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옷 입은 이란인 수십만 명, 수도 테헤란 집결
미국·이스라엘·트럼프 규탄으로 하메네이 추모…
'은신 중' 바히디 IRGC 총사령관도 장례식 참석
"보안당국, 암살 우려에 모즈타바 '참석 승인 요청' 거절"

지난 2월 미국·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사망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의 장례식이 열린 가운데 하메네이의 아들이자 현 이란 최고지도자인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공개석상에 나타날지 주목된다. 4~9일(현지시간) 엿새간 장례식을 치르는 가운데 이틀째인 5일 현재 그의 모습은 포착되지 않았다. 이란인 수십만 명은 수도 테헤란에 모여 반(反)미국·이스라엘 구호를 외치며 하메네이를 추모했다.
이란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하메네이 장례식은 6일간 2개 나라 5개 도시에서 진행된다. 첫날인 4일 새벽부터 하메네이 시신이 안치된 테헤란 중심 대형 이슬람 사원 그랜드 모살라에서 일반 조문이 시작됐다. 2일차인 이날에는 하메네이와 그의 가족을 위한 추도 기도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을 비롯해 이란 혁명수비대(IRGC) 수뇌부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중국·파키스탄·이라크·튀르키예·오만 등 30개국에선 대표단을 보내 조문했다. 이를 두고 외신은 이란이 이번 장례식을 단순히 국가 애도 행사가 아닌 전쟁 이후 체제 안정성과 결속을 보여주며 국제사회에 건재함을 과시하는 무대로 활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최근 수개월 동안 공개 활동이 없었던 혁명수비대 핵심 인사인 아흐마드 바히디 총사령관의 모습도 장례식을 하루 앞둔 지난 3일 공개됐다. 바히디가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미국과 전쟁 이후 처음이다.
그러나 모즈타바는 장례 일정이 끝날 때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혁명수비대원과 장례식 준비에 참여한 이란 관계자를 인용해 "모즈타바의 장례식 참석은 보안 당국에 의해 무산됐다"며 "그는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NYT는 "모즈타바는 이란 관리들에게 추모 기도를 위한 장례식 참석 허가를 요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보안 당국자들은 이스라엘이 장례식에 참석한 모즈타바를 암살하거나 그의 이동 경로를 추적해 은신처를 파악할 수 있다며 거부했고, 모즈타바의 장례식 참석은 무산됐다"고 전했다. 모즈타바는 하메네이 사망 이후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테헤란에 집결한 이란인들은 하메네이를 추모하는 동시에 미국과 이스라엘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을 강하게 규탄했다. AP통신은 "장례식 이틀째인 일요일에는 전날보다 훨씬 많은 인파가 몰렸다"며 "조문객들은 하메네이 추모 현수막과 미국·이스라엘,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푯말을 들고 광장으로 운집했다"고 설명했다.
조문객들은 사회자의 선창을 따라 "미국과 이스라엘에 죽음을", "복수" 등 미국과 이스라엘의 규탄하는 구호를 외쳤다. AP에 따르면 사회자로 나선 보수 성향의 이란 시인 무하마드 라술리는 "세상에서 가장 악랄한 인간이 왜 아직 살아있는가"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죽음을 촉구했다. 또 "세상은 더 이상 트럼프에게 살기 좋은 곳이 아니라"라고 주장했고, 광장에 모인 이란인들은 크게 환호했다.
한편 장례식 3일 차인 6일에는 테헤란 시내 중심가를 통과해 하메네이의 관을 옮기는 장례 행렬과 추모 의식이 진행될 예정이다. 하메네이의 관은 오는 7일 시아파 이슬람 성지인 콤을, 8일에는 이라크 카르발라·나자프를 거쳐 9일 그의 고향인 이란 북동부 마슈하드에 매장된다. 이란 당국은 6일간의 장례 일정에 2000만명 안팎의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