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국내 건설사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 진영이 경제·금융 제재를 가할 경우 러시아에서 수주활동 중인 사업이 중단되거나 철수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국내 건설사들은 지난해부터 큰 프로젝트 수주를 따내는 등 신흥시장으로 새롭게 부상한 러시아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모니터링 하는 등 미국의 제재 정도에 따라 긴밀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24일 해외건설협회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파견된 국내 건설 인력은 지난해 6월 기준 총 77명이다. 국토부는 최근 우크라이나에 있던 국내 건설근로자 4명을 인근 나라로 안전하게 대피시켰다. 러시아 사업 현장들은 우크라이나와 거리가 있어 안전성은 확보했다고 판단했다.
정부는 지난 23일 해외건설협회와 러시아, 우크라이나 현지에 진출한 국내기업 7개사가 참여한 가운데 민관합동 긴급상황반을 열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근로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현지 인력들을 인근 국가로 대피시켰고, 추가적인 조치는 상황 변화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면서 "긴급상황반 대응회의를 매주 정기적으로 열고 현지 정세 변화와 미국 등 국제사회의 재재에 따라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지 진출한 건설사들은 무역·금융 등을 포함한 포괄적인 제재조치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되고 국제사회가 제재조치에 나서면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자금조달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이란 수준의 제재가 이뤄질 경우 공사대금 수령이 어렵고 당분간 러시아에서 신규 사업 발주도 어려울 것으로 정부와 업계는 예상했다.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한 가운데 24일(현지시간)부터 러시아에 대한 전면 제재를 검토한다고 밝힌 상태다.
지난 7일 기준 우크라이나에서는 총 3개 건설사가 6건의 공사(1020만불)를, 러시아에서는 총 14개 국내 건설사가 총 18건의 공사(103억6100만불)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러시아 수주 금액은 전체의 1.8% 수준이지만 신흥 시장으로 떠오르면서 최근 국내 건설사들의 진출이 활발하다.
러시아는 천연가스, 석유 등 세계 최대 규모의 자원 매장량을 보유한 에너지 부국으로 대형 플랜트 공사를 꾸준히 발주하고 있다. DL이앤씨는 지난해 12월 약 1조6000억원 규모의 초대형 가스화학 플랜트를 수주했다. DL이앤씨는 이 프로젝트에서 설계와 기자재 조달을 담당한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최근 처음으로 러시아에서 1조3700억원 규모 대형 석유화학 플랜트를 수주했다. 삼성엔지니어링측은 "설계와 조달업무에 대한 계약이고 프로젝트 초기 단계라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러시아에서 처음으로 1000억원 규모의 가스처리시설 EPC(설계·조달·시공)수주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현대엔지니어링도 "실제 착공까지 진척되지 않아서 당장 미칠 영향은 크지 않아 보인다"면서 "워낙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상황 변화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후 경과에 따라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대응 시나리오를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