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셋값 상승세가 가파르다. 외곽지뿐 아니라 핵심지에서도 실수요를 바탕으로 전셋값 급등세가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가 전세매물 품귀의 원인이 되고 있는 가운데 한동안 전세가 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이 제기된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8일 발표한 주간 부동산 가격 동향에 따르면 5월 첫째 주(4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는 전주 대비 0.23% 상승했다. 이는 2019년 12월 넷째 주(0.23%)를 기록한 이후 6년5개월여 만에 최고 상승률이다. 주간 기준 전세가 상승률이 이를 상회한 적은 2015년 11월 셋째 주(0.26%)가 마지막이다. 역대급 전셋값 상승이라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최근 다주택자 규제가 전셋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9일 한국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전·월세 가격은 2월12일 다주택자 규제 정책 발표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흐름을 보이다가 정책 발표 이후 상승폭이 한층 확대됐다. 이에 건설연은 다주택자 규제 흐름이 이어지는 한 지금같은 전세가 상승세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하희 한국건설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다주택자가 임대차 시장에서 일정 부분 전·월세 매물을 공급해왔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규제 강화로 (다주택자 임대) 매물 공급이 위축될 경우 임대차 시장 내 수급 불균형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어 이에 대한 충분한 고려와 검토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어 "정부 (다주택자 규제) 정책 이후로 전세가격 상승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향후에도 전세가격 상승 압력이 지속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전세가 상승의 근본적인 원인은 지난해 10·15 대책에 따른 실거주 의무 등으로 인한 서울 전세 매물 품귀현상이 꼽힌다. 여기에 정부가 다주택자 규제를 예고한 이후 임대 물건이 매매로 전환하면서 전세 매물 공급이 더 감소한 측면도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만6240건으로 3개월 전(2만1221건)에 비해 23.5% 감소했다.
한동안 진정되는가 싶던 아파트 매매가 오름세에 다시 속도가 붙은 것도 같은 흐름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급매 소진 국면에서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매매가를 재차 밀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례로 송파구에서는 2월 넷째주 이후 8주 연속 하락하던 아파트 매매가가 4월 셋째주 상승 전환한 이후 매매가와 전세가가 동반 상승 중이다. 송파구 아파트 매매가는 최근 2주 연속 상승폭을 확대했고 전세가 상승률은 4월 마지막주 0.51%, 5월 첫째주 0.49% 등 서울 25개 자치구 중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서울 외곽지역도 유사한 흐름이다. 서울 성북구의 경우 연초 이후 매매가가 4.81%, 전세가가 4.20% 각각 뛰었다. 이밖에노원구(3.57%, 4.06%)와 광진구(3.55%, 3.82%)도 매매가와 전세가가 동반 강세를 보였다.
정부는 다주택자 매물 유도와 빠른 주택 공급에서 전세시장 불안의 해법을 찾는다는 방침이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9일 열린 비상경제본부 회의 겸 경제·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서 "주택 공급에 역량을 집중하고 잠긴 매물이 나오도록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또 "5월9일 이후 매물잠김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으나 정부의 정책의지는 과거와 다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