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전 분양한 신규 아파트단지가 속속 입주에 나서고 있지만 전세난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다. 분양가 상승으로 덩달아 전셋값이 치솟은데다 실수요자 중심으로 분양이 이루어지면서 그나마 공급물량도 미미해서다. 분양시장이 호조를 띠고 건설업계도 신규물량을 쏟아내지만 전문가들은 당분간 전세난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1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9월에서 11월까지 서울에 입주를 앞둔 아파트는 민간과 공공을 합해 15단지, 8806가구에 달한다. 이달에 강남구 대치동의 ‘래미안대치팰리스’ 1608가구가 입주를 기다리고 있고 다음달에는 서대문구 남가좌동 가재울뉴타운 4구역을 재개발한 ‘DMC파크뷰자이’ 4300가구가 입주민을 맞는다. 영등포구 신길동 ‘래미안프레비뉴’ 949가구는 12월 입주가 예정돼 있다.
대규모 단지의 입주가 예정돼 있지만 전세 구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주변 공인중개소들의 설명이다. 서대문구 남가좌동 D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인기있는 59㎡(이하 전용면적)는 매물도 거의 없지만 매물이 나와도 2~3일 안에 계약된다”며 “서울시내 전세가 씨가 말랐다. 그나마 전세를 구하려면 새로 공급되는 입주 전 아파트를 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통상 분양시장이 좋을 때는 시세차익을 노리고 신규분양 아파트에 투자하는 수요가 많다. 이 경우 아파트를 분양받아 임대를 놓기 때문에 신축 아파트의 전·월세는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었다.
하지만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줄고 저금리를 이용해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하는 실수요자가 늘면서 신축 아파트에서도 전세매물이 귀해졌다. 전세가격이 오르면서 매매가 대비 전세가를 나타내는 전세가율도 90%에 육박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DMC파크뷰자이’ 59㎡의 경우 분양권이 지난 7월 4억원, 전세는 지난달 3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전세가율이 무려 97.5%에 달한다. 84㎡ 분양권은 5억1800만원, 전세는 4억2000만원으로 81%의 전세가율을 보였다.
입주까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래미안프레비뉴’ 역시 미리 전세를 구하려는 수요가 증가하면서 전세가율이 높아졌다. 지난 7월 59㎡의 분양권이 4억2500만원에 거래됐지만 전세매물은 3억8000만원대에 나와 전세가율이 89.4%를 나타냈다. ‘DMC파크뷰자이’와 ‘래미안프레비뉴’ 모두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율인 70.9%를 훌쩍 넘어선다.
신길동 H공인중개소 대표는 “전셋값이 매매가와 큰 차이가 없다보니 차라리 매매로 돌아서는 사람도 많다”며 “금리도 낮고 집값이 떨어질 거라 걱정하는 사람이 많아 무리하게 전세를 끼고 투자하는 사람은 요즘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가 앞으로 2~3년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건설업체들이 공급량을 늘렸지만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 때문에 매매보다 전세수요가 더 증가할 것이란 분석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팀장은 “서울에 공급량이 늘었다고 하지만 재건축으로 인한 멸실물량을 고려하면 실제로 공급이 늘었다고 보긴 힘들다”며 “현재 분양된 아파트들이 준공되는 2~3년 뒤까지는 전세난이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는 “주택공급 과잉, 과도한 가계부채, 가계 가처분소득 감소, 저성장 등 여러 조건을 감안할 때 2~3년 안에 주택가격 하락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