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마을, 백사마을, 개미마을, 해방촌, 창신숭인….
서울에는 아직도 1960년대에나 볼 법한 낡은 집이 모여 있는 달동네가 곳곳에 있다. 노후 도심 개발의 필요성은 높지만 개발이 추진되는 순간 집값은 요동친다.
부동산시장의 불안은 어떤 정부도 원하지 않는다. 표심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개발은 하되 집값 급등은 막아야 한다. 새 서울 시장이 풀어야 할 ‘낡은 도시’ 서울의 딜레마다.
2016년 기준 서울의 주거지면적 313㎢ 중 저층 주거지면적은 약 3분의1인 111㎢다. 저층 주거지 내 주택 46만여동 가운데 20~30년 된 노후주택이 37%(17만2141동), 30년 이상 된 주택이 35%(16만590동)에 달할 정도로 서울의 도심 노후도는 심각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역대 서울시장이 추진한 정책도 ‘뉴타운’ ‘한강르네상스’ ‘도시재생’ 등 낡은 서울을 개발하는 사업 중심이었다. 하지만 서울 개발은 언제나 집값 급등, 원주민 내몰림(젠트리피케이션), 주민 갈등과 같은 또다른 문제를 낳았다.
전면철거식 도시정비의 대안으로 추진된 도시재생은 이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이 역시 서울의 도시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도시재생은 대부분 소규모 정비에 그치고 예산도 많지 않아 도심 활성화 효과가 떨어진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대표적이다. 박 시장 재임기간에 133곳에서 서울형 도시재생사업이 추진됐는데 이중 ‘대형 프로젝트’라 할 수 있는 도시경제기반형 사업은 서울역과 창동·상계 도시재생 2개뿐이다.
나머지는 지역당 100억~500억원이 투입되는 소규모 사업들이었다. 예산이 적다 보니 도시재생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주민 불만도 곳곳에서 나왔다. 대표적인 곳이 창신숭인이었다.
창신숭인 도시재생은 봉제골목으로 유명한 종로구 창신동, 숭인동 일대 83만㎡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4년간 200억원을 들여 마중물사업을 추진했다. 낡은 도로 일부가 새로 포장되고 거리에 CCTV(폐쇄회로TV)가 생기는 등 변화가 있었지만 좁은 골목, 주차난, 노후주택 등의 문제는 그대로였다.
창신동의 한 공인중개소 대표는 “주민들 중 ‘200억원 쏟아붓고 뭐했냐’는 불만이 상당하다”며 “일부에서는 다시 예전과 같은 전면철거식 재개발을 추진하는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불만에도 예산을 적극적으로 투입하지 못하는 이유는 젠트리피케이션 우려 때문이다. 성동구 성수동 일대는 도시재생과 함께 개성 있는 카페골목이 조성되면서 지역이 활성화했지만 임대료가 상승하는 부작용도 발생했다. 2017년 상반기 성수동 카페거리의 소규모 상가임대료는 4.18% 올라 전국에서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차기 서울시장의 과제도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서울 개발의 방향을 찾는 데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권규상 국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역 상황에 맞게 소규모 재생과 대형 프로젝트를 균형 있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주민역량 강화, 공동체 활성화 등 소프트웨어 투자도 병행해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개발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