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제개편안을 공개하며 양도세 부담을 한시적으로 완화해 매물 유도에 나섰다. 다주택자에게 사실상 '2년짜리 매도 출구'를 열어주며 매도 유인은 확대됐지만 이미 선제 매도 물량이 소화돼 시장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3일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에는 2027~2028년까지 양도소득세 중과를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보유세 부담은 강화하고 매도 시 세금은 낮춰 시장에 매물을 유도하는 구조다. 과거 정책 사례에서 매물 증가 효과가 일부 확인된 만큼 공급 확대 기대도 나오지만 이번에는 이미 상당 물량이 선반영되면서 시장 영향이 분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2년 양도세 중과 한시 배제 당시 서울 아파트 매물은 증가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 기준으로 당시 서울 아파트 매물은 정책 시행 직전 약 5만건 수준에서 시행 이후 5만8000건 안팎까지 늘어난 바 있다. 같은 기간 거래량도 회복세를 보이며 다주택자의 매도 시점을 앞당기는 효과가 확인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시장 상황이 다르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번 세제개편에 앞서 나올 만한 물건들은 이미 시장에 상당 수준 출회된 만큼 세제개편안에 따른 단기간 내 매물 급증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정부가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예고하면서 2~5월 사이 다주택자 매도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약 3만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30% 증가했다. 특히 강남권과 마포, 용산, 성동 등 주요 지역에서는 고가 주택을 중심으로 매도와 증여가 동시에 증가했다. 증여 역시 절세 수단으로 활용되며 같은 기간 주택 증여 규모는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올해 1~4월 주택 취득자금 중 증여·상속 규모는 약 3조6600억원에 달했다.
아울러 현재 남아 있는 다주택자 상당수는 과거 세제 변화 때도 보유를 선택한 집단으로 이번 역시 즉각적인 매도보다는 시장 상황을 관망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이번 양도세 완화가 과거처럼 단기간 매물 급증으로 이어지기보다 2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매물을 끌어내는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신 이번 세제개편은 중장기적 매도 압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장기보유특별공제가 '장기거주 중심 공제'로 전환되면서 단순 보유만으로는 절세가 어려워졌고 종합부동산세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이 2027년 70%, 2028년 80%까지 상향될 예정이다. 세율과 세부담 상한 역시 강화되면서 다주택자의 보유 비용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구조가 형성된다. 여기에 비거주 1주택자와 고령 1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부담까지 확대되면서 일정 수준의 매도 움직임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매물 증가가 곧바로 거래 활성화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금리 수준과 대출 규제, 매수 심리 회복 여부가 핵심 변수다. 특히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유지되거나 금리가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경우 매수 여력이 제한되면서 거래 회복 속도는 더딜 수밖에 없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은 "세제 개편으로 시장 변화에 기여할 정도의 매물 출회와 공급 확대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보유세 부담이 증가하면서 자산 계획과 주택 보유 전략을 세워온 가구들은 내년까지 혼란 속에서 계획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