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은 조합원, 소형은 임대"…대치미도 '소셜믹스 우회' 논란

윤지혜 기자
2026.08.01 06:00

해안건축, 주민설명회서 '소셜믹스 우회 설계안' 제안
서울시 예외규정+벌칙조항 부재로 꼼수 잇따라

해안건축 설계안 발표내용./사진=독자 제공

"대형 평형과 소형 평형을 별도 동으로 계획하면 조합원과 임대주택이 자연스럽게 구분됩니다."

3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미도아파트(대치미도) 재건축사업 설계사로 선정된 해안건축은 지난 18일 열린 2차 주민설명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설계안을 제시했다.

강남구청이 지난 10일 "공공임대주택을 별도 동으로 계획하거나 분양주택(조합원+일반)과 분리 배치하는 것은 현행 법령 및 서울시 정책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행정지도 공문을 보냈음에도 사실상 '소셜믹스'(사회계층 통합)를 우회하는 방안을 설명한 것이다.

현재 대치미도는 전용면적 최소 84㎡부터 최대 191㎡까지 중대형 평형으로 구성돼 있다. 이에 해안건축은 대형 평형 위주의 동을 양재천변에 배치하고, 후면에는 전용 59㎡ 이하 소형 평형으로 별도 동을 구성해 일반분양과 임대주택을 배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소형 평형 동엔 일반분양과 임대주택이 혼합되는 만큼 형식적으론 서울시의 소셜믹스 원칙을 충족하면서도 결과적으론 대형 평형 중심의 조합원 주택과 임대주택을 분리할 수 있다는 논리다.

대치동 '우선미' 다 대형평형 위주인데…꼼수 확산할라
서울시의 임대주택 소셜믹스 예시./사진=2030 서울특별시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

과거에는 조합원 물량을 로열동·층에 우선 배정한 후 남은 비선호 가구를 임대주택으로 활용했다. 이 과정에서 임대주택이 특정 동이나 저층에 집중 배치되고, 외관과 마감에서도 차이가 나이면서 '임대동' 낙인 논란이 발생했다.

이에 정부와 서울시는 임대주택에 대한 차별을 없애기 위해 관련 제도를 강화해왔다. 정부는 2018년 도시정비법 시행령을 개정해 조합원 우선 추첨제를 삭제하고, 임대주택 공개 추첨제를 도입했다. 서울시는 2022년 한 단지 내 임대와 분양을 동·층·라인까지 혼합 배치하는 '완전한 소셜믹스' 정책을 발표했다. 시는 대치미도 재건축 정비구역 지정 및 정비계획 결정 고시에서도 이같은 내용을 명시했다. 국회에선 임대주택을 공개추첨하지 않을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관리처분계획을 인가하지 못하도록 하는 도정법 개정안도 본회의 부의를 앞뒀다.

다만 예외 규정도 있다. 서울시 '2030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은 임대주택과 분양주택의 규모 차이가 과도하거나 도시계획위원회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임대주택을 별동으로 건립할 수 있도록 했다. 해안건축도 예외 규정을 활용해 임대주택을 분리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강남구청 역시 "대치미도는 설계안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향후 건축심의와 통합심의 과정에서 규정 위반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면서도 "평형 구성 자체는 심의 대상이 아니어서 임대주택만 별동으로 짓는 것이 아니라면 현행 규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처럼 서울시 규정이 모호한 데다, 시행령상 별도 벌칙 규정이 없다보니 정비사업 현장에선 이를 우회하는 편법이 이어진다. 대치동 구마을3지구는 공개추첨 규정을 위반해 20억원의 현금을 기부채납했다. 개포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역시 행복주택으로 공급되는 전용 49·59㎡를 별동으로 공급했다. 대치동 재건축 대장인 '우·선·미'(개포우성·대치선경·대치미도) 모두 대형 평형으로 구성된 점을 고려하면 이런 꼼수 설계 방식이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대치미도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아직 조합원 희망 평형 수요조사 전으로, 확정된 내용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한편 대치미도는 1983년 준공된 2436가구 규모 대단지로, 재건축시 최고 49층, 3914가구의 초고층 주거단지로 탈바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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