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위의 꿈' 합창단 "우리 아파트에서 임대 산다고 괄시했다간…"

김사무엘 기자
2016.02.23 05:23

[피플]노래로 분양-임대 화합하는 서울 중랑구 신내우디안아파트 '우디안 합창단'

서울 중랑구 신내동 신내우디안1·2단지는 '우디안 합창단' 활동으로 분양-임대 주민 간 화합을 이루고 있다. 왼쪽부터 단장 최정희(51) 씨, 부단장 최미화 씨(36), 단원 진향금 씨(58). /사진=김사무엘 기자

"언젠가 나 그 벽을 넘고서 저 하늘을 높이 날을 수 있어요~"

서울 중랑구 신내동 '신내우디안2단지'에서는 매주 수요일마다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울려퍼진다. 지난해 10월 신내우디안1·2단지 주민들이 모여 창단한 '우디안 합창단'이 만들어내는 하모니다. 30대부터 80대까지 주민 12명으로 구성된 합창단은 노래로 세대간 '벽'을 넘는다.

이들이 넘으려는 벽은 또 있다. 분양주민과 임대주민 간의 '갈등의 벽'이다. 신내우디안1·2단지는 SH공사가 공공분양·임대한 '소셜믹스' 단지다. 1단지에는 분양 615가구와 임대 787가구, 2단지에는 분양 720가구와 임대 1176가구가 살고 있다.

소득이나 연령 등이 서로 다른 여러 계층을 혼합해 사회통합을 이룬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그동안 공급된 소셜믹스 단지는 곳곳에서 잡음이 많았다. 분양 주민이 철조망 담장을 치고 임대주민이 넘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었고 임대주민은 노인정·도서관 등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을 사용하지 못하게 막는 단지도 있었다.

하지만 신내우디안은 이런 갈등을 찾아볼 수 없다. 지어진 지 2년 정도밖에 안 된 새 아파트라는 점도 있지만 우디안 합창단 같은 주민 화합을 도모하는 마을 공동체 활동이 활발하기 때문이다.

우디안 합창단은 1단지와 2단지의 분양·임대 주민이 한 데 섞여 있다. 최정희(51) 단장은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연습하며 알고 지낸지도 4달이 넘었는데 아직 서로 임대인지 분양인지도 모른다"며 "서로 묻지도 않고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다 같은 신내우디안 주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단장은 집에서는 평범한 주부지만 단지에서는 주민도서관 관장으로 활동할 정도로 주민 자치에 적극적이다. 주민 화합을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고민하다 합창단을 생각해 냈다. 단지 내 어린이합창단 '우디엔젤스콰이어'를 보고 어른들도 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음악의 '음'자도 몰랐던 최 단장은 우디엔젤스콰이어 지도교사로 재능기부 하던 최미화(36) 씨를 열심히 설득해 부단장으로 영입하고 사람을 모았다.

SH공사도 도움에 나섰다. SH공사는 주거복지 지원사업 명목으로 매달 100만원씩 1년 간 합창단을 지원하기로 했다. 활동에 필요한 지휘자와 반주자를 모셔오는 비용이다.

연습곡은 '거위의 꿈', '노래의 날개 위에', '추심' 등이다. 연습한 지 한 달 만인 지난해 11월에는 SH공사가 주관하는 '2015 주거복지 페스티벌'에 참여해 금상을 받았을 만큼 단합이 좋다.

분양-임대 나눌 것 없이 어우러지다보니 그 어떤 단지보다 한 주민이라는 의식이 강해진다고 한다. 최 단장은 "합창이라는 것은 누구 하나 튀지 않고 조화로워야 하기 때문에 연습하면서 맞춰가다 보면 서로 배려하는 마음도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 단장은 이어 "합창단뿐 아니라 주민도서관, 북페스티벌 등 주민 재능기부로 이뤄지는 공동체 활동이 활발하다보니 단지에 자연스럽게 화합하는 문화가 조성된다"며 "주민 대표회의도 임대와 분양주민 공동으로 구성된다"고 설명했다.

최 단장의 바람은 우디안 합창단이 꾸준히 활동하면서 소셜믹스 화합의 밑거름이 되는 것이다. 그는 "단원이 늘고 어느정도 자리가 잡히면 정기공연이나 발표회도 계획하고 있다"며 "주민들이 합창단 공연을 보면서 같은 느낌을 공유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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