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시즌' 다가오는데…예비 부부들 "외곽에도 전세가 없어요"

신희은 기자, 김사무엘 기자
2016.01.24 06:07

[르포]서울 외곽·경기 고양 등 수도권 일대 '전세품귀' 심각..."분초단위 계약, 싼 반전세도 실종"

@머니투데이 김지영 디자이너.

"전세가 나오면 1~2시간도 채 안돼 계약서를 써요. 한 신혼부부는 부모님께 보여주겠다고 연락하는 사이 계약이 체결돼 버렸어요." (서울 서대문구 D공인중개소)

"요즘 집 구하러 오는 신혼부부들 보면 불쌍해요. 집을 구해주고 싶은데 전세가 없다는 말밖에 할 수 없으니 안타깝죠"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K공인중개소)

겨울철 비수기에도 전세는 물론 월세 비율이 낮은 반전세가 수도권 대부분 지역에서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서울 전셋값에 경기권으로 밀려난 '전세 난민'에게 수도권 전세 찾기마저 '하늘의 별따기'가 된 셈이다.

임대주택 공급정책 등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 들어 단 한 번도 전셋값이 하락한 적이 없을 정도로 주거불안은 심각한 수준이다.

◇서울서 전세는 '분초다툼'...수도권 매물까지 '실종'

올 봄 결혼식을 앞둔 예비 신혼부부들은 집 구하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직장에서 가까운 서울 시내는 차치하고 수도권에서도 전세가 씨가 말랐기 때문이다. 그나마 남아 있는 전세는 면적 대비 지나치게 비싼 경우가 많다.

오는 4월 결혼식을 올리는 회사원 김모씨(32)는 "요즘 그야말로 '전셋집 찾아 삼만리' 중"이라며 "지난 토요일 하루 중개업소를 20군데는 족히 돌았는데 가는 곳마다 전세는 없고 매매만 권해 돈 없는 설움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서울 역세권뿐 아니라 외곽 지역도 전세물량이 동나기는 매한가지다. 서울 은평구 갈현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요즘은 전세가 나와도 세입자가 고민할 여유가 없다"며 "한 두 명 보여주면 바로 가계약을 하기 때문에 두어 시간 만에 매물이 사라진다"고 혀를 내둘렀다.

분초를 다투는 전세 구하기 경쟁에 서울살이를 포기하고 용인, 과천, 안양 등 수도권으로 눈을 돌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은 실정이다. 지난해 고양시 전셋값 상승률은 9.75%로 서울의 상승률(8.07%)을 웃돌았다. 특히 일산서구는 10.94%가 올라 전국 시군구 가운데 대구 수성구(12.57%), 서울 영등포구(11.03%) 다음으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경기권도 다세대주택·빌라·원룸뿐...그나마도 반전세"

@머니투데이 유정수 디자이너.

전셋값이 저렴하고 주거환경이 좋아 신혼부부와 사회초년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던 1기 신도시 일산은 서울발 전세난이 두드러진 곳으로 꼽힌다. 지난 한 해(1~11월) 동안 가장 많은 서울 시민이 이주한 곳도 경기 고양시(4만2314명)다.

지난 20일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 일대 공인중개소 10여곳을 둘러봤지만 전세 매물이 남아 있는 곳은 거의 없었다. 그나마 있더라도 아파트가 아닌 다세대주택, 빌라, 원룸뿐이었다. 대화동에는 연립주택 형태의 성저마을건영빌라가 총 1476가구 들어서 있는데도 전세 매물은 자취를 감췄다.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지금은 이사철도 아니라 전세가 거의 안 나온다"며 "다 반전세나 월세"라고 손사래를 쳤다.

아파트가 밀집된 주엽동과 일산동도 전세가 귀하긴 마찬가지. 이 일대에는 문촌1~19단지, 강선1~19단지, 후곡1~18단지 등 50여개 단지가 몰려있다. 주엽동의 L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전세는 단지별로 1~2개뿐"이라며 "주엽·일산동은 학군이 좋고 교통이 편리해 개학 전인 2월이 되면 전세는 더 귀해진다"고 귀띔했다.

매물 시세는 전용 59㎡이하가 1억8000만~2억원 선에서 형성돼 있었다. 덕양구 화정동 일대 공인중개소 역시 보증금 1억8000만원이 하한선이었다.

수도권 일대 전세난은 올해 더욱 가중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작년 강남권 재건축으로 멸실 물량이 늘면서 일산, 안양, 과천 등 수도권 신도시로 전세난이 확산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올해도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되면서 전셋집 구하기는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작년 분양한 물량이 입주하는 2~3년 뒤까지는 보증금을 낮추고 일정 부분 월세를 내는 '반전세'가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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