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 건설재해

이민하 기자
2025.03.04 05:00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안성=뉴시스] 김종택 기자 =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도 안성시 서운면 산평리 '안성 고속도로 교각 붕괴' 현장에서 28일 경찰과 국과수, 산업안전공단 등 관계자들이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02.28. photo@newsis.com /사진=김종택

다리가 무너졌다. 또 사람이 죽었다. 건설 현장에서는 매일 열댓명이 다치고, 이틀에 한 명꼴로 사람이 죽어 나간다. 짓던 건물, 다리가 붕괴하고, 사람이 떨어지거나 물체에 맞고 깔려서다. 최근 5년간 추락과 붕괴 등 건설 재해로 사망한 사람은 1211명으로, 부상자는 3만340명으로 집계됐다. 매년 건설 현장에서 242명이 숨지고, 6068명이 다쳤다. 사망자 중 절반가량인 '떨어짐' 사고를 당했다. 깔리거나 물체에 맞거나, 끼이거나 부딪히고, 화상으로도 숨졌다.

지난달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을 맡은 서울세종고속도로 천안~안성 구간 건설 현장에서는 교각에 설치 중이던 교량 상판 구조물이 무너졌다. 붕괴 사고로 작업 중이던 인부 4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이보다 열흘가량 앞서 부산 반얀트리 리조트 공사 현장에서는 화재가 발생해 작업자 6명이 숨졌다. 비슷한 시기 서울 노원구에서는 서울시가 발주한 체육센터 공사 현장에서 작업자가 철골에 맞아 사망했다. 관계 당국은 건설 현장에서 작업자가 사망한 사고원인을 조사 중이다. 시공사와 현장 관리자, 작업자 등 책임 소재를 밝힐 때까지는 수개월까지 걸릴 수 있다. 일각에서는 현장에서 안전 기준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과거 건설 사고 현장은 상당수가 안전시설이 갖춰지지 않는 등 현장관리가 미흡했다. 안전 교육이나 안전 수칙 준수도 여전히 잘 이뤄지지 않았다. 국토교통부 건설공사종합정보망(CSI)에 따르면 건설 현장 추락 사망사고의 67%는 안전 설치물을 설치하지 않거나 안전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은 시공사가 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양평 지역 마을회관의 지붕 보수작업을 하다 떨어져 사망한 60대 근로자는 필수적인 안전대를 지급받지 못했고, 안전 난간도 없는 상태에서 일했다.

매년 건설 현장에서 '재해' 수준의 인명피해가 끊이지 않자 정부도 부랴부랴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우선 현장 안전관리 강화 차원에서 사망사고를 낸 대형 건설사(시공 능력 평가 100대 건설사)의 명단을 공개하는 방안을 다시 추진한다. 건설 사업자 명단과 공사명, 사망자 수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연계해 건설사 시공능력평가 등에도 추락사고 현황을 반영할 예정이다. 사망사고 100대 건설사 명단 공개는 2019년에 도입해 2023년까지 운영했던 제도다. 건설 현장의 인명 피해를 줄이려는 취지로 시행한 것이지만, 건설 업계들로부터 '법적 근거가 없다'는 항의가 잇따르면서 지난해부터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고 명단 공개만으로는 '반쪽짜리'라는 지적이 벌써 나온다. 앞서 제도를 운영했던 시기에도 건설 현장에서 사망사고는 줄지 않았다. 이 때문에 나머지 반쪽을 채울 강력한 제재 수단이 요구된다. 광주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붕괴 사고 이후 논의됐던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가 대표적이다. 단 한 번의 사고만으로도 바로 등록말소 처분을 내릴 수 있는 강력한 제도지만, 국회 문턱을 못 넘고 3년째 표류하고 있다. 그사이에도 매년 건설 재해로 사망·사고는 계속 일어나고 있다. 더 이상 소중한 생명이 어이없이 희생되는 안타까운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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