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강서구 A아파트 사업장, 땅을 사기 위해 높은 금리로 조달한 브릿지대출의 만기가 지난 7월 도래했다. 어렵게 한 차례 만기를 연장했지만 이달 말 다시 만기가 도래한다.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금융기관마다 '어렵다'는 답만 돌아온다. 매달 1000억원이 넘는 금액에 대한 대출 이자를 부담 중인데 사업 추진이 쉽지 않다.
# 대구 B아파트 사업장 역시 지난 5월 브릿지대출을 어렵게 연장했다. 부동산 PF대출을 받기 위해 알아보고 있지만 대주단을 찾지 못했다. 사업장의 입지가 좋아 PF대출도 어렵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자금시장이 얼어붙어 현재로서는 사업 진행이 불투명하다.
부동산개발 업계가 심상치 않다. 금리와 공사비는 오르고 금융기관들이 자산건전성 관리에 나서면서 돈줄마저 끊겼다. 땅을 매입하고 개발에 나선 시행사들은 수익성 악화 우려와 자금난으로 사업을 중단하거나, 잔금을 치르지 못해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마저 나오고 있다.
11일 부동산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부동산 PF대출 금리(선순위 기준)는 연 9~10%까지 치솟았다. 1여년 전 3%대 후반~4%대 초반, 올해 초만 해도 5% 초반 수준이었지만 몇 달 만에 2배 급등했다. 기준금리가 오른 영향도 크지만 금융사들이 돈줄을 죄면서 '(금리를)부르는 게 값'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취임 후 증권, 보험, 카드, 캐피탈,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2금융권 CEO들과의 간담회에서 일관되게 부동산PF에 대한 리스크관리 강화를 주문했다. 특히 여신전문업계와 저축은행 등에 대해선 부동산PF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충당금 적립 상황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저축은행, 상호금융에 적용 중인 건설업·부동산업에 대한 여신한도 규제를 여전사로 확대키로 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의 '경고' 이후 2금융권 금융회사들은 부동산 PF 대출을 사실상 중단했다. 새마을금고는 지난달 미분양 담보대출은 원칙적으로 취급 불가, 차입형 토지신탁 등은 취급 불가, 기한연장은 원칙적으로 불가 등의 내용이 담긴 공문을 전국 지점에 보냈다.
A시행사 대표는 "새마을금고와 저축은행은 최근 3년 동안 부동산 PF대출에 적극적이었는데 여기마저 자금줄이 막히면서 지금은 브릿지론도, 부동산 본 PF대출 어떤 것도 되지 않는다"면서 "100억~200억원의 자금을 구하기도 너무 어려워 신규 사업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부동산 PF는 사업 부지 취득과 인허가 등 운영자금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단기 브릿지론과 인허가 취득 후 착공부터 준공 전까지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본 PF로 나뉜다.
땅 매입 계약을 성사시켜놓고 잔금을 치르지 못해 계약금을 포기한 사례들도 나온다. B증권사 부동산금융 담당 임원은 "브릿지론 잔금 대출받아야 하는데 자금을 조달하지 못해서 계약금을 포기한 사업장이 여럿 있다"면서 "어렵게 잔금을 구해도 본 PF 대출을 받지 못하면 기한이익상실(EOD, 대출 만기 전에 회수)에 처해지고, 공매로 넘어가면 손실이 더 크다는 판단하에 울며 겨자 먹기로 초기에 사업을 접는 것"이라고 말했다.
C신탁사 임원은 "아파트 브랜드를 보유하고 시공능력평가 순위가 100위 안에 있는 건설사인데도 부동산PF대출이 모두 막혔다"면서 "시행사, 중소중견사, 신탁사, 부동산PF를 주선하는 금융사 등 부동산개발사업 관련 업무가 마비될 정도"라고 우려했다.
시장에서는 상당수의 사업장이 지금은 어떻게든 이자를 내면서 버티고 있지만 내년부터 만기 연장에 실패하거나 본 PF대출받지 못해 공매로 넘어가는 사업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경고음은 이미 곳곳에서 들린다. 올 6월 경기도 화성에서 추진 중이던 '화성 반도유보라 아이비시티' 사업은 기한이익상실로 해당 부지가 공매로 나와 있다. 대구에서 약 1000가구 규모의 주상복합 아파트 재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던 중구 동산동 사업 부지도 같은 달 공매 물건으로 올라왔다. 해당 시행사인 도원동산개발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졌기 때문이다.
D증권사 부동산금융 담당 임원은 "약 5000억원 규모의 사업장이 있는데 공사비 상승, 공사 기간 연장, 자금조달 비용 상승 등으로 사업성이 나오지 않는다"면서 "부담해야 할 이자만 750억원이 더 늘었는데 분양시장이 좋지 않아 분양가를 올리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자금을 어떻게든 조달해서 이자를 납부하고 사업을 끌어가겠지만 한계가 오면 디폴트가 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장 상황이 악화하면서 자금력이 되는 일부 시행사는 올해 사업을 접고 내년을 기다렸다가 공매나 경매 등 NPL(부실채권) 물건을 잡겠다는 분위기다. 감정평가액보다 저렴하게 택지를 구입하면 사업성을 일부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E건설사는 공매로 나온 대구 동산동 사업 부지를 감평가의 절반인 1500억원에 사들이겠다는 의사를 타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