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만 들어서던 산업단지가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 주거·문화시설이 함께하는 '기업형 첨단도시'로 바뀐다. 정부는 800조원 규모 서남권 반도체 생산거점 등 초대형 첨단산업 투자를 뒷받침하기 위해 산업단지 조성 방식을 전면 개편하고 산단 조성 기간도 절반 이상 단축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기업형 첨단도시 조성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정부는 서남권에 800조원 규모 반도체 생산거점을 구축하고 충청권에는 81조원 규모 첨단 패키징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등 대규모 민간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국토부는 이 같은 투자가 실제 생산과 고용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산업입지와 교통, 정주 여건을 종합 지원할 방침이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과거 산업단지는 생산에는 효율적이었지만 공장이 빽빽하고 도시와 떨어져 생활과 정주 여건이 열악했다"며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 주거와 문화가 함께하는 기업형 첨단도시로 산업 거점 조성 전략을 바꾸겠다"고 말했다.
우선 기업이 원하는 곳에 원하는 방식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기업 맞춤형 산업입지를 공급한다. 공급자가 부지를 조성한 뒤 기업을 유치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기업 수요를 반영해 입지와 개발계획을 마련한다. 국가 전략산업과 연계한 핵심 입지는 관계부처와 협업해 신속하게 공급하고 기업이 개발 과정에도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국토부는 산단 기획부터 공장 가동까지 통상 10년 이상 걸리던 기간을 절반 이상 단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인허가와 보상, 설계 절차를 병행하고 기업 협력 아래 부지 조성과 건축공사를 함께 추진한다. 사업시행자에 대한 공공기관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와 각종 영향평가 사전 컨설팅 등을 통해 인허가 패스트트랙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투자 부담을 줄이기 위한 지원책도 마련한다. 초기 투자비를 낮출 수 있도록 초저리·장기 임대가 가능한 공공지원 임대 전용 산업단지 지정을 검토하는 한편 기업의 입지 검토가 실제 투자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와 공급 체계도 손질하기로 했다.
특히 기업형 첨단도시는 산업시설만 모인 기존 산업단지와 차별화해 주거와 교육, 문화, 의료 기능을 함께 갖춘 복합도시로 육성하기로 했다. 산업기능만이 강조돼 정주 여건이 극도로 열악했던 기존 산단과 달리 기업과 인재가 함께 모이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지역 거점대학과 연계한 연구개발(R&D)과 인재 양성 기반도 확충한다.
김 장관은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며 "기업이 원하는 기업제안형 주택과 청년이 만족할 수 있는 주택을 공급하고 교육·의료·문화가 어우러진 '직주락' 균형도시를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교통 인프라도 함께 확충한다. 첨단도시에서 정주지까지 30분 내 출퇴근이 가능하고 공항과 항만 등 주요 물류거점까지는 1시간 내 이동이 가능한 교통체계를 구축한다. 산업단지 진입도로와 철도망을 확충하고 광역교통망 연계도 강화한다.
김 장관은 "기업 투자의 성패는 결국 타이밍(에 달려 있다)"며 "지금처럼 계획을 세우고 조사하고 보상한 뒤 설계하는 방식으로는 10년이 훌쩍 걸린다. 앞으로는 계획과 보상, 설계를 동시에 추진하는 패스트트랙으로 조성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