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릴 집 없다" 전셋값 뛰는데…'압·여·목·성' 재건축 이주 폭탄도 대기

김지영 기자
2026.05.14 17:30
'압여목성'(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동) 정비사업 이주 규모/그래픽=김현정

서울과 수도권 전역에서 전세가격이 동반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대규모 재건축 이주가 본격화할 경우 전세난이 한층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한국부동산원 주간 통계에 따르면 5월 둘째 주 기준 서울 전세가격은 0.21% 상승하며 상승폭을 유지했다. 권역별로 보면 동북권은 0.36%, 동남권은 0.27% 상승하며 서울 전반에서 고르게 오름세가 나타났다. 송파구(0.50%), 성동구(0.40%), 노원구(0.36%) 등 거주 선호지역을 중심으로 상승 압력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수도권 역시 유사한 흐름이다. 경기 지역에서는 광명 0.66%, 하남 0.43%, 화성 동탄 0.41% 등 핵심 주거벨트 중심으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가격 상승보다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매물 감소다. 부동산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서울 전세시장은 거래 가능한 매물이 빠르게 줄어드는 '매물 절벽' 국면에 진입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매매시장 관망세, 다주택자 세 부담 강화, 보유 선호 증가 등이 맞물리면서 전세 물건 자체가 시장에 나오지 않는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세난 장기화에 대한 우려도 상당하다. 압구정, 여의도, 목동, 성수 일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정비사업이 추진되면서 향후 수년간 대규모 이주 수요가 잇따를 예정이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올해 잠재 이주 수요만 4만가구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올 1분기 관리처분이나 이주·철거 단계에 들어간 서울 재건축·재개발 사업지는 54곳, 약 3만가구에 달한다. 여기에 현재 재건축·재개발이 본격화 단계에 들어선 단지까지 감안하면 연내 1만가구 안팎의 추가 이주 수요가 발생할 전망이다. 이같은 이주 수요는 과거 어느 시기보다 큰 규모다.

가장 먼저 이주 수요가 발생하는 지역은 여의도다. 대교 등 일부 단지는 올 하반기 이주를 준비하고 있다. 단지별로 1000가구 이상의 이주 수요가 예정된 상황이다. 여의도 전체로는 약 1만가구 이상의 이주 수요가 예상된다.

목동은 규모면에서 전세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목동 아파트는 14개 단지, 약 5만가구에 달하는 대형 주거지다. 순차적으로 재건축이 진행되더라도 이주 시기는 일부 겹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시에 몰리는 이주 수요가 최대 3만가구에 이를 전망이다. 사업이 본격화되면 강서, 양천을 넘어 마포, 영등포까지 영향을 미치는 광범위한 수요 이동이 불가피하다. 목동의 경우 서울 대표 학군지로서 중산층 실수요 비중이 높아 전세 수요로의 전환 비율이 높다는 점에서 시장 충격이 더욱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압구정 일대는 1만가구 이상이 재건축 대상이다. 압구정 수요는 반포, 잠원, 한남 등 고가 주거지로 이동하는 경향이 강해 해당 지역 전세가격이 인근 지역으로 확산하며 '상향 평준화'될 우려도 있다. 단편적인 권역 전셋값 상승이 아니라 서울 전세가격의 기준선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마저 거론된다.

성수 일대 역시 재개발 중심으로 약 1만 가구 수준의 이주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성동, 광진, 동대문 등 인접 지역까지 전세가격 상승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런 이주 수요가 시간차를 두고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시기에 집중된다는 점이다. 올해와 내년 여의도와 목동 일부 단지를 시작으로 2029년까지 압구정 재건축 단지와 나머지 목동 대단지 등으로 대규모 이주가 이어질 예정이다. 이 시기에는 단순한 전세가격 상승을 넘어 전세 매물의 절대량이 부족해지는 '매물 절벽'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윤수민 NH농협금융 부동산전문위원은 "재건축 이주 수요는 현재 사는 지역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려는 특성이 있다"면서 "이주가 안되면 정비사업이 지연되고 결국 공급까지 밀리는 구조가 만들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체계적으로 각 구역별 이주 계획을 세우고 순차적으로 진행하는 방식으로 가면 시장 충격을 다소 완화할 수는 있을 것"이라며 "다만 이 경우 일부 단지의 정비사업 속도 지연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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