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똘한 한 채' 공식 바뀐다"…세제개편에 집값 '디커플링' 강화 전망

배규민 기자, 남미래 기자
2026.08.03 18:00

[세제개편안]비거주·초고가 매도 압력↑…장기 가격 하락 영향은 제한적

(서울=뉴스1) 이종수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부동산 정책 방향을 논의하는 ‘부동산 국민대토론회’를 주재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단지. 2026.7.23/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종수 기자

정부가 고가·비거주 주택의 세 부담을 높이고 실거주자 혜택을 강화하는 내용의 세제개편안을 내놓으면서 부동산 시장의 셈법도 달라질 전망이다.

개편안 발표 직후 시장에서는 초고가주택을 중심으로 일부 매물이 늘고 가격 상승세가 둔화할 수 있지만 서울 집값 전반의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강남에서는 고령 장기보유자의 매물을 현금 여력이 있는 자산가가 받아가는 '세대교체'가 나타나고 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은 인기 가격대로 수요가 이동하면서 시장 차별화가 더 뚜렷해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3일 정부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번 세제개편은 실거주 1주택자는 보호하면서 비거주·초고가주택의 세 부담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정부는 집값을 인위적으로 낮추기보다 투기 목적의 보유 유인을 줄이고 실수요 중심으로 시장을 정상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부동산 세제 개편에 따라 고가·비거주 주택의 매도 압력이 커질 것이라는 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 했다. 과거 다주택자에 집중됐던 과세 강화가 고가 1주택까지 확대되고 보유와 양도 단계의 부담이 함께 커지기 때문이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 연구원은 "고가 1주택자를 핀셋 정조준한 대책"이라며 "강남권 핵심지역의 매물 출회 압박 가중과 매수심리 위축이 동시에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도 "일정 수준의 매물 출회는 불가피하고 고가주택을 중심으로 단기적인 가격 조정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실수요 선호도가 높은 지역인 만큼 장기 하락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제개편 이후 부동산 시장 전문가 진단/그래픽=최헌정

세 부담 증가가 실제 매물 증가와 강남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공급 부족과 핵심지역 선호가 여전한 데다 보유세 부담 때문에 매도를 고민하더라도 양도 단계의 세 부담이 발목을 잡을 수 있어서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실장은 "보유세가 부담스러워 팔려고 해도 양도세 부담이 너무 크다"며 "고가주택을 중심으로 매물 잠김과 거래 동결, 관망세가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강남에서 매물이 나온다면 이를 누가 받아갈지도 변수다. 대출 규제로 일반 실수요자가 수십억원대 고가주택에 진입하기 어려운 만큼 현금 동원력이 있는 자산가가 매물을 흡수할 가능성이 높다.

남 연구원은 "강남 핵심지역 중 손바뀜이 덜한 재건축 시장은 매도 수요가 여전히 많은 편"이라며 "4050세대를 통해 강남 안에서도 세대교체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도 "장기 거주 고령자들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고 고자산 젊은층이 새로 유입되면서 세대교체가 활발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존 '똘똘한 한 채' 공식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초고가주택의 세 부담이 커지면서 상급지 선호 자체가 약해지기보다 실거주가 가능하고 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대로 수요가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특정 가격대와 지역으로 수요가 몰리면 해당 지역의 집값을 자극해 또 다른 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윤지해 부동산114 리서치 랩장은 "앞으로는 20억원 이하 아파트를 중심으로 거주용 똘똘한 한 채 현상이 더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소장도 "똘똘한 한 채는 사라지지 않는다. 조건이 좁아질 뿐"이라며 "집중은 완화되지 않고 재편된다"고 말했다.

특히 임대시장에 대한 우려가 크다. 비거주 집주인이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직접 입주하면 전세 매물이 줄고 임대를 유지하면 늘어난 보유비용이 월세 등에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실거주 전환과 월세화가 맞물리면 전월세 시장의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세제개편이 주택 보유와 수요의 흐름을 바꿀 수는 있지만 집값을 결정하는 구조적인 요인까지 바꾸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소장은 "세제는 분배의 도구지 공급의 도구가 아니다"라며 "보유세를 올리면 보유가 줄지만 그렇다고 집이 늘어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실제 집값의 상승·하락 폭은 결국 금리와 대출, 공급 여건에 좌우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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