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지하주차장 철근 누락을 설계한 업체들이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발주한 30여 건의 설계공모를 싹쓸이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관'으로 지목된 특정 설계사무소는 한 건에 60억원이 넘는 공모를 수주했는데 이를 LH 직원들이 심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교통부는 앞으로 전관들이 있는 업체는 설계공모 등 각종 용역에서 전부 배제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8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LH가 최근 5년간 발주해 최종선정한 설계공모 87건 중 이번에 드러난 지하주차장 철근을 빼먹은 업체 7곳이 29개의 공모를 따낸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전관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설계사무소로, 단독 또는 공동으로 크고 작은 용역을 수주했다.
구체적으로 S사와 P사가 각각 7건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B사 5건, K·N·D사 각 3건, E사 1건 등의 순이었다.
용역 규모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통상 20억~30억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이들 설계사무소가 그동안 수주한 금액은 1000억원대에 육박하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설계공모를 따낼 경우 각종 구매계약 체결권 등도 추가로 노릴 수 있는 것을 감안하면 규모는 더 커진다.
문제는 현직 LH 직원들이 사실상 '선배'로 볼 수 있는 전관 업체들을 심사했다는 것이다. 지난 2019년 전관 업체가 수상한 일부 설계공모를 따져보니 심사위원 7명 가운데 2명은 LH 직원이었다.
특히 철근 154개 중 154개 전부를 빼먹은 것으로 설계한 전관 업체 B사가 따낸 62억원의 용역은 LH 직원들이 심사했다. LH가 발주한 용역은 사실상 '전관들의 놀이터'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서울의 한 대학 건축학과 교수는 "LH 직원들이 특정 전관 업체에 몰표를 주는 것이 관행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됐다"며 "오죽하면 심사위원단을 AI(인공지능)로 바꿔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지적했다.
지난 4일 LH는 아파트 철근을 누락한 15개 단지 철근을 빼먹은 설계, 시공, 감리 등 74개 업체에 대해 경찰청에 수사의뢰했다. 부당한 심사로 설계공모 선정이 이뤄졌는지 여부도 수사 대상에 포함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날 원희룡 국토부 장관과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은 별도 만남을 갖고 권익위가 내부신고자 보호가 가능한 공익신고를 받는 방안을 논의했다. 권익위는 조만간 신고 접수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원 장관은 전날 페이스북에 "LH에 기생하는 '전관 카르텔'의 나눠먹기 배분구조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며 "앞으로 LH 전관들이 참여하는 업체는 용역에서 완전히 배제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