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도권 집값을 잡기 위해 규제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지만 정작 시장에 나오는 새 주택은 여전히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공급 부족이 시장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은 정부도 인정하는 사항이다. 최근 비아파트 활성화에 거듭 강조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상대적으로 건축기간이 짧은 비아파트가 시장이 빠르게 체감할 수 있는 공급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전세사기 우려 속에 비아파트 공급 기반과 수요가 동반 위축된 만큼 정책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추가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5월 전국 주택 준공 물량은 8만8143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7% 감소했다. 수도권은 4만2393가구로 46.3% 줄었고 서울은 1만3111가구로 41.6% 감소했다. 비수도권도 4만5750가구로 47.2% 줄었다. 최근의 입주 물량 감소는 지난 몇 년간 인허가와 착공이 위축된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난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공급의 선행지표가 일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1~5월 착공은 9만4367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27.0% 증가했고 분양(승인)도 8만6348가구로 63.0% 늘었다. 그러나 착공 이후 실제 입주까지는 통상 2~3년 이상 걸린다. 공급 확대 정책이 실제 시장에서 체감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국토부도 이런 시간차를 인정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급 확대가 정공법이고 근본적인 대책"이라며 "전월세 시장 측면에서는 단기간에 공급 물꼬를 틔워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며 "비아파트 공급 활성화가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 5월 수도권 비아파트 매입임대 9만가구 공급 방안을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업 기간이 비교적 짧은 비아파트를 활용해 입주 공백을 줄이고 전월세 시장 불안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비아파트 공급 기반 역시 크게 취약해진 상태라는 점이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비아파트 착공 실적은 3만7487가구에 그쳤다. 이는 최근 10년 평균 16만가구의 약 23% 수준에 불과하다. 전체 주택 착공에서 비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5년 약 39%에서 지난해 약 13%까지 쪼그라들었다. 전월세 시장의 주요 공급원이 이미 위축될 대로 위축됐다는 의미다.
공급 감소보다 더 큰 과제는 수요 위축이다. 전세사기 사태 이후 비아파트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서 거래 비중은 2022년 20.4%에서 지난해 18.5%로 낮아졌다. 공급을 늘려도 실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정책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비아파트는 아파트보다 공급 속도가 빨라 최근 전월세 시장 불안과 주거비 상승에 대응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하지만 공급 확대만으로 시장 정상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급 이행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시장 신뢰를 회복하고 실수요를 끌어낼 수 있는 추가 대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비아파트는 공급 공백을 메우기 위한 현실적인 수단이지만 지금은 공급보다 수요 회복이 더 어려운 과제가 됐다"며 "매입임대와 도심 공급 확대 정책도 실제 사업 속도를 높이고 시장 신뢰를 회복해야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