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비강남권 아파트 분양시장의 '국민평형'(전용 84㎡) 가격이 20억원을 넘어설 기세다. 강북 핵심 재개발지로 꼽히는 장위뉴타운의 경우 국평 분양가가 16억원대 중후반에서 17억원 안팎에서 정해질 전망이다. 이전 분양가 기록을 볼 때 불과 4년 만에 약 7억원 가까이 뛴 수준이다. 공사비와 금융비용 상승에 더해 기존 시세 상승까지 반영되면서 비강남권 역시 '국평 20억원 시대'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 서울 성북구 장위뉴타운에서 분양을 앞둔 장위10구역 재개발 단지는 전용 84㎡ 분양가가 16억원대 중후반에서 17억원 안팎 수준으로 거론되고 있다. 대우건설이 장위동 일대에 공급하는 '장위푸르지오마크원'으로 총 1931가구 중 1031가구가 일반분양으로 공급된다. 지하철 6호선 돌곶이역 역세권 단지다.
장위뉴타운 내 분양가는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2022년 분양된 '장위자이 레디언트'의 분양가는 전용 84㎡ 기준 9억~10억원 수준이었다. 당시만 해도 고분양가 평가가 강했고 결국 일부 공급 물량이 미계약으로 남았다. 하지만 이후 시장이 반등하면서 상황이 급반전했다. 장위자이 레디언트 국평 가격은 입주 당시 13억~14억원으로 분양가 대비 3억원 이상 상승했다.
시세가 상승하면서 분양가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2024년 분양한 '장위 푸르지오 라디우스 파크'는 전용 84㎡ 기준 분양가가 11억원 후반~12억원 초반대로 올라섰고 분양을 앞둔 장위10구역 역시 16억원대 중후반에서 17억원 안팎 수준까지 거론되고 있다. 불과 4년 사이 분양가가 10억원 수준에서 17억원대까지 높아졌다.
이 같은 흐름은 다른 비강남권에서도 확인된다. 이달 분양한 서울 강서구 '래미안 엘라비네'와 영등포구 '더샵 프리엘라'는 전용 84㎡ 최고 분양가가 각각 18억4000만원대, 17억9000만원대다. 여기에 발코니 확장과 시스템에어컨 등 주요 옵션 비용을 포함할 경우 실질 분양가는 19억원 안팎에 이른다. 취득세까지 고려하면 부담은 더 커진다. 15억원 초과 주택에 적용되는 취득세율(3%)을 적용하면 약 5000만~6000만원이 추가돼 총 필요 자금은 19억원대 중후반으로 높아진다. 20억원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분양가 상승의 1차 원인은 공사비다. 철근, 시멘트 등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인건비 인상, 고유가 영향이 누적되며 건축비가 지속해서 상승했다. 여기에 금리 상승에 따른 금융비용 증가까지 더해지면서 사업비 전반이 높아졌고 결국 분양가가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됐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위원은 "건축비 상승은 인플레이션보다 후행적으로 반영되는 특성이 있다"며 "이전의 원자재 가격 상승분과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영향이 최근 분양가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 위원은 또 "금리 상승에 따른 조달비용 증가가 장기화하면서 분양가 상승이 구조적으로 이어지는 '뉴노멀' 국면이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기존 주택 가격 상승도 분양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인근 주요 단지 시세를 살펴보면 장위자이 레디언트 일부 매물의 호가가 16억원을 넘어섰고 광운대역세권 개발지 등 다른 주요 입지의 국평 호가도 17억~18억원대에 형성되고 있다. 이같은 인근 시세가 분양가 산정의 기준점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기 수요가 탄탄한 것도 분양가 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래미안 엘라비네와 더샵 프리엘라는 고분양가 논란에도 전용 84㎡ 기준 평균 청약 경쟁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높은 분양가에도 수요가 유지되면서 고분양가 흐름을 지지하는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분양가는 결국 시장 시세가 지지하기 때문에 형성된다"며 "분양이 되지 않으면 가격을 낮추겠지만 현재는 높은 분양가 수준에도 수요가 유지되고 있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분양가가 하락한 사례는 거의 없고 결국 상승 속도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향후 분양시장에서는 자금력에 따른 양극화가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출 규제 영향으로 고가 주택은 현금 동원력이 중요한데 비강남권에서는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낮은 중소형 평형 중심으로 수요가 쏠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 고분양가로 평가받던 단지가 몇 년 뒤 기준 가격이 되는 흐름이 반복되고 있다"며 "서울 분양시장에서 '오늘이 가장 싸다'는 인식이 점차 확산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