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 운송거부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건설업계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에 이어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국가 핵심 첨단산업 현장까지 공사 차질 우려가 확산하자 업계는 정부에 조속한 중재와 공급 안정화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한건설협회는 12일 수도권 레미콘 운송거부 사태와 관련해 긴급 업계 간담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협회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22개 대형 건설사, 105개 현장에서 레미콘 공급이 중단돼 약 10만㎥의 콘크리트 타설이 지연되고 있다. 하루 전 15개 사, 89개 현장, 8만㎥와 비교하면 타설 지연 물량은 25% 늘었고 피해 현장도 16곳 증가했다. 협회는 신고되지 않은 중소 건설 현장까지 감안하면 실제 피해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는 당초 레미콘 제조사와 운송사업자 간 잠정 합의 소식에 공사 재개를 기대했지만 조합원 투표에서 합의안이 부결되면서 공급 중단이 5일 이상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협회는 이번 주를 넘어 다음 주까지 사태가 계속될 경우 일부 사업장은 전면 셧다운도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와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국가 핵심 첨단산업 현장도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게 협회 측 설명이다.
건설현장의 대응 여력도 점차 소진되고 있다. 파업 초기만 해도 레미콘 타설 일정을 앞당기거나 다른 공정으로 돌리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비노조 용차와 직영차량 등을 활용한 비상 대응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초반에는 공정 조정으로 버틸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것도 한계에 이르렀다"며 "장기화하면 모든 현장에서 전면적인 공사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도 일부 현장에서 용차 운행에 차질이 발생한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다만 협상이 한 차례 무산된 만큼 제조사와 운송사업자 양측을 자극할 수 있는 공개 대응에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는 양측을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계속 소통하면서 중재 방안을 찾고 있다"며 "정부가 운송단가를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만큼 어떤 방식으로 협상 테이블을 만드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반복되는 운송 갈등을 막기 위한 제도 개선도 요구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레미콘 제조사와 운송사업자 간 협상의 조속한 재개와 함께 운송거부에 따른 공기 지연을 불가항력 사유로 인정하는 방안, 믹서트럭 수급 조절 제도 개선, 대형 국책사업장과 도심권 현장의 배치플랜트 설치요건 완화 등이 대정부 건의 사항으로 제시됐다.
대한건설협회는 사태 해결 때까지 기업애로 지원센터를 운영하고 국토부와 핫라인을 통해 현장 피해를 지속 점검할 계획이다. 권혁진 협회 상근부회장은 "협회는 현 상황의 심각성을 정부에 적극 설명하고 함께 조속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