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가능성을 다시 언급하면서 주택공급 확대를 둘러싼 논쟁이 재점화한다. 공급부족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규제완화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과거 사례를 고려할 때 정책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함께 제기된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7일 한성숙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부동산 토론회에서 "그린벨트를 해제해서라도 집을 짓고 싶다"며 주택공급 확대 의지를 강조했다.
29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현재 서울 내 그린벨트 면적은 150㎢ 수준이다. 그린벨트 해제는 역대 정부에서 반복적으로 활용한 공급확대 카드다. 노무현정부는 국민임대주택 공급을 위해 3.47㎢를 해제했고 이명박정부에선 2009~2012년 보금자리주택사업을 위해 서초구 내곡동, 강남구 세곡동 일대 약 5㎢(경기도 포함시 34㎢)를 해제했다. 이를 통해 세곡동 6500가구, 우면동 3300가구, 내곡동 4600가구, 수서동 4300가구, 강동구 고덕·강일 1만1800가구 등 대규모 공급이 이뤄졌다. 문재인정부 역시 약 3300가구 공급을 위해 일부 지역의 그린벨트를 해제했다. 이 과정에서 주택공급 용도로 활용 가능한 그린벨트 면적이 크게 줄어들었다. 현재 그린벨트 해제를 통해 주택공급이 가능한 지역은 서초구 내곡동 예비군훈련장,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촌 인근, 강서구 김포공항 주변 등이 꼽힌다.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공급은 환경훼손 논란과 지역반발 속에 계획이 축소되거나 장기지연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서리풀1·2지구가 대표적이다. 서리풀1·2지구는 지구 지정 이후 보상에 대한 이견과 주민반발, 관련 소송 등이 이어지면서 사업추진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그린벨트 해제는 단순한 규제완화만으로 완료되는 정책이 아니라 토지보상, 주민수용성 확보, 인허가 절차 등 복합적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 특히 토지보상은 초기단계에서 사업속도를 좌우하는 핵심변수로 협상이 장기화할 경우 전체 일정이 수년 단위로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입지 측면에서도 문제가 제기된다. 현재 서울의 그린벨트는 상당 부분이 외곽 및 경기도 경계지역에 집중됐다. 도심 접근성이 중요한 실수요자 수요와 괴리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따라 공급물량이 늘어나더라도 실제 수요가 집중된 핵심지역의 수급불균형을 해소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영향 역시 변수다. 그린벨트 해제는 공급확대 기대를 높이는 동시에 개발기대감에 따른 토지가격 상승과 투기수요 유입을 자극할 수 있다. 이는 정책 의도와 달리 시장불안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 과거 일부 해제 사례에서도 인근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상승과 거래과열 현상이 나타났다.
신보연 세종대학교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서리풀1·2지구와 같은 사례가 반복될 경우 그린벨트 해제 정책 전반에 대한 신뢰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주민과 환경단체, 지자체 간 사전협의를 통해 보다 정교하고 숙의된 정책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