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알짜배기 부지 매각이 거듭 미뤄지고 있다. 연 이은 대형 부지 매각 불발은 시 재정에도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31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30일 오후 마곡산업단지 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대우조선해양 부지 중 1개 필지에 대한 매각 승인 여부를 심의한 결과, 최종 불승인 판정을 내렸다.
이 부지는 대우조선해양이 마곡산업단지에 조선해양 R&D(연구개발)센터를 건립하기 위해 2008억원을 투입, 사들인 12개 필지 중 하나다. 대우조선해양은 대규모 적자가 발생하는 등 경영난이 지속되면서 7000억원 규모 R&D센터 투자계획을 철회하는 것은 물론 해당 부지도 매각하기로 했다.
시는 해당 부지를 대우조선해양에 버금 가는 대기업에 일괄 매각해 마곡산업단지의 용도 성격에 맞는 R&D 투자 유치를 이어갈 생각이었지만 경기침체로 인해 마땅한 매입 주체가 나서지 않는 상황이다. 시는 당초 방침을 바꿔 블록별로 분할 매각하거나 개별 필지를 따로 떼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또 다른 알짜배기 부지인 상암동 DMC랜드마크 부지와 삼성동 옛 서울의료원 부지 매각도 분위기가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그나마 대우조선해양 마곡 부지는 부지 대금이 모두 완납된 상태로 매각이 늦어져도 재정 측면의 충격은 없지만 삼성동 옛 서울의료원 부지나 상암 DMC랜드마크는 매각 불발의 경우, 올해 재정계획 전반을 수정해야 할 판이다.
상암동 DMC랜드마크와 옛 서울의료원 부지는 매각 대금 중 8000여 억원이 이미 올해 시 예산에 반영돼 있는 상황. 8000여 억원은 올해 서울시 세외수입의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다. 매각이 재차 지연될 경우, 시는 재정안정성 차원에서라도 별도의 세입 확충 대책 수립이 불가피하다.
'상암 DMC랜드마크 6월·옛 서울의료원 부지 7월' 매각 공고
시는 우선 다음달 DMC 랜드마크 재매각 공고에 나선다. DMC 랜드마크는 마포구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 내 2개 필지 총 3만7262㎡ 규모로 매각 감정가는 4341억원이다. 시는 지난해 1월 '100층 이상'으로 건축물 높이를 제한했던 매각 조건을 삭제하고 부지 매각에 나섰으나 사업 신청서를 제출한 기업이 1곳도 없는 등 반응은 썰렁했다.
이번 재매각 때도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20% 이하로 묶여 있는 주거비율 상향을 비롯한 매각 조건 변경은 별도의 지구단위계획이 수립되지 않는 한 불가능한 상황. 이전 매각가 4341억원도 그대로 유지된다. DMC랜드마크 부지의 경우, 전체 매각대금의 70%선인 3000여 억원이 올해 시 예산에 반영돼 있다.
시로서도 다음달 매각 성사를 크게 기대하지 않는 눈치다. 시 관계자는 "매각 조건과 매각가가 동일하게 유지되는 데다 국내외 경기 상황도 좋지 않아 유효 응찰자를 기대하기 쉽지 않다"며 "(매각이 불발되더라도) 중국 투자자 유치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DMC랜드마크는 두번째인 이번 입찰이 유찰될 경우, 매각가 조정이 가능해진다.
옛 서울의료원 부지 매각, '분할매각·용적률 상향'으로 승부수
삼성동 서울의료원 강남분원(옛 서울의료원) 부지에 대한 세번째 입찰은 7월 중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시는 이번 매각 공고 때는 앞선 두차례 유찰 때 나온 인수 희망기업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일괄 매각에서 분할 매각으로 매각 조건을 완화하고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해 현재 330%인 허용 용적률을 상향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시는 당초 이달 중 옛 서울의료원 부지 지구단위계획 변경 안건을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 상정하고 다음달 매각 공고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일정이 미뤄져 다음달 중순 이후에나 도건위 안건 심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지구단위계획 변경이 도건위 심의를 통과하면 감정평가를 거쳐 매각가를 다시 산출하는 작업이 이어진다. 매각 공고는 빨라도 7월에나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옛 서울의료원 부지 매각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시 재무국 관계자는 "도건위 심의, 가격 재평가 등 절차상의 이유로 7월 중 매각 공고가 나갈 것으로 보인다"며 "매각 성사를 확신할 수는 없지만 용적률, 부지 분할 등 매각 조건이 달라지는 만큼 어느 정도 기대는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수에 적극성을 보이는 기업은 아직 없는 상태. 한 재계 관계자는 "감정가가 달라지더라도 기존 매각가와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1조원 가까운 매각가, 마이스(MICE) 시설 비율 50% 등 선뜻 인수에 나서기 부담스런 부분이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옛 서울의료원 부지는 토지 2개 필지 3만1543.9㎡와 건물 9개동(전체 면적 2만7743.63㎡) 규모로 최초 감정가는 9725억원에 달한다. 이중 55%인 5349억원이 올해 시 예산에 반영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