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지난 2020년 수립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의 목표 수준과 도달기간을 재수립하는 방안에 착수했다. 정부는 당초 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현실화율)을 최종 90%로 설정하고, 목표 도달기간을 아파트 기준 10년으로 설정했다. 인수위는 그러나 집값 상승기에 현실화율 제고분으로 인해 납세자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정부에 전달했다.
24일 인수위 등에 따르면 지난 22일 인수위 부동산 정책 담당자들과 정부 관계부처 담당자들이 만난 자리에서 인수위 측이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수정 필요성을 정부에 먼저 지적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수위 관계자는 "집값이 상승하는 시기에 공시가격 로드맵을 너무 성급하게 시행해 결과적으로 납세자 부담이 가중되는 결과가 발생했다"며 "90%로 설정한 현실화 목표치와 공동주택 기준 2030년 도달시점 등을 수정해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문재인 정부에서 논란이 돼 왔던 공시가격 현실화 추진계획 재수립을 공약했다. 공시가격은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를 책정하는 기본 잣대이며 건강보험료, 각종 장학금, 사회복지제도 등 60여개 정부 제도와 연결돼 있다. 집값이 급등하는 시기에 공시가격 현실화율까지 단기가 끌어 올릴 경우 국민의 세부담이 급격히 는다는 것이 인수위 시각이다.
공시가격 로드맵은 지난 2020년 하반기 수립돼 2021년과 2022년 공시가격에 두 차례 적용됐다. 2021년 기준으로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이 평균 14.1% 급등한 가운데 부동산 유형별로 1~3%포인트씩 현실화율 제고분을 추가 반영됐다. 보유세 부담이 커지자 정부는 지난해 재산세율을 낮춘데 이어 올해는 올해 공시가격이 아닌 1년 전 가격을 적용하는 보유세 경감책을 내놨다.
인수위가 '현실화율 목표치'와 '도달기간' 문제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만큼 공시가격 로드맵은 큰 폭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020년 수립한 계획에 따르면 공동주택, 토지, 단독주택 등 모든 유형의 현실화율은 최종 목표치가 시세의 90% 수준이었다.
공시가 현실화 로드맵을 수정한다면 목표치를 낮추거나 달성기간을 늘리는 방법이 가능하다. 올해 공동주택 현실화율이 71.5%인 만큼 목표치를 지금보다 낮춘다면 약 80% 전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종부세와 재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100%,60%) 등과 조율이 필요하다. 보유세는 공시가격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해 과세표준이 정해지기 때문에 양 제도간의 종합적인 고려를 통해 적정 보유세 부담 수준을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장 15년으로 돼 있는 현실화율 도달기간 수정도 불가피하다. 공동주택 기준으로 9억원 미만은 2030년, 9억~15억원은 2027년, 15억원 이상은 2025년까지 90%를 달성토록 돼 있다. 로드맵 수립 당시 각각 10년, 7년, 5년 안에 목표(90%)를 달성하기로 했다. 표준단독주택은 9억원 미만 2035년, 9억~15억원 2030년, 15억원 이상 2027년까지로 각각 15년, 10년, 7년 기간을 설정했다. 토지는 2028년까지 8년의 도달기간을 부여했다.
아파트의 경우 9억원 미만 중저가는 지역, 가격대별로 현실화율 편차가 너무 커 2023년까지 3년간 균형성 제고 기간을 뒀다. 90%로 가기전 중간 목표로 현실화율 70%를 설정해 급격한 공시가격 상승을 막기로한 조치다. 그런데 집값이 급격하게 오른데다 고가주택은 중간 목표없이 곧바로 5년~7년내 목표달성을 해야 하다보니 주택보유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있었다. 이에 따라 아파트 기준 5~10년으로 돼 있는 현실화율 도달 기간이 10년 이상으로 연장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국토부는 인수위 지적에 따라 내년부터 공시가격 로드맵 수정안을 곧바로 적용키로 했다. 내년 적용을 위해선 연내 수정안이 확정돼야 한다. 이에 따라 오는 25일 인수위 첫 업무보고에서 공시가격 로드맵 수정 계획을 담을 예정이다. 진현환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공시가격 로드맵에 따라 매년 3%포인트씩 공시가격이 올라 굉장히 경직된 측면이 있다"며 "향후 연구용역, 공청회 등을 거쳐 재수립된 로드맵을 내년부터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