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재건축 시장에서 대형 건설사 간 경쟁입찰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건설사마다 유력 사업지가 갈리면서 경쟁 대신 수주 가능성을 우선시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공사비 상승과 고금리, 고비용 등으로 인한 건설사들의 '선별수주' 전략이 수익성이 보장되는 핵심 정비사업장 경쟁 구도마저 흔들어놓는 모습이다.
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여의도 목화아파트 재건축조합은 다음달 4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2차 입찰을 마감한다. 지난 1차 입찰은 삼성물산 건설부문만 참여, 시공사 선정이 불발됐다. 앞서 열린 현장설명회에는 대우건설과 GS건설, 롯데건설 등 7개 건설사가 참석했지만 실제 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2차 입찰에서도 삼성물산이 단독으로 응찰하면 조합은 수의계약 방식으로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다. 목화아파트 재건축은 기존 312가구를 허물고 최고 49층, 400여가구 규모로 새로 짓는 사업이다. 예정 공사비는 3.3㎡당 1370만원으로 총공사비는 약 5000억원이다.
업계에서는 목화아파트에 이어 오는 25일 입찰을 마감하는 시범아파트도 삼성물산 단독 응찰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시범아파트는 기존 1584가구를 최고 59층, 2491가구 규모로 재건축하는 여의도 최대 정비사업장이다. 공사비만 1조2000억원을 웃돈다. 현장설명회에는 대우건설과 GS건설, IPARK현대산업개발 등도 참석했지만 삼성물산을 제외하면 실제 입찰을 준비하는 건설사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입찰이 예상대로 진행된다면 삼성물산은 이미 시공권을 확보한 여의도 대교아파트에 이어 목화·시범아파트까지 여의도 내 3개 재건축 사업장을 모두 무혈 입성하게 된다.
광장아파트 38-1구역은 현대건설의 단독 입찰로 진행될 예정이다. 앞서 두 차례 열린 시공사 선정 현장설명회에 현대건설만 참석하면서 경쟁 구도가 형성되지 않았다. 조합은 현대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한 뒤 다음달 시공사 선정 총회를 열 계획이다. 광장아파트 38-1구역은 기존 168가구를 최고 52층, 414가구 규모로 재건축하는 사업으로 총공사비는 약 4470억원이다.
공작아파트는 대우건설이 단독 응찰해 수의계약으로 시공권을 확보했다.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가 맞붙었던 한양아파트를 제외하면 여의도 주요 사업장에서 경쟁입찰이 잇따라 무산된 셈이다.
이같은 구도는 여의도뿐만이 아니다. 다른 서울 주요 정비사업지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이른바 '압여목성'(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으로 불리는 서울 핵심 정비사업지에서 시공사 선정이 잇따랐지만 경쟁입찰이 성사된 곳은 압구정5구역과 성수4지구, 두곳뿐이다. 압구정5구역에서는 현대건설과 DL이앤씨가, 성수4지구에서는 롯데건설과 대우건설이 각각 격돌했다.
대형 건설사 간 경쟁 구도는 앞으로도 한동안 형성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건설경기 침체 속에서 유동성 압박과 수익성 악화를 동시에 겪는 건설사들이 막대한 홍보비를 들여 출혈 경쟁을 벌일 유인이 줄었기 때문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사업성이 확실한 곳에만 화력을 집중하고 다른 건설사가 오랫동안 공들인 곳은 피하는 암묵적인 양보가 이뤄지고 있다"며 "핵심 사업지의 입찰보증금이 수백억~수천억원에 달해 단기간에 막대한 자금이 묶이는 점도 경쟁입찰을 부담스럽게 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다만 수의계약 확산이 조합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시공사 간 경쟁이 사라지면 조합이 공사비와 금융 조건, 특화설계 등을 비교하기 어려워 협상력이 약화될 수 있어서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확실한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며 "당분간 주요 정비사업장에서도 치열한 수주전보다는 단독 응찰에 따른 수의계약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