발 30~70m에 걸쳐 있다. 고저차가 큰 만큼 경사는 더 가파를 수밖에 없다.

금호동2가 R공인중개소 대표는 “여름에는 더워서 오르막 오르기가 힘들고 겨울에는 길이 미끄러워 다니기 힘들다”며 “단지 주변이 경사면으로 둘러싸여 고립된 느낌을 주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준공시기, 구조, 면적, 위치 등이 비슷한데 1억원 정도 가격차가 난다면 경사로가 주요 이유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며 “단지규모나 생활편의시설, 분양가, 전철역과의 거리 등도 가격을 가르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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