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 5000가구 신축 입주에도 "전세 없어요"…사라진 입주장 효과, 왜?

남미래 기자
2026.06.25 16:59
서울 서초구 입주 예정 아파트 단지_서울 서초구 전세가격지수 변동률/그래픽=임종철

올 하반기 서울 서초구에서 5000가구를 넘는 신축 대단지 입주가 이어질 예정이지만 전세난 해소까지는 여전히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통상 대단지 입주가 시작되면 집주인들이 잔금 마련을 위해 전세 매물을 내놓으면서 전셋값이 약세를 보이는 이른바 '입주장 효과'가 나타난다. 하지만 부동산 규제와 대출 규제, 전반적인 전세난이 맞물리면서 올해는 이 같은 입주장 효과도 크게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으로 분석된다.

2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넷째 주 서초구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보다 0.11% 상승했다. 지난해 9월 첫째 주 이후 43주 연속 상승세다. 서초구 전셋값은 올해 들어서만 4.79% 올랐다.

특히 전세 매물 증가 속에서도 서초구 전셋값 상승세는 꺾어지 않고 있다. 서초구에서는 이달 입주를 시작한 오티에르 반포(251가구)에 이어 8월 반포래미안트리니원(2091가구), 9월 디에이치 방배(3064가구) 등 신축 대단지가 잇따라 입주한다. 세 단지를 합치면 입주 물량이 5406가구에 달한다.

신축 대단지 입주를 앞두고 전세 매물은 크게 늘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초구 아파트 전세 매물은 7886건으로 올해 초보다 89.6% 증가했다. 네이버부동산에 등록된 전세 매물도 디에이치 방배 1816건, 반포래미안트리니원 1517건에 달한다.

인근 중개업소들은 실제 전세 매물 증가는 이같은 플랫폼상 수치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동일한 물건이 여러 중개업소를 통해 중복 등록된 사례가 적지 않아서다.

반포래미안트리니원 인근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입주장 효과를 기대했지만 생각보다 전세 매물이 많지 않고 나오는 물건도 금세 계약된다"며 "플랫폼에 등록된 매물 상당수는 중복 매물"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호가로도 확인된다. 일대 전세 호가는 뚜렷한 조정 움직임이 눈에 띄지 않는 모습이다. 반포래미안트리니원 전용 84㎡ 전세 호가는 20억~21억원, 디에이치 방배는 같은 면적 기준 15억원 안팎에 형성돼 있다. 인근 신축인 래미안 원펜타스의 전용 84㎡ 전세 호가가 22억원 안팎, 래미안 원페를라가 13억원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높은 수준이다.

올 초 송파구에서도 잠실 래미안 아이파크와 잠실 르엘 등 대단지 입주가 이어지며 전셋값이 일시적으로 약세를 보이는 상황이 연출됐지만 서울 전역의 전세 매물 부족이 이어지면서 전세 시세가 빠르게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송파구 아파트 전셋값은 올 들어 5.61% 올랐다.

서초구에서는 전세보다 반전세를 선택하는 집주인들도 늘고 있다. 디에이치 방배 인근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주식시장 등이 강세를 보이면서 반전세로 계약하는 사례가 많다"며 "보증금 1억원당 월세 40만원 안팎으로 환산해 보증금 5억원에 월세 300만원 수준의 반전세 매물이 많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실제 입주가 임박하면 일부 호가가 내려갈 순 있겠지만 서울 전체 전세난을 완화하는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대규모 입주 물량이 순수 전세 공급 확대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어서다.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서초구는 학군 수요를 중심으로 실거주 수요가 탄탄한 데다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 금지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등으로 전세 공급과 수요가 모두 제약을 받고 있다"며 "입주가 본격화되면 일부 집주인이 잔금 마련을 위해 보증금을 낮출 수는 있지만 입주장에 따른 전세 안정 효과는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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