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건설 보호구간 영구화' 입법에…건산연 "오히려 갈등 더 키울 수도"

홍재영 기자
2026.05.12 16:19
종합·전문건설업 업역갈등 관련 입법/그래픽=김지영

상호 업역 제한을 사이에 둔 종합건설업계와 전문건설업계 간 갈등이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전문건설업 수주제한 금액 보호구간의 일몰제 종료가 올해로 예정된 만큼 각 업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중이다. 건설업 전문가들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국회의 입법 시도가 오히려 갈등을 더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1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한전문건설협회는 최근 국토교통부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상호시장제도의 개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 2021년부터 종합건설업과 전문건설업 간의 상호시장 진출을 제도적으로 허용했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한 각종 추가조치를 요구하는 내용이다.

특히 상호시장제도 시행 이후에도 종합건설업체 쪽으로의 수주 쏠림이 계속됐다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전문건설협회는 지난달 28일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탄원서 40만8391부를 국토부에 전달했다. 김석기 국토부 건설정책국장을 면담하기도 했다.

전문건설협회는 "대형 종합건설업체들이 전문공사 시장에까지 무차별적으로 진입하면서 수많은 전문업체들이 일감을 잃고 존립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전문건설보호구간이 올해 말 일몰 예정인 만큼 상호시장 제도를 폐지하고 보호구간 확대 및 영구화를 포함한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제도는 전문건설보호구간이 설정돼 4억3000만원 미만 전문공사는 종합건설업체가 수주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같은 종합건설업체 수주가 제한되는 보호구간 금액 상한선을 높이는 동시에 현행 일몰제인 보호구간 제도를 영구화하자는 것이 전문건설업계의 주장이다.

국회에서도 연말 제도 일몰에 앞서 건설산업기본법을 개정하기 위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이 현행 4억3000만원의 보호구간 일몰제를 2029년 말까지 3년 연장하는 방안을 발의했다. 지난달에는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호구간을 10억원으로 상향하고 일몰제 부칙을 삭제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냈다. 또 이연희 민주당 의원은 보호구간을 하위법령으로 정하고 일몰제 부칙을 삭제하는 내용을 발의했다.

전문건설업계의 요구를 수용한 법 개정 노력들인데 건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같은 입법 시도가 오히려 갈등을 부추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의 입법 시도가 충분한 논의 없이 성급하게 이뤄져 논리가 빈약하다는 판단이다. 구체적 산업 현황을 고려하지 않은 법 개정 추진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종합건설업이 전문건설업으로 진출하는 경우가 반대 경우보다 많다는 것이 통계적으로 확인된 바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입법 제안에서는 종합건설업체가 전문건설업에 하도급하는 사례가 늘어나 실제 시공하는 전문건설업의 수익성이 악화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생산체계 개편에 따라 상호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원칙상 직접 시공이 요구된다고 부언했다.

연구원은 특히 현행 상호시장 진출 허용이 중장기적으로 단일업종을 염두에 둔 한시적 제도인데 일몰제를 폐지해 영구화하면 생산체계의 근간이 흔들린다고 강조했다. 일몰제 폐지가 오히려 득보다 실이 더 크다는 판단이다.

건산연은 "노·사·정 합의를 통해 체결한 건설산업 생산구조의 변화를 위해서는 숙고와 합리적 타협이 필요하다"며 "일방적 입법이 업역 갈등을 심화하는 사례로 남아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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