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로 도산한 '허허벌판' 공장터, 그 화려한 변신

신희은 기자
2016.04.30 06:32

[부동산후]청주 지웰시티 10년…"1세대 디벨로퍼의 통큰 도전, 값비싼 수업료"

청주 지웰시티 전경.

"인구 100만명도 안되는 청주에 이런 곳이…."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40여분 만에 도착한 오송역에서 차로 갈아 타고 20분 가량을 더 가면 예상치 못한 풍경이 펼쳐진다.

백화점과 대형쇼핑몰, 마트 등이 줄지어 들어서 있고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짝지어 깔끔하게 정비된 거리를 누빈다. 지척에 LG생활건강, SK하이닉스 등 기업들이 입주한 산업단지가 있어 출퇴근길 교통체증이 빚어질 정도로 활기가 넘친다.

10년 전만 해도 청주 시민 수천명을 먹여 살리던 기업 대한농산(이하 대농)이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로 도산한 '절망의 땅'에서 지방에서 보기 드문 '고급 주상복합단지'로 탈바꿈한 청주시 복대동 지웰시티의 광경이다.

◇청주의 '밥줄'이 '랜드마크'로…1세대 디벨로퍼의 과감한 도전

지난 22일 서청주IC 일대에 교통 혼잡이 빚어졌다. 청주 지웰시티 내 마지막으로 분양되는 중소형 아파트와 오피스텔 총 516가구 청약접수를 앞두고 견본주택을 찾는 지역 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청주의 A부동산 중개업자는 "이 지역이 인구는 많지 않지만 대기업들이 들어선 산업단지가 있어 소득 수준이 높은 편"이라며 "지웰시티 일대는 주민들이 즐겨 찾는 소위 '핫한 곳'으로 청주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고급 단지로 손꼽힌다"고 말했다.

지웰시티 복합단지로 개발되기 전인 2004년 대한농산 공장 모습.

그러나 10년 전만 해도 이곳은 대규모 공장터였다. 청주 시민의 '밥줄'로 불리던 대농은 1955년에 설립된 기업으로 1997년 7월 외환위기 여파를 견디지 못하고 부도를 맞았다. 이곳에서 일하던 지역민들 상당수가 직장을 잃었고 지역 경제도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

청주시와 대농은 공장터를 개발하는 방안을 모색했고 신영이 대농그룹 정상화 방안을 제출해 채권단 87%의 동의를 얻어 최종 인수자로 확정됐다. 신영은 행정수도 세종시 이전과 KTX 오송역 신설, 편리한 광역교통망 등 입지와 산업단지 배후수요를 기반으로 주거와 상업·문화·교육시설을 모두 갖춘 역대 최대 규모의 복합단지를 개발하는 도전에 나섰다.

2005년 9월 공장 철거가 시작된 후로 11년, 허허벌판 공장터는 청주 부도심 기능은 물론 중부권 대표적인 랜드마크로 탈바꿈했다. 국내 디벨로퍼 1세대 중에서도 입지전적 인물인 신영 정춘보 회장의 '통 큰 도전'의 산물이다.

◇대규모 미분양에 '사기분양' 분쟁까지 곡절도

지웰시티 약도.

부도난 기업을 인수해 공장터를 고급 복합단지로 개발하려던 신영의 시도는 업계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당시 시행사 중 유일하게 자체브랜드 '지웰'을 전면에 내세웠고 1차 단지를 전용면적 162~256㎡ 대형 평수에 가구당 주차대수 2대, 호텔식 현관, 고급 수입자재와 화려한 조경 등으로 고급화했다.

하지만 2007년 3월 지웰시티 1차 2164가구 분양에서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했다. 분양가가 당시 3.3㎡당 500만원 안팎이었던 주변 시세의 2배 수준으로 높았던 데다 분양 당시 부동산 경기가 정점을 지나 하락세로 접어든 탓이다.

여기에 분양이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2010년 입주 전후로 '사기분양' 논란까지 빚어졌다. 위기로 금융권이 움츠러들어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고 백화점 등 입주가 예정돼 있던 시설도 시기를 연기하면서 당초 홍보했던 대로 복합단지 개발이 이뤄지지 않는 데 따른 것이다.

아파트를 분양받은 이들이 회사를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상당수는 계약 자체를 없던 일로 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자칫 사업 자체가 엎어질 수도 있는 위기의 순간이었다.

◇기획부터 시공·분양·사후관리까지…'값비싼 수업료' 치른 신영

복합단지 내 신영이 직접 운영 중인 지웰시티몰.

법적 분쟁은 결국 사기분양이 아니라는 법원의 판결로 마무리됐다. 그 사이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고 지웰시티 사업도 정상 궤도로 접어들었다. 백화점, 마트, 학교 등 당초 계획했던 시설들도 하나 둘씩 자리를 잡았다. 주변 아파트 시세도 당시 분양가 수준으로 서서히 올랐다.

현재 신영은 지웰시티에서 1, 2차 분양과 입주를 모두 마치고 마지막 3차 분양만을 앞두고 있다.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900만원대에서 책정될 예정이다.

분양을 마친다고 사업에서 손을 떼는 것은 아니다. 신영은 단지에서 내부로 바로 연결되는 복합쇼핑몰의 입점부터 관리까지 직접 맡아 하고 있다. 아파트 단지를 지어 분양하고 나면 손을 털어버리는 기존 방식과는 차별화된다.

국내 디벨로퍼들 가운데 '미니 신도시급'에 가까운 대규모 복합단지 개발을 기획 단계부터 사후관리까지 책임져 본 경험을 갖춘 곳은 거의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 건설업계에서 너나 할 것 없이 디벨로퍼를 지향한다고는 하지만 사업의 A부터 Z까지를 책임지기에는 경험이 부족하고 높은 수익성만큼 떠안아야 하는 리스크도 크기 때문이다.

지웰시티 주변환경.

신영은 지웰시티 개발 과정에서 적지 않은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계산만 따지면 '성공 사례'로 꼽기 어렵다. 하지만 업계는 신영의 도전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국내 디벨로퍼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신영 관계자는 "회사 입장에선 우여곡절이 많았던 사업장이지만 청주 지역에선 지웰시티가 가장 살고 싶은 단지, 랜드마크로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했다"며 "3차 분양도 청약이 무리 없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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