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규제냐, 완화냐' 갈림길에서 또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불과 5개월 만에 벌써 세 번째 대책 마련을 예고할 정도로 시장 불안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대표적 하락론자로 꼽히던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조차 정부 정책에 정면으로 반박하며 "집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입장으로 돌아선 상황이다.
채 대표는 그동안 '집값 하락론자'로 불리며 시장에서 독특한 목소리를 내왔다. 그러나 올해 6월 27일과 9월 7일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그는 공개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 정책은 시장 수급 현실과 괴리돼 있고, 결국 공급 부족과 수요 왜곡이 맞물려 집값은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그의 발언 직후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는 '불장(불붙은 장세)' 분위기가 확산됐다. KB부동산 자료에 따르면 9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0.8% 상승하며 단독주택 대비 7배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강남 14개구 아파트 평균 가격은 사상 처음으로 18억원을 넘어섰다. 이는 단순한 심리적 반등이 아니라, 규제와 공급정책의 한계가 맞물리면서 나타난 구조적 현상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부동산은 이재명 정부 국정 운영의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출범 초기 민생 과제로 부동산 안정을 내세웠지만, 실제 시장 흐름은 정책 효과가 미미했음을 방증한다. 특히 집권 5개월 만에 벌써 세 번째 대책 마련이 거론된다는 점은 시장 불안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재명 정부가 부동산에서 확실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 경제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치권에선 집값 안정 여부가 국정 평가를 좌우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가장 큰 딜레마는 규제만 하다 끝난 문재인 정부의 전철을 다시 밟을 수 있단 우려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집권 5년 동안 20여 차례의 규제 대책을 쏟아냈지만, 결과적으로 집값은 폭등했다. 다주택자 세금 강화, 대출 규제, 청약 강화 등 온갖 규제가 쏟아졌지만 오히려 매물 잠김과 공급 부족을 불러오며 가격 상승의 도화선이 됐다.
이재명 정부 역시 규제 강화 카드를 꺼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그 효과와 부작용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난제에 직면했다. 지난 9월 정부가 내놓은 공급대책은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신규 주택 물량 확대, 공공·민간 협력 모델 도입, 청년·신혼부부 주거 지원 강화 등 다양한 방안이 포함됐지만 시장 반응은 싸늘했다.
부동산 업계는 정부에 실효성 있는 대책을 촉구했다. 단순 규제 강화나 장기적 공급 청사진만으로는 단기 수급 불균형과 가격 불안을 잡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오히려 대출 규제 완화에도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 건설사 임원은 "시장에서는 대출 규제 완화, 세제 조정, 정비사업 속도 조절 등 다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지금처럼 미온적인 공급 대책만으로는 집값 상승 압력을 꺾기 힘들다"고 말했다.
금융권 전문가도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가 병행되지 않으면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은 계속 어려워지고, 이는 중장기적으로 또 다른 가격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정부 부동산 대책이 효과를 거두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신뢰회복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부가 이번에도 규제 일변도 정책을 내놓는다면, 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반복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반대로 실효성 있는 공급 확대와 수요 관리 방안을 병행한다면 정책 신뢰 회복과 함께 시장 안정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정책은 단순한 주거 문제를 넘어, 민생과 경제 전반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라며 "출범 5개월 차 이재명 정부가 어떤 선택을 내놓을지에 따라, 향후 시장의 방향뿐 아니라 정권의 성패까지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