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임대 입주 기준 개편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40년 가까이 이어져 온 오래된 공공주택 소득·자산 기준 체계가 있다. 그간 대상과 기준이 여러 차례 보완되긴 했지만 확 달라진 지금의 주거 환경과 생애주기별 특성을 따라잡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기준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지고 있다.
23일 국토연구원 '주거복지 정책 간 연계 강화를 위한 소득·자산 기준 개선 방향 연구'에 따르면 공공주택 소득 기준은 1986년 국민주택에 처음 도입됐다. 정부는 당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으로 일정 규모 이하 국민주택 공급 대상에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 기준을 처음 적용했다. 이 같은 소득 기준은 이후 국민임대주택, 공공분양 신혼부부 특별공급, 생애최초 특별공급 등으로 점차 적용 범위가 확대됐다.
자산 기준은 토지 과다 소유자, 고급 자동차 보유자 등의 공공임대주택 거주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들의 입주 자격을 제한하기 위해 마련됐다. 2005년 국민임대주택에 토지와 자동차에 대한 자산 기준이 처음 도입됐고 이후 부동산과 금융자산을 포함한 총자산(순자산) 기준으로 변화했다. 2021년 통합공공임대가 도입되면서 공공임대에도 기준중위소득이 일부 적용되는 일도 있었지만 소득과 자산을 각각 충족해야 하는 기본 체계는 그대로 유지됐다.
다만 같은 공공임대라도 영구임대와 국민임대, 행복주택, 통합공공임대 등 유형에 따라 입주 대상과 소득·자산 기준은 상이하다. 어떤 사업에 신청하느냐에 따라 입주 가능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큰 틀은 동일하다. 대부분 소득과 자산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입주 자격을 얻는 '이중기준' 방식을 적용한다. 사업마다 세부 요건은 다르지만 둘 가운데 하나라도 넘으면 입주 대상에서 제외되는 형태다. 기준이 단순하다는 장점은 있지만 소득이나 자산 중 하나의 항목 때문에 입주가 절실한 가구가 배제될 수 있고 반대로 빈곤하지 않은 가구가 선정될 수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청년층이다. 사회초년생은 취업 후 소득이 빠르게 늘지만 자산은 충분히 쌓이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일정 수준 이상 소득을 올리기 때문에 공공임대 입주에선 배제되지만 자산이 부족한 탓에 일반 주택을 매수하거나 민간 전세를 얻기도 쉽지 않다. 고령층은 반대다. 은퇴 후 근로소득은 줄지만 오랜 기간 축적된 자산이 걸림돌이 되는 경우다. 이에 생애주기마다 소득과 자산 구조가 다른데도 같은 잣대를 적용하면서 실제 지원이 필요한 계층이 제도 밖으로 밀려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연구원은 "정책마다 소득·자산 기준이 달라 혼선이 발생하고 정책 간 연계도 어렵다"며 "변화한 정책 수요에 맞춰 지역과 생애주기를 고려한 기준 체계를 마련하고 정책 간 정합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국토교통부 연구용역도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국토부는 이번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소득과 자산 기준, 선정 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변화한 사회·경제 여건과 생애주기별 특성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